<2024년 8월, 갑자기 마음이 끌려 떠난 당일치기 전주여행>
(14-完) 전문가가 비벼주는 비빔밥은 확실히 달랐다! 하숙영 가마솥비빔밥(전주 중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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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전주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전주비빔밥 먹고 올라오는 것.
전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콩나물국밥과 함께 유명한 양대산맥으로 전주비빔밥이 있는데 사실 인지도만 따지면
콩나물국밥보다 전주비빔밥이 압승이라 할 정도로 전주의 비빔밥은 전국민들에게 알려진 전주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다만 워낙 비싼 가격 때문에 전주 토박이들은 잘 먹지 않고 또 추천도 별로 안 하는데다 다들 콩나물국밥을 더 쳐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전주까지 내려왔는데 한 번 정도는 비빔밥 먹고 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 마지막 일정에 비빔밥을 집어넣은 것.
전주에서 예전에 비빔밥 처음으로 먹었던 곳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 에도 등장했던 성미당.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그래도 꽤 맛있게 먹었던 비빔밥으로 기억하고 있어 비싸도 맛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 집 대신 최근 전주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평 괜찮다고 하는(외지인 못지않게 현지인도 찾는) 가게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바로 '하숙영 가마솥비빔밥' 이라는 곳. 이번 여행에서 한 번 가 봐야지... 하며 사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가게.
하숙영 가마솥비빔밥은 과거 '중앙회관' 이었던 비빔밥집이 상호명을 바꾼 곳이다.
중앙회관이었던 시절의 흔적을 일부러 남겨놓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측면 간판은 여전히 '중앙회관' 을 남겨놓고 있었음.
허영만 화백의 '식객' 에 등장했던 비빔밥집은 성미당이긴 하나 여긴 대신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에 출연한 집.
그 외에도 뭐 수요미식회 등 여러 방송에 나온 나름... 이 아닌 전주에서 꽤 잔뼈가 굵은 비빔밥집이다.
조금 이른 저녁시간에 방문해서 매장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평일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마는...
매장에서 직접 담가 숙성중인 술, 그리고 각종 화분들이 창가에 세워져 있는 모습에서 오래 된 가게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금방 손님들이 차더라고... 참고로 여기 1인 식사 가능한 곳임.
그래도 비빔밥집인데 혼자 오는 거 괜찮을까? 싶어 들어갈 때 혼자인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OK라고 해 주셨다.
1인 식사 가능한 밥집이니 혼자 오는 사람들도 쫄지 말고 편하게 들어갈 것. 싫은 기색 전혀 없이 받아주셨음.
식사메뉴는 육회비빔밥과 일반비빔밥 두 개. 그 외에 여름한정 메뉴로 한방삼계탕을 팔긴 하지만 비빔밥이 메인이긴 하다.
가격은 결코 저렴하다 할 수 없는 가격. 일반 가마솥비빔밥은 15,000원, 그리고 육회 들어간 가마솥육회비빔밥은 2,000원 추가.
솔직히 육회먹을까 일반비빔밥 먹을까 살짝 고민하다가... 뭐 굳이 육회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일반 가마솥비빔밥을 택했는데
나 말고 내 주변 테이블은 전부 육회비빔밥 시키더라. 기왕 와서 한 번 먹는 거 제일 좋은 거 먹자는 생각인 듯.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어 일반 가마솥비빔밥 택한 거고...
차례대로 수요미식회, 생방송투데이, 그리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그나저나 저 간판은 진짜 무슨 공통된 양식이 따로 있는건지 방송 나온 식당들 가면 다 동일 크기, 동일 디자인의 간판이더라;;
3인 기준으로 테이블상이 기본 준비되어 있는 듯. 테이블에는 국자와 함께 앞그릇, 물컵이 세 개씩 세팅되어 있었다.
어짜피 나는 한 개만 있으면 되는 거라 1인분 안뒤로 기본 식기와 물티슈 준비해놓고 음식 나오길 기다렸다.
음식이 한 테이블당 하나씩, 반찬들과 함께 서빙되기 때문에 나오는 속도가 매우 느림. 인내심을 가질 정도까진 아니어도
'여긴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리구나...' 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와... 밑반찬 많아...!!
전주 백반의 특징이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이라고들 하는데, 비빔밥 하나만 시켜도 찬이 이렇게 깔리다니...
여튼 기본찬들이 깔리고 좀 더 기다려야 메인인 비빔밥이 나온다. 전체샷 찍으려고 일부러 안 건드리고 기다리는 중.
밑반찬은 혼자 가든 둘이 가든 동일한 양으로 나오는데 리필 가능하니(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리필 요청해도 문제는 없다.
이 중 메인 반찬은 잡채. 미리 만들어놓은 거 다 식어 나올 줄 알았더니 의외로 불지 않고 따끈한 상태로 나와서 꽤 좋았음.
그리고 간장에 졸인 생선튀김 한 덩어리가 나오는데 아마 고등어인 듯.
아쉽게도 이건 아주 따뜻하진 않고 살짝 식어있긴 했는데 그래도 비리지 않아 내가 먹기에 크게 문제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기본 밑반찬들.
음식물 남겨지는 것 때문인지 기본찬은 정말 맛뵈기용으로 조금씩 나오는데, 모자라면 더 요청해 먹을 수 있다.
여튼 이렇게 메인반찬인 잡채와 고등어튀김, 그리고 그 이외에 12가지 반찬까지 총 열 네 종류의 기본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온다.
마침내 비빔밥, 그리고 찌개 도착.
비빔밥 재료가 담긴 놋그릇과 가마솥밥, 찌개까지 상 하나에 전부 세팅하고 전체샷으로 한 컷.
비빔밥 한 그릇에 15,000원이라니, 좀 과하게 비싼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렇게 반찬들과 함께 담겨나온 거 보면
'아, 그래 이 가격 받을만하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느 정도 납득 가능. 비빔밥 단품이라기보단 사실상의 한정식이니까...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 재료들. 여기에 육회가 더해지면 육회비빔밥이 된다고 한다.
전주식 비빔밥답게 노란 황포묵이 함께 담겨나온 것도 특징. 성미당 비빔밥에서도 황포묵은 나물들과 함께 담겨나오더라.
뚜껑이 덮혀있는 가마솥밥.
뚜껑을 열면 그 안에 갓 지은 쌀밥이 담겨있는 걸 볼 수 있다.
크기만 조금 작을 뿐 밥이 담긴 그릇 모양이 딱 가마솥 그 자체라 진짜 솥에서 지은 밥의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음.
어쩌면 여기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짓는 이 가마솥밥 때문 아닐까 싶어...
밥을 퍼서 비빔밥 그릇에 담고, 눌은밥이 남은 솥에는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놓는다.
그리고 일반 비빔밥 비비듯 재료와 밥을 맛있게 비빈 뒤 먹으면 된다.
성미당의 비빔밥은 밥과 고추장을 먼저 넣고 비빈 상태로 그릇에 담은 뒤 그 위에 각종 나물 등의 고명을 얹어내는데
여기는 일반 비빔밥 전문점의 비빔밥처럼 흰밥과 나물을 내가 비벼야 한다. 여튼 다 비벼놓고 나니 꽤 나쁘지 않은 비주얼이 나옴.
으잉...?? 이거 내가 먹던 비빔밥과 상당히 다른데...??
성미당에서 먹었던 비빔밥이 '예상 가능한 맛있는 맛' 이었다면, 하숙영가마솥비빔밥의 비빔밥은 생각했던 것과 꽤 다른 맛.
그래서 첫 입 먹었을 때 예상과 전혀 다른 맛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우리가 아는 달짝지근한 고추장맛이 아니다.
양념장으로 비비는 장이 고추장 계열은 맞는데, 일반적인 달짝지근하고 매운 고추장이 아닌 된장에 좀 더 가까운 느낌.
그래서인지 매운맛과 단맛은 매우 적고 대신 된장의 구수함, 그리고 멸치 육수에서 나는 살짝 비릿한 향이 가미된 풍미가 있는데
일반적인 비빔밥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라 첫 인상이 되게 독특했다. 불호는 아니고 그냥 꽤 신기한 양념이라는 인상.
일반적인 비빔밥과 방향성이 좀 달라 그렇지 이거 꽤 괜찮더라. 일단 다른 동네에서 맛보기 힘든 독특한 양념장 맛이긴 했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
팔팔 끓는 찌개라기보다는 국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긴 한데, 일반적인 고깃집 된장찌개보다 장의 색이 꽤 진한 것이 특징.
앞그릇의 용도가 뭔가 했더니 이렇게 국물 담아 먹는 용도. 국자도 국물 떠 먹으라고 준 거였다.
안에 들어간 건 고추와 무, 그리고 양파, 파 정도의 고명. 두부는 따로 들어있지 않았음.
이것 역시 일반적인 된장찌개에 비해 좀 더 토속적인 맛. 춘천에서 먹었던 토장국과 꽤 비슷한 구수한 맛.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진짜 된장찌개라며 아주 좋아하겠지만 고깃집 된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물엿 베이스의 간장 양념에 절인 이게 무슨 반찬인가 했더니 당근정과라고 한다.
당근을 이렇게 쫀득한 정과로 만든다고...? 처음엔 당근 아닌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당근이라는 것 알고 살짝 놀랐음.
쫀득한 식감에 은은한 단맛, 거기에 쌉싸름한 쓴맛이 살짝 감돌며 입맛 돋우게 만드는데 여기서 맛본 가장 독특한 찬 중 하나였다.
물에 씻은 묵은지도 적당히 쿰쿰하고 새콤한 맛이 묵은지 싫어하는 나로서도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튀김은 좀 더 바삭한 갓 튀긴 튀김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뭐 이 정도로도 충분히 괜찮음. 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하지.
밥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돌아다니면서 '매운 양념 넣어줄까요?' 라고 물어보며 다니는데
처음엔 기본 비빔밥으로 먹다가 어느 정도 먹었을 때 매운 양념을 더해 다시 한 번 비벼 두 가지 맛을 즐기는 게 정석인 듯 했다.
내 쪽으로도 와서 매운 양념을 물어보길래 '넣어달라' 고 했더니 바로 양념을 넣고 본인이 직접 비빔밥을 비벼주시더라고...
이 때 깨달았음. 아, 여기는 내가 비벼먹는 것보다 직원이 비벼줘야 더 맛있어진다... 라는 걸.
매운 거라 해서 입에 불이 날 정도로 엄청 매운 양념까진 아니고 기본 비빔밥에서 살짝 고추장의 매콤함이 더해진 게 전부긴 하나
그게 다가 아님. 비빔밥의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게 단순 양념이 더해져 맛이 달라졌다의 수준이 아니라
'숙련된 전문가가 비빈 덕에 훨씬 맛있어졌다' 에 더 가까운 느낌. 이게 내가 아까전까지 먹던 비빔밥과 같은 음식이 맞나 싶을만큼
양념과 재료, 밥과의 조화가 정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는데 '와, 같은 재료도 비비는 수준에 따라 맛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라는 게
너무 제대로 느껴져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전문가가 비벼주는 비빔밥은 다르긴 다름. 이건 먹어봐야 알 수 있다.
무조건 매운 양념 더해 아주머니 보고 비벼달라고 하자. 내가 직접 비빈 것보다 몇 배는 훨씬 맛있어질 것이다.
비빔밥 다 먹고 좀 전에 뜨거운 물 부은 가마솥 뚜껑을 열면 누룽지가 먹기 좋게 끓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밥을 너무 많이 긁어내서 남아있는 눌은밥이 얼마 없긴 했지만 여튼 누룽지로 입가심까지 하고...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원래 내 먹는 거 보면 알겠지만 음식 남기는 거 정말 안 좋아해서 웬만해선 싹싹 긁어먹음) 깔끔히 클리어.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이거 보고 '힉!' 하고 흠칫 놀라더니 안절부절 못하면서
'아이고, 반찬 모자라면 더 달라 하시지...' 라고 쩔쩔매시길래 '안모자랐다, 원래 음식남기는 거 싫어해서...' 라고 해명해드렸음;;
음식 만든 거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은 게 기분이 좋았는지 아주머니 되게 친절하게 계산 받아주시고 고맙다고 인사도 해 주셨다.
하긴 나라도 내가 만든 음식 누군가 남기지 않고 기분좋게 먹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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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근처에 마땅한 주차장이 없어 이렇게 공동 주차장을 사용하는데, 해당 주차장 사용하는 가게를 간판 하나에 함께 넣었다.
이 중 비빔밥집은 가족회관, 성미당, 하숙영 가마솥비빔밥(중앙회관)
아직 하숙영비빔밥을 중앙회관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여기도 작게 '중앙회관' 이란 명칭을 써 놓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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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주시외버스 공용터미널 귀환. 평일이어서 빈자리가 많아 표 구하는 데 전혀 어려움 없었음.
꽤 붐볐던 전주역에 비해 전주시외버스터미널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외버스 터미널 건물 자체가 엄청나게 낡긴 했지만 그래도 실내는 리모델링을 거쳐 꽤 깔끔하게 탈바꿈한 편.
그래도 여기는 건물이 너무 좁고 협소해서 한 번 새로 지어야 할 필요가 있긴 하더라. 고속버스터미널과도 너무 크게 비교됐음.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전북고속 고속버스 한 대 대기중.
아쉽게도 돌아가는 차는 우등이 아닌 일반 고속버스로 걸리긴 했으나 그래도 옆자리가 비어있어 꽤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이렇게 당일치기로 떠난 전주여행, 피곤하지만 나름 하고싶었던 것, 궁금한 것들을 많이 해결한 개운한 기분으로 마무리.
물론 아직도 전주에서 가 보고 싶은 유명한 가게들은 꽤 많이 남아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내려와서 그 집들을 찾아가 보려고...
전주는 관광지로서 꽤 많은 매력이 담겨있는 도시.
당일치기라도 얼마든지 좋으니 누구나 꼭 한 번 와서 전주가 가진 매력을 맘껏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하숙영가마솥비빔밥 찾아가는 길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5길 19-3 1층(중앙동3가 78-1)
= Fin =
2024. 12. 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