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1-4) 90년 역사가 담긴 앤티크함, 센니치마에 마루후쿠 커피(丸福珈琲店)
. . . . . .
이번 여행 기간동안 일본에서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건너온 건 나 혼자였고
오늘 저녁에 여기 현지 사는 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싫다... 라는 생각 전혀 없음. 이 기회에 평소 가 보고 싶었던, 그런데 누구 데리고 가긴 조금 애매했던 곳들을
최대한 많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좀 바쁘게 돌아다니긴 했다.
밥 먹었으니 이제 커피 마셔야지... 예전부터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커피집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 곳으로 이동.
가게 이름은 '마루후쿠 커피(丸福珈琲店)'
출입구만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외관만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이 커피집은
아주 옛날, 내가 오사카 첫 여행을 가기 전부터 엄청 열심히 읽었던 노란구미의 오사카 여행기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가게다.
1934년 오픈.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대에 문을 연(일본 연호 기준 쇼와 10년) 이 가게의 역사는 무려 90년.
현재의 가게는 3대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오래 된 레트로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커피집이기도 하다.
입구 간판에서부터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그 시절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그 때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당연한 분위기였겠지만, 지금은 레트로함과 앤티크함으로 전해지는 이 분위기.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향수,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더 이런 가게에 열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콜라보레이션 메뉴도 따로 판매하고 있는 듯. 별도의 메뉴판이 담긴 입간판이 출입문 앞에 세워져 있다.
그러고보니 여기 계란 샌드위치가 꽤 유명하고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런데 나는 방금 전 카츠동을 배 터지게 먹고 온 터라 저 샌드위치까지 먹을 여력은... 없다.
뭐 당연하지만 외부음식은 반입 금지.
그리고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음료는 포장도 가능하다. 포장은 아무래도 가격을 약간 저렴하게 받는 듯.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입구 카운터 근처에 각종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드립커피 백부터 시작하여 각종 과자 등의 간식류.
전용 케이스에 담겨 나온 선물세트.
에코백도 만들어 파는데 실제 사용하진 않으면서도 이런 디자인을 보면 항상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각종 과자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 포장 때문에 한 번쯤은 눈이 가게 되는 것들.
냉장고에는 케이크나 푸딩 등도 진열, 판매되고 있음. 의외로 카페 규모, 명성에 비해 케이크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투박해 보이는 검은 쇼파, 그리고 원목과 어두운 조명이 만들어낸 실내.
실내를 한 번 돌아본 것 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이 분위기와 감성이 유지되어 왔던 것일까, 그리고 이 레트로함은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일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 조명들.
카페 한 쪽에 걸려있는 대형 액자부터...
매장 내 진열되어 있는 각종 소품들까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레 앤티크한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
아, 사람들이 이런 감성 때문에 이 곳을 사랑하고 또 많이 찾는구나. 그리고 이 감성은 하루이틀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90년이나 되는 오랜 시간동안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감성과 분위기. 그 역사가 자연스레 매장에 녹아들게 되는 것.
자리를 안내받아 앉은 뒤 메뉴판을 한 컷. 블렌드 커피는 630엔부터 시작.
커피 이외에도 주스, 탄산 등의 바리에이션 메뉴가 있다.
토스트, 샌드위치 등 가벼운 식사용 베이커리 메뉴.
디저트 메뉴. 여기 팬케이크가 꽤 맛있다고 하는데, 이번엔 패스했고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계란샌드와 함께 도전해보고 싶음.
카레라이스, 하야시라이스(하이라이스) 등의 식사 메뉴도 판매하고 있는데 문제가 없으니 파는 거겠지만
커피전문점에서 냄새 강한 카레를 먹고 있으면 뭔가 주변 사람들이 조금 신경쓰일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네코토 마루후쿠(고양이)' 라는 테마의 콜라보레이션 행사도 진행 중. 별도 메뉴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 내 눈에 들어온 건 이 푸딩.
생딸기와 허브 잎을 얹어 마무리한 미니 푸딩의 가격은 330엔... 그래, 이거에 커피 한 잔 하면 나름 괜찮지 않을까?
카츠동을 너무 배부르게 먹어 배가 꽉 차긴 했지만 이 정도의 디저트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물과 물티슈를 먼저 내어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코메다 커피도 그랬지.
마루후쿠 미니 푸딩(330엔), 그리고 매장의 시그니처 커피인 '블렌드 커피(630엔)'
항공샷으로도 한 컷.
공교롭게 푸딩이 담긴 그릇, 그리고 블렌드 커피가 담긴 컵의 면적이 같다. 찻잔 받침도 디자인이 다를 뿐 크기가 같아.
약간의 크림과 함께 취향에 따라 넣어먹으라고 각설탕 두 개, 티스푼을 따로 담아주는 디테일.
아메리카노를 주력으로 파는 요즘의 카페에선 정말 찾아보기 힘든 이 레트로한 감성.
일본에서 블렌드 커피를 많이 마셔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간 여러 가게를 다니며 마셔본 결론은 '대체적으로 다크 로스팅' 이란 것.
이 가게의 블렌드 커피도 원두를 꽤 진하게 볶아 상당히 다크하면서도 강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
가벼운 로스팅으로 산뜻한 과일향과 꽃 같은 산미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으나 이 다크 로스팅의 커피엔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뭐랄까... 조금 낡았지만 중후한 멋이 담겨있는 듯 하다. 약간 그 진짜 옛 어른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미니 푸딩은 생크림과 생딸기 한 알, 그리고 허브 잎을 얹어 마무리. 크기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탱탱하면서도 보드랍게 녹아드는 푸딩의 고소함과 카라멜 시럽이 만들어내는 달콤함.
그냥 먹어도 촉촉하니 좋지만 이 달콤함과 블렌드 커피의 쌉싸름함이 함께하면 더욱 포근하고 기분좋게 입 안에서 녹아든다.
쓴맛, 그리고 달콤한 맛이 계속 반복되는 이 느낌. 느긋하게 앉아 일회용잔이 아닌 클래식한 찻잔에 담아마시는 커피라니.
잘 마셨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푸딩과 커피의 가격은 960엔.
오랜 세월 쌓아온 마루후쿠 커피의 클래식함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커피와 디저트 가격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
다음에 이 곳을 다시 찾으면 그 땐 여기 인기 메뉴인 팬케이크, 그리고 계란 샌드도 꼭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가게를 나섰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 이런 분위기의 카페, 나는 언제든지 환영이야.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 공식 홈페이지 링크 : https://marufukucoffeeten.com/store/sennichimae/)
골목 사이를 지나 센니치마에 상점가 아케이드로 들어가는 거리.
도톤보리 거리만큼은 아니지만 이 곳도 수많은 간판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붙어있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낸 골목의 풍경.
PS : 이거 뭐 파는 가게지...!? 여기 줄 서는 사람들 전부 일본 현지인들인데;;;
이 가게는 '교쿠세이야(玉製家)' 라고 하는 곳인데, 여기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메뉴는 '오하기(おはぎ)' 라고 하는 일본 전통 떡.
멥쌀과 찹쌀을 섞어 만든 밥을 절반만 찧은 뒤 그 위에 팥앙금을 위에 묻혀서 만드는 찹쌀떡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 가게, 1899년... 일본 메이지 시대에 창업한 가게로 그 역사가 120년이 넘는다고 함. 엄청 오래 된 노포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다시 오사카를 여행으로 찾게 되더라도 이 가게를 들리게 될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 Continue =
2025. 1.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