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1-8) 오코노미야키는 역시 오사카지, 후쿠타로 본점(福太郎本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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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의 첫 날은 꽤 흥미로운 만남이 있었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닌데 먼저 오사카 지역을 여행왔던 게임하는 모 동생과 오사카에서의 여정이 하루 겹치게 되었고
또 이 친구가 오사카에 거주하며 일하고 사는 다른 친구와도 아는 사이라 셋이 난바에서 서로 만난 것.
우연히 오사카 여행을 하는 사람 둘이 서로 날짜가 겹치고, 또 현지에서 거주하는 사람과도 아는 사이라 서로 다른 일정을 보내는
한국인 셋이 오사카에서 만나 함께 저녁을 먹는 재미있는 약속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녁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후쿠타로(福太郎)' 라고 하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오코노미야키의 총 본산답게 오사카 난바 근처엔 수많은 오코노미야키 전문점들이 있는데
그 중 후쿠타야는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다른 곳에 지점이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이 곳은 '본점' 이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대기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한국어로도 붙어 있음.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캐치테이블 같은 예약 시스템 없이 바깥의 수첩에 이름을 쓰고 기다린 뒤 이름을 호명하면 들어가는 방식.
사람이 꽤 많아 거의 30분 정도는 기다린 듯.
매장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는데, 본관, 그리고 옆 건물은 아니지만 같은 건물의 옆 상가인 '별관' 이 있다.
본관에서는 직원들이 오코노미야키 등의 음식을 눈앞에서 바로 구워주는 걸 볼 수 있고 별관은 그게 없는 대신
본관에 비해 좀 더 쾌적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대신 음식은 본관에서 구워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운영.
한국어 메뉴판을 없지만 영어 메뉴판이 있어 외국인에게는 이걸 건네준다. 영어 아래 일본어 메뉴판도 함께 있음.
주력 메뉴는 당연히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 그리고 우리에겐 살짝 생소한 '네기소바' 라는 메뉴도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단품 요리를 아 라 카르트라고 하는구나...
여튼 사이드메뉴와 주류 메뉴를 한 컷.
최근 일본의 몇몇 가게들은 외국인 가격제라고 하여 외국인들에게 요금을 더 받는 경우가 있다는데, 여긴 다행히 그런 곳은 아니다.
게다가 생맥주 한 잔 가격도 600엔이니... 비싸게 파는 곳은 다행히 아님.
오코노미야키 주걱과 젓가락, 그리고 앞접시와 물수건.
일회용 물티슈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이렇게 빨아 쓰는 두툼한 물수건 주면 일단 기분이가 좋거든요.
테이블에 놓여진 거대 철판.
아쉽게도 눈 앞에서 바로 오코노미야키를 굽거나 야키소바를 볶아주는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철판을 뜨겁게 달군 상태로
음식을 만들어 내어주면 먹는 동안 식지 않고 따끈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일단 생맥주 한 잔.
먼저 나온 '믹스 야키소바(ミックス焼きそば)'
본관 쪽에서 조리를 마친 뒤 철판에 담아 오른쪽 별관의 우리가 있는 곳에 내어주는 방식.
중간에 조리하는 과정을 볼 수 없는 게 다소 심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 조리된 걸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하나는 좋긴 하다.
야키소바(焼そば)는 중화면에 소스와 야채, 고기, 해산물 등을 넣고 기름에 볶아 만드는 일본식 볶음면 중 하나로
중화요리인 '차오면' 이 변형하여 일본에 자리잡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그 유래가 정확하진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메밀국수인 소바를 대체하기 위해 밀가루 중화면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으며 마츠리 같은 일본 축제장을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된 지 오래. 야키소바를 빵 사이에 끼워넣은 '야키소바빵' 이란 음식도 일본 대표빵으로 꽤 유명하다.
이 가게의 믹스 야키소바는 야채와 함께 돼지고기, 오징어, 그리고 새우 등의 해산물을 넣고 함께 볶아내어
건더기가 아주 충실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 큼직큼직하게 오징어 몸통을 썰어낸 모습이 아주 호쾌.
앞접시에 적당히 먹기 좋은 만큼 담아서...
라면같은 쫄깃쫄깃함은 없지만 부드럽게 툭툭 끊어지는 면에 짭짤하고 뒷맛이 달콤한 야키소바 소스가 듬뿍 발라져
정말 맥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맛. 철판에 볶아 불향을 입은 양배추, 고기 등의 속재료와도 아주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누가 봐도 건강식은 아니지만 정말 원초적인 맛이라 싫어할 사람 없는 아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맛.
그냥 먹어도 좋지만 약간의 초생강을 곁들여먹으면 초생강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포인트를 주기 때문에 끝없이 들어갈 수 있다.
철판에 볶아가며 노릇하게 구워낸 이 돼지고기 정말 최고. 역시 야키소바엔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게 옳다.
두 번째 술은 '그린애플 쇼츄(소주) 하이볼(500엔)'
상큼한 청사과의 단맛과 탄산이 정말 부담없이 홀짝홀짝 들이키기 좋은... 그러나 다음날 머리 아플수도 있을듯한 맛.
두 번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네키야키(ねぎ焼)'
얼핏 오코노미야키랑 이게 뭐가 달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부침개는 밀가루 반죽에 다진 파를 듬뿍 넣고 구워낸 부침개로
부침개 위에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를 듬뿍 뿌려 먹는 오코노미야키와 달리 이렇게 부쳐낸 것 자체를 즐기는 음식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파전, 혹은 빈대떡과 이 쪽이 더 외형상, 만들어지는 과정상 비슷하다는 느낌.
부침개의 겉은 노릇하지만 속은 완전히 익지 않고 살짝 찐득하게 익어 있는 것이 특징.
그래서 속의 촉촉하고 찐득함, 겉부분의 바삭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두껍게 부치기 때문에 이런 식감이 나올 수 있기도...
부침개 안에 채썬 파가 정말 많이 들어있어 파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메뉴.
오코노미야키마냥 소스가 엄청 많이 발라진 게 아니라 소스의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그 대안으로 선택하기 좋다.
그렇다고 간이 안 되어있는 것도 아니라 이 자체만으로도 짭짤하니 좋아 역시 맥주 안주로의 궁합은 최고.
잘게 썬 파의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사카에 오면 꼭 한 번 먹어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오사카 하면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식, 그리고 히로시마식의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에게 유명한 건 단연 이 오사카식.
밀가루 반죽에 계란, 갈은 참마를 섞은 뒤 잘게 채썬 양배추를 무쳐낸 뒤 그걸 철판에 얇게 펴서 굽기 시작한 뒤 그 위에 계란,
돼지고기, 오징어 등의 재료를 올려 부친 뒤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를 적당히 올려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이 가게의 오코노미야키는 가쓰오부시가 따로 올라가지 않는데 소스를 뿌리기 전 굽는 과정에서 가쓰오부시를 함께 넣어 굽는듯.
잘게 썬 양배추가 들어있는 밀가루반죽 안에 계란, 해산물, 돼지고기 등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그래, 이거야 이거... 이 진하고 자극적인 소스 맛, 마요네즈가 만들어내는 고소함까지... 이게 오사카지.
진짜 오사카 풍 오코노미야키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히로시마와 원조 논쟁이 비록 있긴 하지만서도
오코노미야키의 본고장에서 만들어내는 오코노미야키답게 들어가는 재료도, 넘쳐흐르도록 뿌리는 소스도 매우 호쾌해서
'역시 오사카다운 맛이다' 라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진짜 이런 자극적인 소스 넣은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야키소바 같은 류의
음식들은 오사카에 오면 꼭 한 번 먹어볼 가치가 차고 넘친다고 생각.
잘 먹었습니다.
수많은 맛집들이 몰려있는 신사이바시, 난바 일대에는 여기 말고도 오코노미야키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정말 많다.
난바 쪽은 아니지만 여기서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 이동하면 나오는 한인타운이 있는 '츠루하시' 쪽에는
서울 명동에도 지점을 두고 있는 오코노미야키 전문 체인 '츠루하시 후게츠' 의 본점이 있고 재일 한국인이 운영하는 걸로 유명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오모니(어머니)' 도 있으니 거길 찾아가서 오코노미야키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어디가 되었든 간에, 오사카에 오면 오코노미야키는 반드시 먹어볼 것, 이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후쿠타로 오코노미야키 본점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8mstGK9tBgaxdFn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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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