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1-9) 닭껍질꼬치 50엔, 생맥주 190엔! 새롭게 떠오르는 초저가 꼬치주점 '신지다이(新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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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술과 함께 곁들였다 하더라도 건장한 남자 셋이 후쿠타로에서 먹은 것 만으로는 배가 찰 수 없다.
2차로 뭔가 더 먹고 마시기 위해 다른 가게를 찾아갔는데 문득 예전 후쿠오카 1박2일 여행갈 때 봤던 어떤 가게가 보였다.
닛폰바시, 덴덴타운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 가게의 이름은 '신지다이(新時代-신시대)'
신지다이는 최근 일본 전역에 어마어마한 기세로 프랜차이즈 체인을 확장시키고 있는 초 염가 이자카야로
닭껍질 꼬치튀김(텐쿠시) 한 개 50엔, 그리고 생맥주 한 잔 190엔이라는 굉장히 저렴한 초저가 정책을 고수하는 술집이다.
(물론 간판을 잘 보면 아주 조그맣게 꼬치 세후 55엔, 생맥주 세후 209엔이라 써 있지만...;;;)
그리고 이 가격 정책, 어디선가 많이 봤겠지만... 대한민국에 작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1,900원 생맥주, 그리고
900원 테바나카 파는 '생마차' 의 원조가 된 집이기도 하다. 아니 사실 따지면 생마차가 여길 거의 그대로 베꼈다...에 더 가깝지만.
(대한민국 생마차 방문 후기 : https://ryunan9903.tistory.com/570959)
일본도 물가가 많이 오르는데 반해 근로자의 월급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오르지 않아
직장인들의 주머니사정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살기 팍팍해진다고 하는데, 이런 초저가로 판매하는 균일가 술집이 많아지는 건
그 물가인상과 살기 팍팍해진 일본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반영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튼 이 신지다이는 오사카 이외에도 타 지역에도 무서운 기세로 매장을 확장해나가며 엄청 적극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고 함.
지난 여행 때 여기 보고 '한 번 가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들어가보기로 했다.
우왓! 엄청 시끄러워...!!!
매장 안은 이미 거의 대부분 만석이었고 술 마시러 온 현지인들로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운 분위기.
그런데 여기 온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기보다는 현지인들. 외국인들은 다른 맛집 찾아서 거기 가 있겠지 뭐.
처음 들어왔을 땐 자리가 꽉 차 있었는데, 그래도 나갈 때 즈음엔 이렇게 빈 자리도 곳곳에 생겼다.
원조 텐쿠시 50엔 포스터... 어질어질하다;;
진짜 어지러워질 정도로 매장 곳곳에 엄청나게 많은 포스터를 붙여놓았는데, 이 한가운데 앉아있으니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매장 분위기가 정말 산만하고 정신없다. 여기는 이런 분위기로 즐기는 술집이 맞는듯.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술집을 찾는다면 절대로 찾아가선 안 되는 곳. 다만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아주 좋은 곳.
메뉴판.
간판 메뉴인 텐쿠시는 개당 50엔부터. 그 외의 다른 요리 메뉴들도 많은데 전반적으로 가격대는 꽤 저렴한 편.
텐쿠시(튀김꼬치)의 경우 '피라미드(ピラミッド)' 라고 하여 여러 개를 한 번에 쌓아올리는 메뉴도 있다고 한다.
다만 피라미드로 여러 개 주문한다고 가격이 딱히 더 저렴해지는 건 아니다.
주류 메뉴가 꽤 재미있는데, 메인 간판메뉴인 '생맥주' 가격이 190엔, 그리고 '하이볼' 가격은 무려 150엔...!!
매장에서 마시는 하이볼 한 잔 가격이 편의점에서 파는 탄산음료 가격보다 더 싸!
이 두 개의 미끼메뉴 이외의 다른 주류들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다 저렴. 최고로 비싼 것도 450엔이고 전부 2~300엔대라
다른 이자카야, 혹은 밥집에서 파는 주류의 절반 수준으로 아주 싸게 판매하고 있다.
맥주 한 잔이 190엔인데 콜라 한 잔이 290엔... 이런 웃지 못할 가격이 만들어지는 것도 맥주가 다 미끼용 메뉴이기 때문이겠지.
그 외의 드링크 메뉴들도 290엔~390엔대로 아주 저렴.
물론 소비세가 포함되면 가격은 더 올라가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싸다.
테이블에는 기본 소스통과 함께 젓가락, 그리고 이쑤시개가 비치되어 있음.
소스 앞에 있는 검정색의 동그란 빈 통은 다 먹은 꼬치구이 꼬챙이를 꽂아놓기 위한 용도. 이쑤시개 뒤엔 직원호출용 벨.
앞접시, 그리고 맥주 놓는 잔과 함께 물수건을 하나 받음. 여기도 물수건 삶은 수건으로 주는 게 마음에 든다.
자리에 앉으니 먹을 건 주문하기 전 가벼운 야채볶음을 인당 하나씩 줬다.
서비스 안주...라기보단 나중에 계산해보니 자릿세 개념으로 내어 준 오토시. 가격은 300엔이었나 350엔이었나... 아마 300엔일듯.
여튼 신지다이도 자릿세 개념이 있으니 그건 감안해야 할 것. 딱 꼬치 하나와 맥주 하나만 먹고 간다고 해서 50+190 = 240엔만
쓰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240엔에 해당되는 소비세(세금), 그리고 자릿세를 함께 지불해야 그렇게 즐기고 가는 게 가능하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가볍게 한두 잔 하고 가기보단 잔뜩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가야 이득을 보는 시스템.
우엉이랑 당근 해서 달짝지근하게 볶아낸 요리인데, 양은 간장종지에 담길 정도로 적었지만 은근 맛있었다.
생맥주 도착.
190엔 맥주는 300ml 잔에 제공되는 듯. 아무래도 이 가격에 큰 잔에다 맥주 담아주는 건 좀 힘들겠지.
함께한 일행 한 명은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칼피스 소다(290엔) 선택.
맥주보다 더 비싼 탄산음료라는... 것을 여기서 보게 되는구만;; 그래도 맥주잔보다는 좀 더 큰 잔에 음료가 제공된다.
이것저것 시킨 음식들이 한번에 막 쏟아져나오듯 서빙되는데,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즐기기 시작.
얇게 썰어 구운 소시지. 바닥에 소량이긴 하지만 양배추 채썬 것이 함께 담겨나온다.
소시지 위에 양꼬치 먹을 때 사용하는 향신료인 '즈란' 이 뿌려져있는데, 이 즈란향이 소시지와 은근 잘 어울리더라.
소시지의 짭짤함에 즈란의 향긋함이 포인트를 주는 맛. 맥주보다 이건 사케 같은 주류에 더 잘 어울릴 듯한 메뉴다.
튀긴 교자(만두)는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간장 대신 그릇 한쪽에 마요네즈를 듬뿍 뿌려 내어준 것이 특징.
이런 거 보면서 느끼는 건데 대한민국 사람보다 일본 사람들이 마요네즈를 더 좋아하는 거 같음.
딱 봐도 바삭바삭함이 전해지는 듯한 튀김교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마요네즈를 살짝 찍어...
겉은 바삭! 그리고 속은 다진 돼지고기 소가 만들어내는 촉촉한 식감을 동시에 즐기는 맛... 이라고 하나
너무 우리나라 중화요리 전문점의 군만두맛과 똑같아서(...^^;;) 굳이 시키지는 않아도 될 법한 맛.
맛이 없다는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잘 아는 맛이라 일본에 와서 여기만의 독특한 걸 맛보기 위한 목적이면 패스해도 된다는 것이다.
신지다이의 미끼메뉴이자 간판메뉴, '텐쿠시(伝串) 피라미드 10개'
일단 10개 피라미드부터 먼저 시켜보았는데, 이렇게 접시에 10개의 텐쿠시를 피라미드처럼 차곡차곡 쌓아 내어준 게 특징.
텐쿠시 한 개 크기는 대략 이 정도.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크기가 별로 크진 않다.
닭고기 부위가 맞긴 한데 일반적인 닭고기살은 아니고 닭껍질을 아주 바삭하게 튀겨 그 위에 진한 소스를 발라 마무리한 것.
구운 닭껍질꼬치가 아닌 튀긴 닭껍질꼬치라 쫄깃쫄깃함보다는 바삭바삭한 식감이 좀 더 강한 편이고 무엇보다 이거...
...엄청 자극적이고 달고 짬. 짜게 먹는 일본음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 같은 맛.
진짜 맥주안주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맛의 자극성이 상당히 강렬하다.
문제는 이게 프링글스 한 번 뜯으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계속 먹게 만드는 요상한 마력이 담겨있다는 것. 끊을 수 없는 맛이다...;;
다음 요리는 일본식 닭튀김, '카라아게'
크기도 큼직하고 튀김도 바삭하게 잘 튀긴데다 위에 소스도 적당히 발라 맛있어보이는 이 순살 닭튀김을...
이렇게 파삭! 씹으면 그 안에는 촉촉하고 쥬~시한 육즙 가득한 닭고기살이 한 가득.
이런 게 맛이 없을 리 없다.
여기서 취급하는 생맥주는 삿포로 생맥주.
삿포로 생맥주 한 잔을 단돈 190엔(물론 소비세 포함하면 209엔이지만...)에 마실 수 있다니...!!
진짜 맥주 많이 마시는 걸 즐긴다면 이 가게는 무조건 가야 하는 게 맞겠다 싶더라. 아무리 우리나라 물가가 많이 올라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비싸졌다 하더라도 일본에서 생맥주를 계속 시켜 연거푸 마시는 가격이 만만한 건 결코 아니니까...
이 '텐쿠시' 가 진짜 묘하게 중독성 있는 요물임. 첫맛은 엄청 짜고 달아서 '윽, 이게뭐야!' 하고 놀랄만한데
계속 먹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음. 게다가 같이 여행지에서 만난 동생 한 명은 이거 정말 맛있다고 극찬.
좀 더 매콤하게 즐기고 싶으면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시치미를 골고루 뿌려먹으면 더 매콤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요리와 텐쿠시 넉넉하게 시켜서 먹고 마시고... 깔깔대며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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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2012년, 환율이 100엔당 1,400원 가까이 했던 시절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엔 그렇게 돈을 많이 벌던 시절도 아니라(지금도 아니지만) 정말 영끌을 하다시피 해서 돈을 환전한 뒤 일본을 큰 맘 먹고 왔고
대한민국에 비해 뭐든 비싼 일본의 음식, 주류 가격에 놀라 정말 꼭 필요한 것만 먹고 마시며 돈을 어떻게든 아끼고 다녔던지라
밤에 이렇게 이자카야나 술집 와서 맥주 마시고 안주 시켜서 먹고 노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젠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12년 전, 뭣도 모르던 시절 처음 왔던 2012년의 오사카, 그리고 세월이 지나 2024년에 찾은 오사카.
이 도시, 이 번화가는 그대로지만 그 장소를 즐기는 나는 그 기간동안 먹은 나이만큼이나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좋아!
(신지다이 오사카난바 난산도리점(大阪難波なんさん通り店)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CM6XeFKaSEzwai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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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1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