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1-31) 값은 비쌌지만 품격은 남달랐다. 정통 구라파 요리 전문점, 몬(欧風料理 も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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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의 교통의 요지이자 최대 중심가인 '산노미야(三宮)'
이 곳에 1936년 창업하여 그 역사만 90년 가까이 된 매우 유서 깊은 레스토랑이 있다. 가게 이름은 '몬(もん - MON)'
고베는 항구를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상당히 빠른 시기에 개항을 하여 이 때 서양인들이 많이 유입되었는데,
이 서양인들로 인해 쇠고기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고베가 있는 효고현의 쇠고기가 맛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레 '고베규' 가 지역을 대표하는 쇠고기로 명성이 높아졌는데, 때마침 돈까스의 원형인 서양의 '커틀릿' 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돼지고기보다 쇠고기가 더 흔한 고베에선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사용한 커틀릿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비프카츠.
몬은 구라파(유럽) 풍의 요리(欧風料理)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특히 쇠고기를 튀겨 만든 '비프카츠' 가 유명하다고 한다.
가게 앞에 붙어있는 간판에서 가게의 역사, 그리고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진짜 딱 그 시절의 감성 아닌가(살아본 적은 없지만).
매장 입구에 메뉴판이 붙어있음.
메뉴는 일본어, 그리고 영어 두 가지 언어로 표기되어 있는데 가격은... 일반적인 식당에 비해 꽤 높은 편.
여행으로 와서 먹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매일 하는 식사로는 조금 부담스런 가격이라 어쩌다 한 번 기분낼 때 오기 좋을 것 같다.
매장은 두 개 층으로 운영 중.
안으로 들어가서 두 명이 왔다고 하니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안내를 해 주었다. 2층 계단은 출입구 바로 앞에 있음.
쇠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라 이런 간판도 붙어있는 것 아닐까... 계단 올라오는 길목에서 찍은 간판.
옆에 붙어있는 2024년의 달력에는 엣 시절의 고베 시내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노면전차가 다니던 시절.
내부 인테리어는 꽤 재미있는데... 당시 유럽풍의 양식을 재현하면서 거기에 일본식을 접목한 느낌.
그래서 테이블마다 이런 가면이 붙어있는 모습이 좀 이색적이랄까...
지금도 사용하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옛날 스타일의 공중전화도 한 대 설치되어 있고... 그 앞엔 매장의 명함이 놓여 있다.
양, 그리고 소 일러스트가 선팅되어 있는 창문이 꽤 귀여움.
어우 분위기 진짜...ㅋㅋ 우리나라로 따지면 진짜 역사 오래 된 정통 경양식집 스타일이라고 봐야 되려나...
왠지 경양식 돈까스 시키고 밥, 그리고 빵 중 하나 골라야 할 것 같은 느낌. 여튼 굉장히 앤티크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실내.
각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어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래도 꽤 독립적인 분위기에서 식사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계열의 가구를 사용해 그런지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은 느낌.
침울한 분위기가 아니라 꽤 무겁고 엄숙한? 뭐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게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님. 전반적으로 차분함.
이쑤시개를 포함, 테이블에 기본으로 놓여 있는 각종 양념통. 그 뒤에 세워져 있는 건 메뉴판.
레스토랑 '몬' 키친 고베 산노미야.
메뉴판은 밖에서 보던 것과 동일.
가게의 대표 메뉴인 '비프 커틀릿 - 비프카츠' 의 가격은 2,860엔(세후). 우리돈으로 약 26,000원 정도...
...아무리 여행을 왔다 쳐도 한 끼 가격으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
다만 돈카츠의 경우 1,820엔으로 의외로 현실적인 가격인데 저게 튀김만 나오는 것, 밥, 장국이 붙는 세트는 1,980엔이다.
뭐 근데 난 이거 먹으러 온 거니까 과감하게 비프카츠 도전!
물과 함께...
빨아 쓰는 물수건이 따끈하게 데워져 나오는데, 일본은 아직 이런 물수건 주는 집 많은 게 좋더라.
기본 식기 준비.
양식이라 포크와 나이프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지만 그래도 편하게 먹으려면 역시 젓가락이 있어야겠지?
젓가락만큼은 나무젓가락을 쓰고 있다.
같이 간 분의 '포크 커틀릿 - 몬 스타일의 돈카츠(돈까스)'.
돈카츠를 꽤 독특하게 튀겼는데, 고기를 얇게 펴서 큰 덩어리로 튀기는 게 아닌 두툼한 작은 덩어리를 여러 개 얹은 모습.
그리고 특이하게 사이드로 큼직하게 썬 양배추가 담겨나온다.
돈카츠 소스와 함께 단무지를 비롯한 야채절임도 함께 제공.
그리고 사진엔 살짝 걸쳐보이지만 흰쌀밥과 함께 장국도 함께 나오는 게 세트인 듯. 이렇게 해서 1,980엔이면 뭐... 그럭저럭?
내가 주문한 '비프카츠(2,860엔)' 도착.
샐러드가 사실 먼저 나왔는데, 손 안 대고 음식이 다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전체샷으로 한 컷.
샐러드는 별도의 그릇에 담겨나왔다.
채썬 양배추를 베이스로 양파 슬라이스, 그리고 피망 슬라이스와 함께 오이를 얹어 마무리한 가벼운 샐러드.
위에 노란 덩어리 가루는 계란노른자였던 것 같음. 산뜻한 맛.
밥과 빵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이런 가게에서는 빵을 먹어야 할 것 같아 빵으로 선택.
나이프에 얹은 버터 한 조각과 함께 따끈하게 구운 바게트빵, 그리고 검은깨를 넣은 곡물빵 이렇게 두 조각이 나왔다.
...원래 옛날부터 경양식집 가면 밥 대신 빵 선호하는 편이긴 했음. 밥은 평소 집에서도 먹는 건데 빵은 이런 특별한 날이 먹는거라
어쩐지 경양식 먹을 땐 빵을 함께해야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다... 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우왓! 이 빵 뭐 이렇게 맛있지!?
고베가 쇠고기로도 유명하지만 과자나 빵으로도 꽤 유명한 도시긴 함.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빵, 기대 이상으로 좋은데?
일단 따끈하게 데워 온기 느껴지는 것도 좋은데 위에 버터만 살짝 발라 한 입 물었을 때 퍼지는 고소함과 진한 맛이 장난 아니었다.
와 이건 그냥 바게트가 아니라 진짜 수준급이었음. 물론 매장에서 직접 굽진 않고 사서 쓰겠지만 진짜 좋은 가게 빵 쓰는구나...
메인인 비프카츠(비프 커틀릿)는 솔직히 처음 받아들었을 때 '엥?'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게 사실.
다른 이유는 없다.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기 쉬운 김밥천국 돈까스와 비교해도 잘 해야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굉장히 적은 양이 나왔음.
크기가 이렇게 작은데 가격이 2,860엔씩이나 한다고...?
음... 이건 사진으로 보면 실감이 잘 안 갈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 크기가 더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이드 가니쉬로는 삶은 당근과 시금치, 그리고 스파게티면이 함께 담겨나왔다.
샐러드는 아예 별도 그릇에 담겨나왔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은 되지 않았음.
일반적인 돈까스용 우스터 소스보다 좀 더 색이 진하고 점성이 약한 비프카츠 소스가 접시 가득 담겨있다.
음... 왕돈까스 먹는 것처럼 큼직하게 썰어 우적우적 먹는 게 아니라 조금씩 썰어 맛 음미하면서 즐겨야겠군...!!
당근 되게 맛있게 잘 삶았는데, 그냥 삶기만 했을 뿐인데 당근에서 전해지는 단맛을 최대한으로 끌여올렸다 해야 할까.
당근이 원래 단맛이 있는 채소긴 한데 이건 유독 더 단맛이 센 게 살짝 과장하면 과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더라.
스파게티 면도 얼핏 그냥 생면처럼 보이지만 소금간이 살짝 되어있었음.
따로 쇠고기의 굽기 정도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기본 튀김 정도는 미디엄.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를 잘랐을 때 보이는 선홍빛의 고기 색이 튀김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부드럽게 잘 썰림.
와... 잘 만든 비프카츠는 이런 맛이 나는구나...
일단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이 비프카츠를 가성비 측면에서 생각하면 완전히 꽝임.
2,860엔이면 훨씬 더 푸짐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여길 가성비로 배부르게 먹는다 생각하고
방문하면 분명 100% 낭패를 본다. 특히 나 같이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하지만 그런 걸 포기하고 순수하게 맛을 즐기기 위해 온다면 여기 비프카츠는 찐임.
일본식으로 변형된 '규카츠' 와는 확실하게 다른 맛. 튀김옷 안에 고기가 들어있는 건 영락없는 포크 커틀릿의 그것이 맞음.
그런데 안에 들어간 건 미디움으로 구운 쇠고기의 진한 맛. 육즙이 흘러나오며 입 안 가득 고기맛이 퍼지는 그 느낌.
진짜 맛있음. '아, 이게 진짜 비프카츠구나...' 라고 납득하며 제대로 느낄만한 맛이다.
비프카츠 먹으면서 빵 한 개도 같이 번갈아가며 즐겨주고...
후, 솔직히 양은 정말 적었지만(...) 내 기준으로 이 메뉴 세 개는 시켜 겹쳐놓고 먹어야 배가 찰 것 같지만(...^^;;)
그래도 음식의 퀄리티에 대한 만족도는 정말 높았다. 여기 비프카츠 진짜 맛있었음.
규카츠와는 다른 '제대로 만든 비프카츠의 정석' 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는 느낌.
문득 옛날 경양식 레스토랑 갔을 때 '비후까스' 라는 메뉴를 늘 메뉴판에서 보기만 하고 가격 때문에 실제론 시키지 못했던 기억.
그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의 궁금증과 못 시키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지금 이 음식으로 완전히 날려버렸다고 해야 할까...
고베 하면 '고베규' 라 으뜸이라지만 구워먹는 쇠고기 말고 비프카츠도 한 번 먹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될 때, 가성비 따지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집에 가서 옛 분위기를 느끼며 차분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산노미야역 앞에 있는 90년 역사의 구라파 풍 요리 레스토랑, 몬을 한 번 방문해서 시간여행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유럽풍 요리 레스토랑, 몬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9xaebJbY4eDT8Dj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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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