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 근방에 위치한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잘 알려져있다고 하는(그래서 저는 모르는) 생선회 전문점 '미소네'
여기 제 주변 사람들은 다들 가본 적 있다고 하면서 되게 좋은 곳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던데
저는 인연이 없어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여길 잘 아시는 분께서 소개해주셔서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가게 규모가 꽤 큰 줄 알았는데 밖에서 보니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내부가 벌써 사람들로 꽉 차 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4인 테이블이 딱 하나 남아있다고 하여 거기로 안내받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앉은 뒤 테이블 왼쪽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한 컷.
오른편에 있는 방어의 경우 겨울철 한정 메뉴라고 하는데요,
뱃살, 중간살, 등쪽살 세 군데 분위가 있고 가격은 뱃살이 제일 높았습니다. 가격은 12만원.
다만 인당 12만원이 아니라 12만원 가격에 맞춰 회와 함께 각종 음식들이 코스로 나오는 것이라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4인이 방문했는데, 4인이 함께 먹기에 딱 괜찮았습니다. 많이 드시는 분은 3인도 가능할 듯.
가게 사장님께서 겨울 방어가 좋다면서 직접 큼직한 방어 한 마리를 꺼내와 보여주셨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 방어 요리를 코스로 먹게 될 예정. 지난 노량진수산시장 이후 두 번째 방어로 기대가 꽤 큽니다.
소주잔과 앞접시, 그리고 물수건과 함께 기본 세팅 완료.
와사비를 살짝 얹은 초장과 간장도 준비 완료.
오늘의 술은 테라, 그리고 두꺼비진로가 함께합니다.
소맥을 아주 잘 마는 친구가 있어 첫 잔은 그 친구에게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저는 워낙 이런 걸 잘 못 해서... 그냥 다른 사람에게 해 달라고 맡기는 걸 좋아하는 편.
나름 황금비율로 말아낸 소맥. 사실 맥주 비중이 낮아 조금 도수가 높은 편.
일단 오래간만에 서로 만난것을 반가워하며 한 잔.
그리고 이 아래부터는 12만원 방어뱃살 코스 주문시 나오는 요리들입니다.
일반 횟집의 스끼다시 - 라 불리는 것처럼 미리 한 상 가득 깔리는 게 아닌 순서대로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풀 코스로 코스요리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요리 : 방어회 무침.
방어회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 가볍게 워밍업으로 시작하는 회무침.
잘게 썬 적상추와 깍둑썰기한 방어회를 초고추장에 무친 뒤 참깨를 뿌려 마무리, 매콤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웁니다.
두 번째 요리 : 방어조림.
방어 꼬리 부분을 무와 함께 매콤하게 조린 생선조림으로 얼큰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지는 게 특징.
일반 생선조림에 비해 단맛이 좀 있는 편이라 밥반찬보다는 그냥 술안주로 먹는 게 더 잘 어울립니다.
세 번째 요리 : 두부탕수.
튀긴 두부 위에 탕수육 소스를 끼얹어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튀김요리.
네 번째 요리 : 참치죽.
엑기스가 농축된 진한 맛이라 이거 꽤 괜찮더군요. 그냥 단품 죽으로 먹어도 좋겠다 느낄 정도였습니다.
다섯 번째 요리 : 닭똥집 볶음.
닭똥집을 큼직하게 썬 양파와 함께 볶은 요리로 꼬들꼬들 쫄깃쫄깃한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닭똥집은 튀김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소금 넣고 양파와 함께 살짝 볶아내는 것도 일품.
여섯 번째 요리 : 방어머리 구이.
'헉, 이건 어떻게 먹는거지?' 라며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던 호쾌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먹어야 되지 싶었는데, 은근히 껍질을 벗겨내니 속살이 꽤 많이 숨어있었습니다.
적당히 한 덩어리 떼어 머리 안에 붙어있는 속살을 발라먹으면 됩니다.
'어두육미' 라는 사자성어가 있듯, 구운 방어머릿살을 와사비 푼 간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별미.
좀 전의 방어조림은 밥 생각이 딱히 안 났는데, 이건 은근히 밥 생각이 나게 만들던...
일곱 번째 요리(메인) : 방어(뱃살)회.
방어뱃살 코스의 꽃이자 하이라이트. 총 36점의 회가 썰어져 나왔습니다. 네 명이 갔으니 인당 9점씩.
슬라이스한 풋고추와 생마늘,
그리고 참기름과 다진고추를 넣고 양념한 쌈장이 함께 나옵니다.
모양은 좀 투박하지만 기름이 잘 오른 방어.
사실 이 생선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번 먹어본 뒤
'오, 이거 기름지고 꽤 맛있네' 라며 사람들이 그렇게 환장(?)하는 이유를 좀 늦게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방어회를 싸 먹으면 좋다며 인당 하나씩 시판 도시락김이 함께 나왔습니다.
기름이 올라 윤기 흐르는 회 한 점.
일반 활어회와 다른 씹을수록 느껴지는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좋습니다.
사실 이 날, 날씨가 꽤 추웠던지라 내심 회보단 국물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이걸 먹고 그 아쉬움이 싹 가시던.
와사비간장을 살짝 찍어 이렇게 김에 싸 먹는 것도 별미.
꼭 이렇게 먹는 게 정답은 아니니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대로 회를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여덟 번째 요리 : 즉석(셀프) 방어 김초밥.
와사비를 살짝 바른 초밥용 밥과 함께 참깨를 넣고 버무린 방어살, 그리고 도시락김 하나가 투박하게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여기를 자주 찾아오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수도 있겠지만, 음식의 담음새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느낌.
담음새에 신경쓰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좀 더 맛있게 즐기는 쪽에 치중하는 듯.
모양은 좀 별로여도 이렇게 회 한 점과 밥을 함께 넣고 김에 싸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회만 따로 먹을 땐 생선 특유의 기름기가 좋았고, 이렇게 만들어먹으면 이 나름대로 김과 참깨의 고소한 맛이 더 배가된 느낌.
아홉 번째 요리 : 고등어 초밥.
신선함이 조금만 떨어져도 특유의 비린맛이 확 올라올텐데, 비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초밥.
초밥 위에 잘게 다진 생강이 듬뿍 올라가 비린맛을 어느정도 잡아준 것도 있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렇게 생강을 많이 올렸는데도 무슨 비결인 건지, 엄청 맵거나 혹은 생강맛이 생선맛을 가리진 않았습니다.
열 번째 요리 : 생선초밥.
원래 코스에는 없었던 건데, 같이 간 친구 한 명이 단골이라 서비스로 한 접시 더 챙겨주신 듯.
모양은 조금 별로지만(^^;;) 그래도 좋네요.
양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여기까지 먹으면 밥이 들어가서 포만감이 꽤 차오르기 시작.
열한 번째 요리 : 오징어 튀김.
분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길쭉한 오징어튀김이 아닌 여러 부위를 무작위로 썰어 튀겨낸 요리.
튀김옷에 적당히 간이 되어있어 간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분식집, 혹은 고급 일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튀김 튀기는 스타일도 그렇고 맛도 조금 다른 편이에요.
열두 번째 요리 : 숙주와 녹말을 넣고 볶아낸 볶음 우동.
생선초밥과 마찬가지로 식사 개념으로 즐기는 면 요리.
자극적인 맛이 강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볶음우동이라 밀가루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속이 풀리는 느낌.
앞서 먹은 음식들이 약간 식사같지 않다고 느낀 분들은 이 우동으로 식사를 대신하면 될 듯.
살짝 걸쭉한 느낌의 소스가 중화요리 같단 인상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열세 번째 요리 : 매운탕.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은 방어뱃살 12만원 코스 요리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요리입니다.
밥을 따로 추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다들 배가 꽉 찼기 때문에 굳이 밥은 필요없을 듯.
얼큰한 매운탕 국물이 우동과는 달리 속을 확실하게 따뜻하게 해 주고 술기운을 풀어줍니다.
방어회무침으로 시작해서 매운탕까지, 13번에 걸친 방어뱃살 코스는 여기까지.
사당역 근방에 위치한 방어회를 비롯한 각종 회 요리 전문점 '미소네'
화려한 인테리어나 보기 좋은 음식의 데코레이션 같은 건 비록 없었지만,
순서대로 나온 모든 음식들 대부분이 괜찮았습니다. 물론 메인인 방어회도 좋았고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영업에 제약이 있어 방문했던 때처럼 맘 편하게 즐기기 좀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만,
향후 확진자 수가 낮아지면서 다시 안정기가 찾아오면 방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미소네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4호선 사당역 10번출구, 사당 새마을금고 뒷편 골목에서 좌회전 후 쭉 직진
2020. 12. 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