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 맞은편 아파트단지 옆 상가에 재미있는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이런 가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조금 동네 분위기와는 안 어울리는 식당이기도 한데요,
바른치킨 건물 2층에 위치한 '누들아한타이' 라는 태국요리 전문점으로
게임센터의 목적으로 이 동네를 찾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늦게서야 이 가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한 층 올라가야 하는데요,
1층 계단 입구엔 누들아한타이 간판과 함께 가게에서 판매하는 대표 메뉴들 사진와 메뉴명이 적힌 간판이 있습니다.
메뉴를 슬쩍 보면 눈치채시겠지만, 요리류보다는 주로 단품 식사가 가능한 식사 메뉴가 많습니다.
2층 올라오는 계단에 위치한 태국 전통 수상 가옥 배경과 '누들아한타이' 의 로고.
사실 저는 태국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한 번 가 보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있긴 하지만요.
실내는 적당히 넓고 분위기도 아늑한 편.
화려한 인테리어의 인도요리 전문점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는 없는 그냥 평범하고 깔끔한 식당 분위기입니다.
적어도 식당 내 분위기에서 태국의 이미지(?)가 전해지진 않았으니까요ㅋㅋ
메뉴판을 한 컷.
모든 메뉴들의 발음도 한글, 그리고 그 메뉴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써 있어
태국 요리를 처음 먹어보는, 혹은 처음 와 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메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품 요리보다는 주로 식사 메뉴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요리는 식사와 함께할 수 있는 사이드 메뉴 정도.
태국의 대표적인 국물요리 중 하나인 똠양꿍도 준비되어 있군요.
반찬으로는 새콤하게 절인 양파와 무 절임이 기본 제공됩니다.
치킨무와 엇비슷하거나 새콤함이 조금 약한 맛.
쌀국수 국물맛이 나는 국물도 온수통에 비치되어 있어 셀프로 직접 가져다먹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국물과 물, 그리고 반찬은 셀프 서비스.
기본 식기 세팅 완료.
식사하면서 사이드로 함께 먹기 위해 주문한 튀김 요리인 '텃만꿍(6개 10,000원)'
텃만꿍은 다진 새우에 마늘, 코리앤더 등을 첨가하여 반죽한 뒤 작게 모양을 잡고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겨낸 음식으로,
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튀김 요리라고 합니다. 함께 나온 칠리 소스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둥글게 튀겨낸 다진 새우튀김의 크기가 꽤 큼직하고 또 꽤 두툼한 편인데요,
칠리 소스를 원하는 만큼 듬뿍 찍어 뜨거울 때 바로 먹으면 됩니다.
돈까스처럼 빵가루를 입혀 바삭바삭하게 튀긴 튀김옷 안에는 다진 새우살이 듬뿍 들어있는데요,
이거 되게 맛있네요. 다진 새우라 탱글탱글한 식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촉촉하고 진한 새우살 맛이 일품.
거기에 튀김옷도 딱딱하지 않고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내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생각 외의 높은 퀄리티에 다들 호평.
식사 메뉴로 주문한 태국식 볶음면 '팟 타이(Phat Thai)'
꿍(새우), 탈레(해산물), 느아(쇠고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익숙한 쇠고기를 선택했습니다.
팟 타이 가격은 주 재료와 무관하게 한 접시 7,500원인데, 1,000원을 추가하면 곱배기로 주문 가능합니다.
천원 더하면 양이 많아지는 곱배기 시스템은 또 일반 중화요리 전문점과 비슷하네요ㅋㅋ
'팟타이'에서의 '팟(Phat)'은 '볶음'을 뜻하는 태국어, 그리고 '타이(Thai)'는 '태국'을 부르는 현지 발음.
팟타이는 숙주를 넣은 면과 함께 계란, 쇠고기, 각종 야채류를 넣고 함께 볶아낸 태국의 대표적인 볶음국수로
짠맛, 신맛, 단맛의 세 가지 소스가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양념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접시에 적당히 먹을 만큼 덜었습니다. 큼직한 쇠고기 덩어리도 한 조각!
오, 이것도 꽤 맛있어요.
이국적인 향신료 맛에 익숙치 않은 한국 사람들을 위해 소스를 약간 한국인 입맛에 맞춰 조절한건지
거부감 나는 향이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되게 맛있는 볶음국수였습니다.
살짝 야키소바와도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숙주의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쇠고기, 계란 등의 풍부한 재료가
납작한 면과 잘 어울리면서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입니다.
실제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팟타이와 소스 맛에서 차이가 있을 진 몰라도, 한국 사람 입맛에 아주 잘 맞게 어레인지한 느낌.
면 요리를 하나 시켰기 때문에, '카오 팟(khao phat)' 이라는 볶음밥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중화요리의 볶음밥과 유사해보이는 태국식 볶음밥으로 가격은 6,500원. 1,000원을 더하면 곱배기 가능.
볶음밥도 꿍(새우), 탈레(해산물), 무(돼지고기)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볶음밥은 탈레(해산물)을 선택했습니다.
해산물의 종류가 아주 다채로운 건 아니고 칵테일새우, 오징어, 문어, 홍합 정도가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대신 해산물 건더기가 꽤 큰 편이라 볼륨감은 나름 괜찮은 편입니다.
밥의 색이 강황을 넣은 것처럼 샛노란 것이 특징.
계란과 당근, 파 등의 야채를 잘게 썰어 볶아내었다는 점은 중화요리 볶음밥과 비슷해 보이네요.
이것도 꽤 맛이 좋습니다. 팟 타이에 비해 덜 자극적이면서 적당히 고슬고슬하고 간이 잘 된 맛있는 볶음밥.
역시 현지의 맛을 그대로 전하기보단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약간의 타협을 한 느낌.
향이 좋은 자스민차도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어 식사와 함께 차를 즐길 수 있고
혹은 식후 입가심으로 따끈하게 한 잔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세 명이서 텃만꿍과 함께 면 하나, 밥 하나를 곱배기로 시켜 나눠먹으니 딱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태국 요리를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 정통 태국요리와 비교해서 '이렇다' 라고 감히 평가할 순 없지만,
현지의 맛을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현지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어떻게 해야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연구하고 변화, 타협하여 만들어 낸 음식들이 인상적이면서 꽤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곳.
어쩌면 여기가 번화가가 아닌 주거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 곳이라 더욱 더 입맛을 맞추는 데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자주 갈 수 있었을텐데, 이제 망월사를 찾을 일이 사실상 없어지다시피한 상황이라
안타깝게도 이 가게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 . . . .
제 블로그에서 그간 망월사역 근방에 위치한 밥집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지요.
이 곳에 따로 친구, 친척이 거주한다거나 근처에 연고지가 있는 건 아니었고,
사실 그동안 망월사를 자주 찾게 된 이유는 바로 망월사역 3번 출구 근방에 위치한 이 '아케이드 원 청소년 게임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케이드 원' 게임센터는 지난 2월 14일, 마지막 설 연휴를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의 영업 시간은 오후 두 시부터 오후 8시까지.
꽤 오랫동안 주말에 반가운 사람들도 만날 겸, 게임도 즐길 겸 집에서 먼데도 불구하고 종종 찾아갔던 게임센터였고
특히 재작년 겨울엔 'Go 4 The Top' 이라는 비공식 댄스 댄스 레볼루션 대회도 크게 열었던 곳이라 더 애착에 남는 곳이었습니다.
마지막 영업일,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핫팩, 그리고 음료 등을 무료로 배포.
위치가 워낙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타격을 입어 평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마지막 영업일엔 게임센터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모였습니다.
물론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직원들도, 그리고 방문객들도 실내에서 필수적으로 마스크 착용 및 모니터링.
많은 추억이 담겨 있던 망월사 아케이드 원의 '댄스 댄스 레볼루션'
이 기기에서 일본인 고수들이 찾아와 한국 사람들과 함께 교류했고, 그리고 또 수많은 기록들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있는 이 기기도 다른 곳에 새로 자리잡을 때까지 당분간은 안녕이군요.
국내 최초로 수입되어 전국에 단 세 대(망월사 두 대, 부산 게임디 한 대)뿐인 '크로스비츠 레브' 도 이제 안녕히.
기기 한 대는 개인이 소장하고, 다른 한 대는 향후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듯 합니다.
저녁 8시에 모든 기기 가동이 종료되면서 게임센터 점장이 나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사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감사함, 그리고 아쉬움을 전했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상을 따로 찍은 게 있는데, 영상을 몇 번을 다시 돌려봐도 참 마음 속 찡한 감정이 계속 올라오네요.
수많은 청춘의 추억이 담긴 게임센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야 이미 여러 번 겪어왔습니다마는
그래도 이렇게 추억의 장소가 또 사라지는 걸 보는 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2년 6개월간 함께 한 망월사 아케이드 원 청소년 게임장!
덕택에 오랫동안 좋은 추억 많이 쌓을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귀중한 만남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게임센터는 사라지게 되더라도, 이 곳에서 새롭게 싹튼 사람들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그동안 즐거운 공간을 제공해준 아케이드 원 게임센터 관계자 여러분들께 수고했단 말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누들아한타이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 하차, 망월사역 사거리에서 길 건너 골목 안으로 직진
2021. 2. 1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