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청년밥상 문간' 이라는 이름의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신부님에 대한 이야긴데요,
[아무튼, 주말] 사장은 신부·목사님, 스님도 후원… 3000원 청년 밥집을 아시나요)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549118
이 곳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식사를 거르고 다니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
글라셋선교교수도회의 이문수 신부(47)가 직접 설립한 식당으로 비영리시설이라고 합니다.
단돈 3,000원에 푸짐한 김치찌개와 함께 밥까지 무한으로 제공하는 김치찌개 전문점이기도 하고요.
정릉시장 내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로 접근할 땐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내려 정릉시장 쪽으로 걸어오는 게 빠릅니다.
청년밥상 문간이 생기게 된 계기,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해선 윗 기사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식당 2층 출입구에 쌓여 있는 쌀 포대.
쌀 브랜드가 제각각인데, 후원, 기증을 받은 것들이 많다고 하니 이 쌀들도 아마 후원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식당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데 2층 계단 복도에 붙어있는 수많은 방문객들의 포스트잇 흔적.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그리고 2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휴식 시간.
매주 일요일에는 청넌자립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휴식 시간 없이 영업한다고 합니다.
또한 꿈나무카드를 갖고 온 어린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가게기도 합니다.
매장 내부를 한 컷. 오른쪽은 주방 겸 밥, 반찬 등을 직접 담아올 수 있는 셀프 코너.
처음 찌개 주문시 나오는 것 이외의 나머지는 전부 셀프 서비스입니다.
출입문 사이 외벽에 붙어있는 '청년문간' 의 로고.
왼쪽과 오른쪽 둘 다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입니다.
청년밥상 문간은 단일 메뉴, 김치찌개 하나만 판매하며 가격은 3,000원.
김치찌개에는 두부와 고기가 기본으로 들어있고, 고기를 제외한 그 밖의 모든 사리는 1,000원입니다.
이 가격으로 판매하면 매장을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려울 텐데, 사람들의 후원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하네요.
심지어 신부님께서 운영하는 곳임에도 불구, 스님들께서도 후원을 해 준다고 합니다. 이게 진정한 종교 대통합인가.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는 휴대용 가스렌지.
기본 식기 세팅. 물론 물도 셀프입니다.
반찬은 총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미역줄기 무침과 콩나물 무침 두 가지.
콩나물은 심심하게 간이 되어있어 김치찌개에 넣고 같이 끓여도 괜찮을 것 같아보입니다.
미역줄기는 평소 좋아하는 반찬은 아닌데, 여기 건 꽤 맛있게 잘 볶아져서 덥석덥석 많이 집어먹었네요.
밥솥에 들어있는 쌀밥은 먹고 싶은 만큼 직접 담아오면 되는데, 역시 원하는 만큼 갖다 먹고 더 갖다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녁이라 과식은 조금 절제해야 해서 밥은 추가 없이 이 정도로만...!!
청년밥상 문간의 '김치찌개(3인분 9,000원)'
여기에 오뎅(어묵), 햄, 라면을 하나씩 추가했으니 3,000원을 더해 12,000원. 실질적으로 인당 4,000원 꼴.
라면사리가 두 개 들어간 것 같지만, 한 개를 옆으로 가른 뒤 포개놓은 거라 실제로는 한 개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라면사리를 포개놓으니 뭔가 되게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네요.
가격이 저렴한데도 불구 사리를 추가해서 그런지 내용물이 굉장히 푸짐한 편입니다. 김치찌개가 아니라 부대찌개 같아요.
한 번 끓인 상태로 나오는 거라 돼지고기도 다 익은 상태로 나와 오래 끓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네요. 그런데 진짜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 그런지 김치찌개 같지가 않아요...ㅋㅋ
국물보다 건더기가 더 많을 정도로 튼실한 찌개.
애초 이윤을 목적으로 장사하는 곳이 아니란 걸 감안해도 직장인들 보기에 진짜 말이 안 되는 가격과 양이에요.
먼저 라면부터 건져 먹습니다.
푹 퍼지지 않고 살짝 꼬들꼬들한 상태로 즐기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딱 좋아할 정도로 덜(?) 익어 좋네요.
그 다음엔 국자를 이용해 앞그릇에 덜어 밥과 함께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국물 얼큰하니 아주 좋아요.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새콤한 맛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추운 날 몸을 녹여주기에 딱 좋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물입니다. 되게 맛있게 잘 끓였습니다.
어릴 때나 나이를 먹은 지금이나 정말 좋아하는 소시지.
김치를 넣은 얼큰한 탕과 소시지, 햄의 조합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말 환상적이지요.
돼지고기 또한 따로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하게 들어있어 아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철저하게 김치찌개엔 돼지고기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돼지고기파.
그 밖에 두부, 어묵 등의 건더기와 더불어 김치도 넉넉하게 들어있어 다른 반찬 없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밥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방문했던 당시, 한파가 꽤 심하게 몰아쳤던 추운 날이었는데 뜨껍고 얼큰한 국물로 저녁을 먹고 나니
온 몸이 따뜻해지면서 스르르 녹아드는 기분. 정말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1인 방문시 1인 찌개 주문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뉴스기사 내 신부님 인터뷰를 보면 박리다매로 파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줄 수록 좋다고 합니다.
굳이 청년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와서 식사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내가 가도 괜찮을까? 라며 주저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그래도 주머니사정 가벼운 청년층의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지만요...^^
2층 식당 옆에는 '청년카페 문간' 이라는 이름의 함께 운영하는 무인 카페가 있습니다.
'무료 공유 공간' 을 표방하는 곳으로 식후 이 곳에 이동해서 커피도 한 잔 즐길 수 있습니다.
청년카페 문간은 카페 겸 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유 공간으로
식사를 한 손님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별도의 지킴이 없이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책이 정말 많은데,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얼마든 꺼내다 읽을 수 있어요.
왼편 책장에는 만화책도 많이 꽂혀 있습니다. 특히 슬램덩크 전권이랑 유리가면 애장판까지 있네요...ㅋㅋ
출입문 오른편에 캡슐커피 네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생강차, 녹차 등의 티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손소독제 왼쪽엔 과자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네스프레소 사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무료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이용 요금이 있는데 한 잔당 1,000원.
네스프레소 기기 옆에 작은 노란색 저금통이 있는데 음료는 한 잔당 1,000원씩 넣어주면 됩니다.
무인 운영이라 사실상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지만, 이런 곳일수록 더더욱 가게의 룰을 지키는 게 중요하겠지요.
과자는 쁘띠몽쉘이 비치되어 있고, 자유롭게 가져다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과자도 후원이나 기증을 받는 게 아닐까 싶은데 뒤에 이용할 사람들을 위해 가급적 인당 하나씩.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한 신선한 커피와 함께 디저트로 몽쉘 초콜릿 케이크까지.
사리 추가해서 배부르게 밥 먹고 커피까지 마시는데 단돈 5,000원밖에 들지 않았다는 게 되게 신기하네요.
덕택에 맛있는 식사와 함께 좋은 공간에 대한 체험을 즐기며 편안히 쉬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릉시장의 '청년밥상카페 문간'
많은 청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PS : 청년밥상 문간은 연신내에 '따뜻한 밥상'이라는 이름의 별도 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 청년밥상 문간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1번출구 하차 후 아래로 쭉 내려와 정릉시장 내 위치
2021. 3. 1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