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 직전 서울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에 큰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화재는 과일 매장을 비롯하여 그 매장 바로 옆 블록에 있는 통닭골목까지 크게 번져
제가 청량리에서 자주 가는 시장통닭집을 비롯하여 몇 군데 매장이 전소되어 버리는 큰 피해를 가져왔는데요,
(화재로 인해 전소되어 버린 자주 갔던 시장통닭집, 종구네 통닭 : http://ryunan9903.egloos.com/4433781)
화재 이후 청량리시장을 한동안 안 찾다 오래간만에 이 근처에서 약속이 생겨 다시 시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시장통닭 거리의 모든 매장이 피해를 입은 건 아니었고 몇몇 매장은 불길이 번지지 않고 살아남아
지금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남원통닭 별관' 을 찾게 되었어요.
이 남원통닭 간판을 보면 '남원통닭 별관' 이라고 되어있는데, 그럼 본관은 어디 있느냐?
...그렇습니다. 본관은 제가 자주 갔던 통닭집 바로 옆에 붙어있어 화재로 인해 함께 전소...ㅠㅠ
그나마 다행히도 본관보다 규모가 큰 별관까지 화재가 번지지 않아 지금은 이 곳이 사실상 본관 역할을 합니다.
매장 앞에서 튀겨지고 있는 통닭.
아주머니 혼자 엄청 능숙한 솜씨로 열심히 통닭을 튀기고 있었습니다.
약간 기다린 끝에 자리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찍은거라 빈 테이블이 보이는데, 들어갔을 땐 빈 테이블 없이 꽉 찼어요.
규모가 협소하고 좌식 테이블이 섞여있는 본관과 달리 별관은 매장이 더 크고 호프집과 비슷한 분위기.
남원통닭의 메뉴판.
메뉴는 후라이드, 양념, 똥집, 닭발 네 가지 메뉴가 존재하며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 주문도 가능합니다.
치킨 가격은 저렴하지만 대신 생맥주 가격이 4,000원으로 미세하게(?) 조금 비싼 편이네요...^^;;
물수건과 함께 앞접시 세팅.
일단 시원한 생맥주부터 한 잔! 생맥주는 맥스 생맥주를 사용합니다.
이어서 기본 반찬 세팅.
기본찬은 제가 자주 갔던 그 시장통닭집과 완전히 동일한 구성.
청양고추와 양파를 썰어넣은 간장.
치킨에 무슨 간장이냐 싶은데, 은근히 후라이드 치킨에 찍어먹으면 매콤하니 꽤 맛납니다.
청량리 통닭거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백김치.
여기서 나오는 백김치가 시장통닭이랑 정말 궁합이 잘 맞는데요,
무슨 치킨에 김치야... 싶은 분들도 한 번 드셔보시면 치킨무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실 듯.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을 반반으로 주문했는데, 일단 후라이드 반이 먼저 나왔네요.
닭과 함께 꽤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 메뉴들이 함께 튀겨져 나왔습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 속에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닭똥집 튀김.
청량리 통닭골목의 닭똥집 튀김은 워낙 유명해서 소주 안주를 위한 별도 메뉴도 따로 존재할 정도.
기름에 갓 튀긴 닭튀김은 프랜차이즈 치킨집 스타일의 크리스피 치킨이 아닌 옛날 가마솥 통닭.
꾸며내지 않은 투박함이 다소 묻어있긴 하지만 갓 튀겨내어 따끈바삭하게 즐기는 맛만큼은 최고입니다.
그리고 다른 통닭집에 비해 남원통닭의 후라이드 튀김옷은 조금 얇은 편이네요.
꽈리고추도 함께 튀겨주는데, 튀김옷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으로 아주 얇게 입혀져 있는 것이 특징.
간장이나 양념치킨 소스에 찍어먹으면 좋은 쫄깃쫄깃한 떡튀김.
그리고 고구마 튀김까지 서비스.
통닭 한 마리를 시키면 닭과 함께 고구마, 꽈리고추, 떡, 닭똥집 튀김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닭의 분량이 반 마리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오는 사이드 때문에 양이 꽤 많게 느껴져요.
양념치킨 반마리도 함께 나왔습니다.
양념치킨에는 꽈리고추 튀김이 빠진 대신 고구마, 닭똥집이 후라이드와 동일하게 서비스로 들어갑니다.
땅콩가루 대신 슬라이스한 아몬드, 그리고 깨가 뿌려져 나오는데, 소스 때문인지 후라이드보다 양이 많은 느낌.
은근히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소스가 질리지 않고 입맛을 당기게 만드는 맛.
후라이드만 먹기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 양념도 함께 시켜서 번갈아가며 먹으면 더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큰 닭을 써서 한 마리만 시켜도 양이 꽤 많은 편인데,
역시 그래도 넷이서 나눠먹기엔 모자라다싶어 양념치킨 작은 사이즈로 하나를 더 시켰습니다.
'양념치킨(소 사이즈 - 14,000원)'
소 사이즈와 대 사이즈 가격 차이는 2,000원으로 반마리, 한마리가 아닌 닭의 호수 차이일 듯.
아마 대 사이즈 양념치킨이 소 사이즈보다 더 큰 닭을 사용하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소가 양이 적진 않습니다.
치킨은 언제 어느 곳에서 먹든간에 항상 먹음직스럽게 보인다지만,
양념치킨만큼은 청량리시장만큼 보기 먹음직스럽게끔 접시에 담아주는 곳이 없을 듯...
아몬드와 참깨가 듬뿍 달라붙은 양념소스 진한 맛의 고구마튀김.
양념치킨 소스에 버무린 떡튀김은 분식집 떡꼬치튀김을 먹는 맛입니다.
닭똥집과 더불어 이 떡튀김만 모아 단품메뉴로 따로 팔아도 꼭 시켜먹을 것 같아요.
영업 종료 거의 직전까지 마시고 즐긴지라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마감 준비를 하는 모습.
저는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고 중간에 음료로 갈아탔지만, 같이 간 일행들은 다들 즐겁게 꽤 많이 마셨습니다.
오래간만에 찾은 청량리시장 통닭, 꽤 맛있게 즐길 수 있어서 아마 조만간 또 찾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화재 이후 처음 찾게 된 청량리시장.
화재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화마에서 살아남은 가게들은 여전히 정상 영업 중이고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의 활발한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화재로 인해 전소된 가게들도 건물을 신축하고 복구에 한창인 모습.
이 사진에 보이는 왼쪽 라인의 가게, 그리고 그와 등을 마주하는 반대쪽 청과시장이 화재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갔던 종구네통닭도 간판은 아직 남아있네요.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종구네통닭 바로 왼편, 화재로 간판 일부가 녹아내린 저 곳이 남원통닭 본관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 별관이 사실상 본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관'이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이 자리의 가게 복구가 완료되면 다시 본관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는 걸 의미할 수 있겠지요.
비록 예전의 모습으론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하루빨리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영업하게 될 날을 기다려봅니다.
※ 남원통닭 별관 찾아가는 길 :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1번출구(1호선쪽) 하차, 청량리도매시장 통닭골목 내 위치
2021. 6.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