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유치회관' 이라는 궁서체의 진지한(...!) 해장국 전문점.
24시간 영업하는 이 국밥집은 이 동네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매력에 끌려 여기 거주하는 동네 주민과 함께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끌리게 된 요인이 하나 있어서요.
건물 맞은편에 전용주차장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보니...
다만 여기 분위기상 반주 곁들이는 사람이 많을텐데 반주 하는 사람은 차 갖고 오면 안 되겠지요.
40년 전통의 맛, 원조 해장국과 수육은 어떤 맛인지 확인하러 한 번 들어가보겠습니다.
조금 일찍 간 덕에 다행히 대기가 없었습니다만 금방 내부가 꽉 찰 정도고 밖에 대기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더군요.
메뉴는 매우 단촐. 해장국과 수육, 수육무침 단 세 가지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류 메뉴를 보면 정말 특이한 걸 알 수 있는데 소주와 청하 가격이 동일합니다. 이러면 무조건 청하 마셔야지;;
또 음료 가격이 1,000원밖에 안 하는 요즘으로선 진짜 드문 가게기도 하고요.
테이블에 놓인 기본 양념통과 반찬 항아리.
기본 식기 준비.
식사 주문을 하면 검은 접시 세 개를 갖다주는데, 각각 반찬 담아먹는 그릇입니다.
테이블에 놓인 항아리에서 반찬을 먹을 만큼 덜어담으면 됩니다. 깍두기, 무생채, 그리고 배추김치가 준비되어 있고요.
반찬 셋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전부 국밥이랑 잘 어울리는 맛.
처음 진로를 시켰을 땐 청하와 진로 가격이 같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
제가 이 가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이것 때문인데요, '국밥 주문시 선지 무한 리필'
해장국 안에 선지가 따로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스테인레스 대접에 삶은 선지가 듬뿍 담겨나오는데
이 선지는 먹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하면 계속 가져다줍니다. 호불호 갈리는 식재료지만 저는 매우 좋아하는 편.
유치회관의 대표 식사메뉴, '해장국(10,000원)'
쇠고기와 시래기, 버섯 등 고명이 듬뿍 들어간 맵지 않은 국밥.
밥은 따로 공기에 담겨 나옵니다.
돼지고기가 아닌 쇠고기 국밥인데, 고기가 이렇게 뻑뻑하게 많이 들어있는 건 진짜 오래간만에 보네요.
작년 제주 여행에서 먹었던 제주 은희네 해장국의 해장국 이후 가장 푸짐한 해장국을 본 것 같습니다.
(제주 은희네 해장국 : https://ryunan9903.tistory.com/1403)
뻑뻑한 해장국 위에 선지를 적당히 잘라 넣어서...
진한 해장국의 진국 국물이 스며든 선지.
약간 푸딩 같은 식감이기도 하고 말캉말캉하고 진한 맛이 일품인데, 워낙 호불호 많이 갈리는 것이다보니...
남에게 억지로 권하진 않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맛있게 먹으려 합니다...ㅋㅋ 저는 일단 환장할 정도로 좋아해서...
국물도 아주 진하고 개운해서 이렇게 식사로 든든하게 먹을 수도 있거니와 해장으로도 좋을 것 같더군요.
결국 밥을 말고 말았지요.
최고네요. 진짜 국밥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국밥을 싫어할 리 없음.
전에 제가 국밥 하면 돼지고기 들어간 돼지국밥이나 선지국밥 좋아한다고 했는데, 쇠고기라 해도 이런 건 좋습니다.
모름지기 국밥이라 함은 이렇게 건더기 듬뿍 들어가서 퍼먹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법이라...
선지 한 번 리필...
리필한 선지를 더 넣었는데, 국물이 상당히 뻑뻑해진 편.
선지 말고 국물 리필도 가능하니 국물 모자라신 분은 더 달라고 요청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밥만 먹을까 하다 추가로 시킨 '수육(29,000원)'
아무래도 수육은 가격대가 좀 비싼 안주라 사이드로 시키긴 좀 부담스럽고 진짜 술안주 목적으로 시켜야 하는 메뉴.
모양새는 다소 투박하지만 상당히 맛있어보이는 수육이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수육 찍어먹는 소스는 고추양념간장을 주네요.
오, 수육 맛있어요. 냄새 하나도 안 나고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구워먹는 쇠고기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게
주당들이라면 진짜 이 안주 하나로 술 몇 병은 작살내고 남을 정도로 아주 훌륭합니다. 비싼 값어치를 하는 느낌.
이 수육을 기본으로 하여 야채와 함께 매콤하게 무친 '수육무침' 도 가게의 대표 메뉴라고 하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걸 보니 그것도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만약에 여기 또 오게 되면 그 땐 수육무침을 시켜도 좋을 듯.
이쯤해서 선지 세 번 리필(...)
우리 수육에 술도 시켰으니 이 정도 리필하는 건 괜찮겠지...
선지는 추가 리필을 계속 해도 양 줄이지 않고 이렇게 잔뜩 담아 싫은 기색 없이 계속 내어주십니다.
국물도 한 번 리필.
국물이 거의 없어 뻑뻑한 국밥에 이렇게 따끈한 국물 부으면 다시 먹기 좋아집니다.
진짜 여기 국물도 되게 매력적이에요. 왜 이런 가게를 지금 알았지, 우리집에서 멀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세 명이서 술 각일병에 국밥, 안주, 반찬 남김없이 깔끔하게 슥삭. 진짜 배 터질 정도로 잘 먹었습니다.
여기 저도 소개받아 거의 편도 2시간 가까이 걸려 온 곳인데 그만큼 시간 들여 일부러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네요.
진짜 맛있는 진국의 해장국과 수육,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선지를 양껏 먹을 수 있어 진짜로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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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카페 같은 곳 이동해서 가볍게 차 한잔 했겠지만, 오늘은 다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라
인계동 번화가 쪽으로 이동해서 맥주 한 잔. 일부러 야외 테이블 쪽 앉았는데, 바깥 사람들 보며 적당히 시원한 느낌이
딱 맥주 마시기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간만에 야외에서 이런 생맥주, 거기에 옛 감성의 모듬 마른안주 같이하니 좋군요.
시끌시끌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분위기. 코로나19 이후 다시 돌아오는 이런 분위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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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회관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 2번출구 하차 후 직진, 이비스엠배서더에서 좌회전, 안쪽
2022. 9. 1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