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 펀존 게임센터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홍콩주점 용용선생(香港酒店 龍龍先生)' 을 다녀왔습니다.
이 곳이 본점은 아니고 이 브랜드도 체인 중 하나인데, 최근 번화가 중심으로 매장이 꽤 많아지고 있어 호기심에 방문.
약간 예전에 다녀온 적 있는 백종원의 중식포차 '리춘시장' 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가게인 것 같더라고요.
가게 입구에 메뉴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중화요리 전문점과 달리 요리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약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같아뵈더라고요.
여튼 밖에 대표메뉴, 그리고 가격이 적혀있으니 들어가기 전 확인을 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격은 평균 1만원대.
천호점 매장 출입구.
중화풍 인테리어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특징.
고급 중화요리 레스토랑을 온 것 같은데, 실내 조명이 어두워 일반적인 레스토랑이라기보단 주점에 온 느낌이 나는군요.
자리를 안내받은 뒤 메뉴판을 받았습니다. 이 쪽은 주류 및 대표 메뉴.
요리는 크게 '냉채류', '튀김류', '고기류', '탕류' 의 네 가지 요리로 구분되는데, 각 장르별 대표 메뉴를 적어놓았습니다.
요리 메뉴들. '추천' 이라 써 있는 건 매장에서 추천하는 대표 메뉴.
아예 '대표메뉴' 라는 별도의 항목이 있는데, 용용선생의 가장 간판 메뉴는 오른쪽 위 '고추마라 유림기' 인 듯 해요.
여럿이 방문했을 때 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도 있습니다.
세트메뉴로 주문시 약간의 가격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다만 주류는 포함되지 않아 주류는 따로 주문해야 할 듯.
그리고 그 위에 주류를 포함한 세트 메뉴도 있으니 조금 더 저렴하게 즐기기 위해선 이 쪽을 택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류 메뉴. 클릭하면 커지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본 식기 준비.
기본안주 및 찬으로는 땅콩, 그리고 얇게 썬 단무지 두 가지가 나옵니다.
저 땅콩 그냥 땅콩이 아닌 소금간을 한 땅콩이라 짭짤하니 맛있어요. 저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더 가져다달라고 요청함.
오늘의 술은 '공부가주(140ml 18,000원)' 입니다.
공부가주는 공자의 고향 곡부(산동성) 지방에서 공자의 제사용으로 공씨 가문이 빚어왔던 양조주로 시작하여
지금은 증류주로 전세계에 공급되는 중국의 대표 술입니다. 이과두주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고량주 중 하나.
전용 잔에 조금씩 따라 쫘르륵. 화끈하면서 향긋한 목넘김이 고량주가 가진 매력...
첫 번째 요리 : 게살계란탕(13,900원)
게살과 전분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 낸 요리로 따끈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시작용으로 어울리는 국물 겸 죽 요리.
일반적인 계란찜처럼 덩어리지거나 국물처럼 묽지 않고 딱 죽 정도의 점성을 가지고 있는데
게살의 향긋함, 그리고 계란의 보드랍고 담백한 맛이 죽, 혹은 수프 같은 느낌으로 먹기 좋습니다. 속 달래기 좋은 요리.
처음 여기 올 때 중식주점이라고 해서 요리가 어떨지 조금 반신반의했는데 이거 보니 요리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두 번째 요리 : 깐풍닭튀김(10,900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리고 탕수육 다음으로 한국에서 대중화된 요리인 매콤한 소스에 볶은 닭튀김 요리입니다.
매콤한 맛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매운 거 못 먹는 사람도 잘 먹을 수 있다는 뜻) 튀김의 바삭바삭한 식감을
최대한 잘 유지시키면서 닭을 소스에 볶아내어 그런지 퀄리티 자체가 되게 좋더라고요. 이건 맥주안주도로 어울릴 듯.
세 번째 요리 : 홍콩덕즈마면(17,900원)
육즙이 터지는 홍콩식 훈제 오리가슴살과 함께 비벼먹는 특제 즈마면이라고 합니다.
즈마장이 담긴 면과 땅콩, 그리고 큼직한 훈제오리 구이와 채썬 오이가 그릇 가득 담겨 제공됩니다. 되게 이색적인 요리.
가위와 집게가 함께 나오는데 일단 큼직한 훈제오리구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이렇게 즈마장 소스에 비빔면처럼 잘 비벼 면과 오이, 그리고 면을 잘 섞어먹으면 됩니다.
오이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오이 안 먹는 사람 있을 땐 절대 시키지 말아야 할 메뉴. 그게 아니면 부담없이...
즈마장이라는 게 뭘까 했는데 자극적이지 않은 짭짤하고 약간 춘장보단 약한 맛의 고소한 소스더라고요.
오이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잘 어울렸습니다. 거의 사실상 처음 먹어보는 건데 거부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면 요리.
면은 일반적인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나오는 짜장면, 혹은 짬뽕 정도의 식감을 갖고 있습니다. 되게 친숙하다는 뜻이지요.
뭣보다 함께 나온 이 훈제오리가 진짜 맛있었습니다. 바삭한 껍질 속 두툼한 고기에서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씹을수록 입 안에서 터져나오는 육즙이 정말 최고였거든요. 솔직히 이것만큼은 고급 중식당 아쉽지 않다 느낄 정도.
여기서 면 빼고 저 오리고기만 따로 내어 팔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훈제오리였습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이 요리 바로 옆에 홍콩덕냉채라고 오리고기만 나오는 요리가 이미 따로 있었군요.
땅콩 한 번 추가. 단무지도 넉넉하게 가져다 달라 하니 꽤 많이 가져다 주시더군요.
네 번째 요리 : 고추바삭 유림기(18,900원)
이 가게의 최고 간판 메뉴. 아예 메뉴의 장르에 '추천메뉴' 라는 항목을 넣어 따로 뺄 정도로 밀어주는 요리입니다.
클로브, 바닐라, 시나몬, 팔각, 마늘과 같은 값비싼 향신료들을 활용하여 36시간 마리네이드한 닭을 바삭하게 튀긴 뒤
레몬이 가미된 새콤한 소스, 그리고 매콤한 고추와 아삭한 양상추를 곁들여 낸 용용선생의 특제 유림기라는군요.
양 자체도 다른 요리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 표면에 고추를 고추씨 포함하여 엄청나게 많이 썰어내었습니다.
그리고 레몬간장 소스를 듬뿍 부어 소스에 푹 담가먹으면 더 좋고요. 튀김의 바삭함이 꽤 오래 유지되는 편.
살짝 새콤한 맛이 감도는 레몬간장소스, 그리고 두툼한 닭튀김과 고추의 매콤한 조화가 되게 인상적인 맛.
왜 이걸 간판메뉴로 정해 주력으로 밀어주는지 이해갈 것 같은 맛입니다. 뭣보다 닭고기가 촉촉하니 식감 되게 좋더라고요.
거기에 매운맛을 내는 고추가 더해져 튀김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먹어도 느끼하거나 질리지 않는 매력이 가득했습니다.
아래에 양상추도 큼직한 덩어리로 있던데 이 소스에 담근 양상추도 산뜻, 아삭하니 꽤 좋았고요.
다섯 번째 요리 : 홍콩식 닭냉채(7,900원)
예전 연남동 중화요리 전문점 조원에서 먹었던 닭냉채가 생각이 나서 한 번 주문.
오이, 고추, 양파 등의 야채와 함께 고추기름에 버무린 닭고기, 그리고 꽤 많은 고수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인지 고수를 넣고 함께 무치지 않고 아예 고수를 별개로 빼 놓았더라고요.
원래 이 요리는 메인요리 시작하기 전 전채 개념으로 먹는 건데 어째 순서가 바뀐 것 같긴 하지만... 뭐 괜찮겠지요.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고수와 함께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수 좋아하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
이건 요리 시작하기 전 전채로 먹는 게 좋겠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2차로 술 마실 때 가벼운 안주로도 어울릴 듯 하군요.
여섯 번째 요리(식사) : 간장계란 볶음밥(5,900원)
이름 그래도 간장과 계란을 넣고 볶아낸 볶음밥. 원래는 요리와 곁들여 먹으라 했지만 저희는 마무리 식사로...
밥의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일반적인 중화요리 볶음밥의 70% 정도 되는 양이라고 봐야 되려나...
처음 밥 담겨나온 것 봤을 때 너무 볼품없이 담겨나오고 또 양도 적어서 가격은 싸더라도 이게 대체 뭘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볶음밥이 생각 이상으로 간이 절묘함. 진짜 간장과 계란만으로 이런 맛을 낸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죠.
같이 간 친구들 모두 여기 볶음밥 기대 이상이라고 엄청 극찬. 간을 정말 잘 맞춰 맛 자체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다만 고급진 중화요리 전문점 특유의 고슬고슬한 식감은 좀 아쉽더군요. 이 간에 고슬거림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텐데.
닭냉채를 살짝 올려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뭐 비단 닭냉채 뿐 아니라 다른 요리들과 함께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매한가지겠지만요.
이렇게 이 날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먹었다는 후문.
조금 반신반의하며 찾아갔던 중화풍 요리 주점, '홍콩주점 용용선생(香港酒店 龍龍先生)'
체인점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요리의 수준이 좋았고 분위기 또한 괜찮았던지라(뭣보다 직원이 친절했음)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곳입니다. 특별한 날, 이색적인 분위기에서 요리와 술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가기 괜찮은 곳입니다.
천호점의 경우 테라스석이 있는데, 그 쪽은 인기가 많으니 그 쪽 자리 차지하려면 오픈 시각에 맞춰 가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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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주점 용용선생 천호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5번출구 하차, 천호로데오거리 펀존게임센터 맞은편
2022. 10. 3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