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에 차이나타운을 평일 낮에 혼자 찾아온 게 평소 항상 가던 가게를 안전빵으로 가는 게 아닌
지나가며 본 신기한 가게를 탐방해보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아마 이번에 찾은 가게가
그 목적에 완벽히 부합하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차이나타운 쪽은 아니고 그 옆의 '송월동 동화마을' 에 위치한 가게입니다.
송월동 동화마을 쪽을 걸어가다 발견한 '만두카페'
평소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왔거나 혹은 다른 가게를 찾을 목적으로 이 곳에 왔다면 100% 그냥 지나쳤을 가게인데
혼자 와서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이 근처를 돌아보니 이런 분위기의 가게도 눈에 들어오게 되더군요.
수제만두, 그리고 원두커피... 여기는 만두집인가 아니면 카페인가... 뭐지 이 정체성 알 수 없는 잡탕 같은 분위기는...
게다가 만두는 모두 정통 대만식 수제 물만두라고 하는데, 더더욱 정체를 알 수 없군요...;;
일단 네 가지 종류의 만두를 판매하고 있는 것 같고 납작군만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물만두. 물만두 전문점인 듯 해요.
가격대는 요즘 물가 치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입니다. 정말 꽤 오래 고민하다 '그래 질러보자!' 하고 들어갔습니다.
매장 안엔 손님이 한 팀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나다니는 사람 없는 평일 낮에 간 거라...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사진엔 보이지 않는 카페 음료 제조하는 주방 쪽에 앉아 계시더군요.
일단 영업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아무데나 편한 데 앉으라고 해서 적당히 창가 쪽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뭐지 여기 대체...
저 본격적인 커피 메뉴, 그리고 오른쪽에는 만두 메뉴... 게다가 만두는 돼지고기 만두와 군만두 두 가지만 가능.
영어 메뉴도 있는데 영어 옆에 중국어 번체로 각 메뉴들이 적혀 있습니다.
설마 여기도 예전에 몇 번 간 적 있었던 차이나타운 송천포자방처럼 화교가 하는 가게인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던...
일단 물만두보다는 납작군만두가 궁금해서 그걸 한 번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납작군만두 하나 요청을 하니 음식 만드는 주방으로 연결되는 안쪽 문으로 들어가 한참동안 안 나오시더군요.
그리고 문쪽에서 뭔가 지글지글... 하면서 조리하는 소리. 음료 만드는 바는 바깥쪽, 그리고 음식 주방은 안쪽에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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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뭔가 한참 지글지글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아주머니가 다시 밖으로 나오며 이것저것 테이블에 놔 주셨습니다.
나는 분명 군만두 하나만 시켰을 뿐인데, 뭔가 메인 만두 외에도 테이블에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이 많이 깔리더군요.
소스가 담긴 통을 가져다 주셨는데 왼쪽부터 식초, 고춧가루, 그리고 간장.
기본 반찬은 단무지 한 가지.
'납작군만두(6,000원)' 는 총 두 개의 큼직한 만두가 접시에 담겨 제공됩니다.
겨우 군만두 두 개 주는데 무슨 놈의 가격이 6,000원씩이나 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저 만두가 보기보다 꽤 크거든요...
당연히 한 입에 집어넣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함께 준 가위로 적당히 잘라 나눠먹어야 합니다.
만두 안에는 다진 부추와 계란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그 중국식 부추계란빵을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속이 특징.
일반적인 군만두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런 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돼지고기가 들어간 군만두가 아닙니다.
만두 속으로 부추 한가득, 그리고 계란이 전부라고 보면 되는데 부추계란빵 드셔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뭔지 아실 겁니다.
이거... 만두 속이야 적당히 짭짤하게 간이 된 속이 꽉 찬 부추맛이라 어느 정도 예상가는 맛이라고 하지만
만두속보다도 만두피가 되게 신기한 맛이네요. 일반적인 구운, 혹은 튀긴만두가 아닌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만두피맛인데
뭐랄까, 한 입 먹어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거 만두 맞아?' 라는 인상이었습니다. 만두피가 아닌 무슨 파이같은 식감.
부추와 계란으로 속을 꽉 채웠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이탈리아 요리 중 하나인 칼조네에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퍼석하거나 뻑뻑한 건 아님. 내용물에 적당히 기름도 차 있어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들부들한 게 매력적이에요.
뭔가... 왠지 이거 말고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과 함께 눈 앞의 군만두를 전부 먹어치운 뒤...
한 1분 정도 아 배부른데 어떡하지... 라고 고민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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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돼지고기 물만두(6,000원)' 도 그냥 확 주문해버렸습니다...
군만두 먹은 빈 접시 물리고 다시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 뭔가 달그락달그락... 만두 끓이는 소리... 그리고 나온 음식.
총 열 개의 돼지고기 물만두가 접시에 담겨 나왔어요. 다른 가게의 물만두에 비해 만두 한 개 한 개의 크기는 꽤 큰 편.
그리고 만두피가 우리나라 만두에 비해 꽤 두꺼운 게 특징. 만두의 크기에 비해 만두피의 두께가 꽤 되는 편입니다.
저는 이런 두꺼운 만두피로 이루어진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만두피에서는 합격... 인 것 같군요.
사실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만두는 만두피가 찐빵처럼 되어 있는 둥글둥글하고 큼직한 포자만두 같은 만두입니다.
고춧가루 친 간장에 살짝 찍어서~
아... 이게 답이네...ㅋㅋㅋ 와 돼지고기 향이랑 육즙 진짜다!!
부추군만두에서 살짝 갸우뚱했던 ( ? ) 이라는 감정이 여기서 ( ! )으로 바뀐 순간. 여긴 돼지고기 만두가 진짜네요.
두툼해서 씹는 맛이 있는 부들부들한 만두피, 그리고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밀도 높은 돼지고기 씹는 맛과 함께
물만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룡포처럼 두꺼운 만두피 속 가둬진 육즙이 터져나오는 느낌까지! 모든 게 다 훌륭했습니다.
여기 돼지고기 물만두 좋네요. 정말 크게 기대 안 했던, 아니 오히려 약간 반신반의했던 곳에서 찾은 의외의 발견이라
그만큼 더 극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 이런 만두라면 충분히 돈 주고 먹을 만 하지...!!
평일 낮에 혼자 찾아온 인천이 아니었더라면 보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지나쳤을 송월동 '만두카페'
정말 의외의 부분에서 상당히 괜찮은 돼지고기 만두를 발견했던 집. 여긴 다음에 또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다다복이 없어지면서 거길 대체할 만한 괜찮은 만두집이 어디 있을까 계속 찾았었는데
차이나타운 외진 곳에 위치한 송천포자방과 마찬가지로 인천에 만두 먹을 일 있으면 여기를 추가시켜도 좋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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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고난 뒤 진짜 너무 배가 불러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소화 좀 시키기 위해 월미도로 이동.
월미도 바닷가 앞 '인천' 포토존의 캐릭터는 최근 새롭게 바뀐 인천광역시의 마스코트라고 합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버미, 꼬미, 등대리, 애이니라고 하는데 약 22년 만에 새롭게 바뀌는 마스코트라는군요. 꽤 귀엽던..ㅎㅎ
월미도의 명물 중 하나인 횟집거리(...) 이 횟집거리만큼은 감성이 1990년대 중반에서 딱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
실제 가게들도 대충 그 때쯤 만들어진 것들 아닐까 싶기도 하고... 계속 문은 열어놓는데 장사가 잘 될지는 모르겠군요;;
바다 건너 보이는 영종도 영종하늘신도시 전경.
날은 맑고 포근했지만 미세먼지가 있어 시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평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쪽으론 놀러 온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있더군요. 물론 주말에 비해 한산한 건 맞습니다만...
월미도 명물 중 하나인 월미모노레일은 아직 한 번도 타 보지 못했습니다.
언제 한 번 타 봐야지... 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긴 합니다만 매번 올 때마다 기회가 안 서네요. 다음엔 탈 수 있으려나...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완전히 망해 철거될 줄 알았던 모노레일이 이렇게 관광열차로 버젓이 운행하고 있는 걸 보면
진짜 앞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의외로 이거 인기가 꽤 많다는군요.
상점가 앞에서 발견한 삼색묘.
햇빛이 따뜻하긴 한지 적당히 햇빛 잘 들어오는 곳으로 걸어와 자리 잡고 아예 배를 깔아버리던...ㅋㅋ
여기가 예전 방문 때 '드럼매니아 5th mix' 가 가동하고 있는 걸 봤던 곳이라 지금도 혹시 남아있나 하여 일부러 찾았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더군요. 폐업은 아닌 것 같고 오늘은 쉬는 날 같았는데 결국 확인을 못 했습니다.
얼마 전 9만원짜리 포장회의 퀄리티 문제로 큰 곤욕을 치뤘던 월미도에 위치한 어떤 횟집.
듣기론 월미도 횟집의 이름을 실추시켰다면서 근처 횟집 사장들에게도 고소장이 날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대충 사진으로 봐서 어떤 곳인지 상호명은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혹여 어떻게 되었나 찾아와보니 아예 폐업해 있던(...)
예전 횟집이 있던 자리는 지금 리모델링을 통해 아예 다른 가게로 바뀌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9만원 바가지 논란 횟집, 다른 횟집에 고소당해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535996?sid=102)
'Jonna Hot Place' ... 뭐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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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카페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인천역 2번출구 하차, 송월동 동화마을 내 위치(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7-1)
2023. 1. 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