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패스 오르기 직전 떠난 2박 3일 북큐슈 막차 복습여행
(11) 나가사키 최초의 카페, 100년 세월의 역사가 이어지는 그리운 밀크쉐이크 츠루찬(ツル茶ん)
. . . . . .
7년 전 나가사키 여행을 왔을 때 나가사키 지역 음식인 '토루코라이스' 를 먹었던 가게가 있다.
바로 '츠루찬(ツル茶ん)' 이라는 곳인데, 이 곳은 토루코라이스와 함께 밀크쉐이크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당시... 아마도 여기 외에도 다른 곳에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어버리는 바람에(...) 그 밀크쉐이크를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로부터 7년 후... 이제는 토루코라이스가 아닌 밀크쉐이크를 먹으러 그 때 그 곳, 츠루찬을 다시 찾게 되었다.
1925년 오픈한 츠루찬(ツル茶ん)은 햇수로 이제 100년을 맞이한 엄청 고풍스런 카페로
나가사키 지역에서 최초로 오픈한 찻집이라고 한다. 주력 메뉴는 토루코라이스, 그리고 밀크쉐이크.
포크 커틀릿(돈까스)과 볶음밥, 그리고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토루코라이스(トルコライス)는
접시 하나에 모든 메뉴를 담은 일본 풍 경양식 요리로 앞에 붙은 '토루코' 가 터키, 즉 튀르키예를 말한다고 한다.
이 음식은 나가사키 이외의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음식으로 실제 튀르키예의 전통 음식과는 거의 관계가 없지만
어째서인지 튀르키예의 이름이 붙었는데 어떤 연유로 이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해선 모른다.
7년 전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지금도 있더라. 일본은 이런 것들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곤 한다.
토루코라이스와 더불어 이 가게의 대표 디저트 메뉴인 '밀크쉐이크' 를 먹는 사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츠루찬의 옛 직원들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토루코라이스를 먹었을 땐 1층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이번엔 2층으로 올라가라 하더라.
실내에 연결되어 있는 목조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간다.
이런 저런 소품들, 그리고 액자들이 다소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 오래 된 노포가 가진 감성이기도 하지.
사인도 붙어있기는 한데... 그, 솔직히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엄청 오랜 세월동안 함께했을 것으로 보이는 낡은 벽시계가 지금도 현역으로 걸려 있는 모습.
타이완의 국부인 쑨원 초상화가 어째서인지 계단에 세워져 있더라.
2층 홀에 도착.
2층으로 올라온 손님은 일단 나 혼자.
한쪽 벽에는 유명인들의 사인이 여럿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의 동상 포스터도 보이더라.
어딘가 조금 난잡하지만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진짜 레트로가 만들어지는 이런 클래식한 분위기 좋단 말이지.
음악도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고 그냥 뭐랄까 가만히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커튼이 쳐 있는 창가 쪽 자리.
메뉴판 왼쪽 위에 있는 '무카시 나츠카시 토루코라이스(昔懐かしいトルコライス)' 가 가게의 대표 메뉴.
'옛날의 그리운 토루코라이스' 라는 메뉴로 7년 전 이 곳을 처음 왔을 때 먹었던 그 음식이다.
오른쪽에 '료마라이스' 라는 이름으로 어째서인지 사카모토 료마 동상이 그려진 메뉴가 있는데 돈까스 대신
비후까스(비프까스)를 넣은 제품이라고 한다. 어째서 비프까스 넣으면 료마라이스라 이름이 붙는지는 나도 잘 몰라...
뒷면에 있는 음료 메뉴들.
대표메뉴인 '원조 나가사키 풍 밀크쉐이크(元祖長崎風ミルクシェイク)' 의 가격은 780엔.
다만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도 시킬 수 있는데 식후 디저트용 밀크쉐이크의 가격은 420엔이라고 한다.
디저트용 밀크쉐이크는 식사를 주문했을 때만 주문 가능.
밀크쉐이크 주문 뒤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일단 물 한 잔이 나온다.
이내 찻받침에 담겨 도착한 '원조 나가사키 풍 밀크쉐이크(元祖長崎風ミルクシェイク - 780엔)'
밀크쉐이크를 떠먹을 수 있는 찻숟가락 한 개와 함께 정갈하게 담겨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빨대로 쭈욱 마시는 밀크쉐이크가 아닌 수저로 떠먹는 슬러시 형식의 쉐이크.
하얀 우유 색이 아닌 상아색에 가까운 밝은 노란색의 슬러시로 칵테일 체리 한 개를 가운데 꽂아 마무리를 지었다.
식감은 서걱서걱. 100% 우유만을 활용한 진하고 농후한 고소함이 아닌 약간은 달콤한 분유 같은 살짝 인공적인 맛.
그런데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농후하고 고소한 우유맛이라면 이런 얼음과 안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음.
가볍고 산뜻한 맛에 서걱거리는 얼음의 식감이 전해지니 텁텁하지 않고 입 안에 깔끔하게 녹아드는 느낌이 좋다.
확실한 건 이 맛은 일단 진한 우유맛이라든가 단맛을 덜 넣는다든가 하는 현재의 트렌드와는 확실히 벗어나 있단 것인데
그런 올드함이 느껴지는 맛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립달까... 그런 기분이 드는 맛이다.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교적 비슷한 풍미를 가진 밀크쉐이크를 먹어본 곳이 있다.
바로 군산 '이성당 본점' 에서 판매하는 밀크쉐이크인데, 거기 쉐이크에서 느껴지는 맛이 여기와 비교적 비슷하다는 느낌.
(군산 이성당 본점 : https://ryunan9903.tistory.com/1112)
위에 체리는 말 그대로 통조림 칵테일 체리 맛.
이렇게 살짝 얹어 함께 먹어주면 좀 더 산뜻하고 새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아.
아침에 넘어올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흐리고 당장에라도 비가 올 것 같았는데
더 이상 비는 오지 않고 오히려 새파란 하늘과 함께 여름과도 같은 더운 날씨가 펼쳐졌다.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서 차분하게 밀크쉐이크를 먹으며 잠시 땀 식히고 짧은 시간이지만 분위기좋게 힐링도 하고 간다.
참고로 여기 카드결제 안 되니 혹여라도 갈 땐 현금 준비해갈 것.
카드, 그리고 모바일 페이 결제가 많이 생활화되었다지만 일본 노포 중에는 아직 현금만 받는 곳이 꽤 많이 남아있다.
이 밀크쉐이크맛 카라멜도 팔고 있다길래 좀 집어왔는데, 보다시피 가격이 1엔단위로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여기서 결국 1엔짜리 동전이 우수수 생기고 말았다. 그리고 이 1엔 동전은 한국 돌아오기 전까지 소비를 못 해버림...ㅜㅜ
다이쇼(大正) 14년, 1925년에 오픈하여 올해 100년을 맞이하는 나가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츠루찬(ツル茶ん)'
나가사키 여행을 하면 식사가 목적이 되었든 밀크쉐이크가 목적이 되었든 꼭 한 번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화려하진 않아도 그리움이 느껴지는 정겨운 토루코라이스, 그리고 옛 감성이 담긴 밀크쉐이크를 꼭 먹어보길 권한다.
※ 츠루찬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unMofNWAeQQuPF5r9
= Continue =
2024. 1. 1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