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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0.08 남해

2020.8.18. (2) 예술적인 밥도둑, 돌게장과 갓김치가 나오는 호랭이게장백반(여수 봉산동) / 아름다운 남해(南海), 2020년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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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남해(南海), 2020년 여름휴가

(2) 예술적인 밥도둑, 돌게장과 갓김치가 나오는 호랭이게장백반(여수 봉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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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면 떠오르는 음식!

 

저는 일단 두 가지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갓김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간장게장입니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여수에서의 점심식사! 식사가 좋으면 여행의 첫 출발도 순조롭겠지요.

 

여수에서의 첫 식사로 어디를 갈까, 어느 가게를 갈까 한참 고심하다 결정한 곳은 바로 '호랭이게장백반' 입니다.

여수공항에서 렌터카를 인도받은 뒤, 내비게이션에 '호랭이게장' 을 맞춰놓고 출발!

 

 

운전대를 안 잡은 지 좀 오래되기도 했고 처음 가는 도시라 잘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컸습니다만,

다행히 운전대를 잡고 앉자마자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오래 안 하더라도 손에 감각이 익은 것 같아요.

여수공항에서 여수시내까지의 거리는 약간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차가 안 막혀 금방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여수시 봉산동에 위치한 '봉산게장거리'

 

수많은 게장전문 식당이 모여있는 특화거리로 외지인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

가장 마지막까지 저희가 가기로 한 '호랭이게장'과 후보를 다퉜던 '두꺼비게장' 집을 발견, 호랭이게장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두꺼비게장은 갈치조림을 함께 판매하는 식당으로 수요미식회 등 각종 방송 매체에도 자주 소개된 경력이 있어

여수에서 제일 유명하고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장전문 식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게 앞도 수많은 차량들로 인산인해.

 

 

'두꺼비게장' 과의 대결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첫 목적지, '호랭이게장백반' 집에 도착했습니다.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 앞에 공간이 있어 무사히 주차 성공.

 

 

맞은편 두꺼비게장집에 비해 식당 규모는 다소 작은 편입니다.

어딜가나 있을법한 평범하지만 조금 난잡한(?) 간판이 눈에 띄는 동네 식당 분위기.

 

 

가게 출입문 왼편에 호랑이 사진과 함께, 그 배경으로 돌게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호랑이과 돌게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여기도 두꺼비게장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유명인이 왔다 간 사진과 함께, 아래에 웹툰으로 보이는 만화 하나가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 저 아래의 만화가... 이 가게를 선택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는데요...

 

 

웹툰의 정체는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

 

호랭이게장백반은 그냥 여수에 있는 평범한(?) 게장백반 전문점이었는데,

당시 최고의 인기를 모으던 웹툰 '역전, 야매요리!' 에 소개된 후, 일약 상당한 유명세를 타게 된 가게입니다.

만화에서 막 티나게 광고한 게 아닌 소박하게 이야기 풀어가며 밥 먹은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그 연출이 상당히 찰져서(...)

웹툰을 본 사람들 모두 간장게장을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성의 작품이 되어버린 정다정 작가의 호랭이게장백반 방문기.

(웹툰 27화 게장의 맛 :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409630&seq=28)

 

정작 웹툰에서는 가게 상호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사람들에게 알려져 지금은 아주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가게는 좌식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여행 다니면서 느낀건데, 지방 도시에는 수도권, 대도시와 달리 좌식 테이블 식당 비중이 꽤 높더군요.

 

 

아직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라 손님은 저희 이외에 한 팀. 이후 두 팀이 더 들어왔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은 것보다 이런 한적한 분위기가 여유있게 식사를 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매장 한 쪽엔 유명인들의 사인을 액자에 넣어 걸어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식당처럼 수십 개의 액자가 걸려있는 게 아니라 그냥 소박하게 몇 개 걸려 있는 정도. 액자 크기도 제각각.

 

 

이 곳의 식사메뉴는 게장백반 한 가지가 전부. 가격은 성인 기준 12,000원입니다.

여수 게장거리에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가격이 통일되어 있는 듯 합니다.

게장백반 1인 가격은 거의 12,000원에 고정되어 있고 가격의 차이가 있어봐야 1,000원 안팎 수준이었어요.

여기에 갈치조림을 같이 하는 집은 보통 간장게장 + 갈치조림 구성에 18,000원 안팎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식사 이외에도 게장이나 갓김치를 포장 판매도 하는데, 네이버 검색창이 있는 걸 보니 인터넷 주문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이 세팅되었는데요,

제일 먼저 밑반찬이 깔리고, 그 다음에 두 종류의 게장과 게국지 찌개, 마지막으로 대접에 담긴 밥이 제공되었습니다.

 

전라도 밥상답게 상당히 많은 반찬! 이것저것 깔리는 반찬을 보면서 음식이 얼른 깔리길 기다렸다 먹기 전 항공샷으로 찰칵!

 

 

모든 반찬을 다 찍진 못했습니다만, 대표적인 반찬 몇 가지를 가까이서 찍어 보았습니다.

일단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맛의 홍합탕.

 

 

인원수대로 나온 청양고추를 넣은 새우장.

다른 반찬은 다 리필이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새우장은 인당 하나씩 제공되고 리필은 되지 않는다는군요.

 

 

생각 이상으로 엄청 맛있었던, 그리고 일행들 모두 감탄했던 말린 홍합무침.

쫄깃쫄깃하고 꾸덕하게 씹히는 홍합의 짭조름함과 달짝지근한 양념이 만들어내는 단짠단짠이 환상적이었이었는데요,

이런 반찬은 바닷가 옆에 붙어있는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거라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여수 하면 역시 갓김치지요. 적당히 잘 익은 갓김치는 톡 쏘는 매콤한 맛이 진짜 예술.

다른 반찬 없이 이 갓김치 하나만으로도 밥 한공기는 뚝딱할 수 있었을 듯. 이게 여수 돌산 갓김치구나...!

 

 

메인 요리는 상 정중앙에 차례대로 놓여졌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양념게장과 게국지 찌개, 그리고 간장게장이 깔렸는데요, 이 세 가지는 무제한 리필 가능!

 

 

호랭이게장의 간장게장은 꽃게가 아닌 돌게를 사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돌게장이에요.

자작한 간장 국물에 푹 담근 돌게장을 스테인레스 그릇에 가득 담고, 그 위에 참기름, 고추, 깨를 뿌려 먹음직스럽게 마무리.

고급 한정식집에 나올 법한 예쁘게 담아낸 간장게장은 아니지만, 푸짐하게 담은 매력이 보기만 해도 흡족해집니다.

 

 

양념게장은 간장게장에 비해 양이 좀 적게 담겨 나왔는데요, 먹어 본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양념게장도 양념맛이 좋긴 했지만, 이 가게의 진짜배기는 간장게장이었거든요.

 

 

돌게를 넣고 끓인 게국지 찌개.

사진으로 봤을 때, 이 게국지 맛이 어떨지 꽤 궁금했었습니다.

 

 

조를 넣고 지은 밥은 다른 식당의 공기밥보다 더 넉넉하게 큰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넉넉하게 먹으란 뜻인 듯.

다만 게장은 리필이 가능하지만, 공기밥은 천원이긴 해도 추가 요금이 있는 게 특징.

 

이 가게 뿐 아니라 사전에 찾아본 여수의 간장게장집 대부분이 공기밥 추가 요금이 있었습니다.

아마 간이 센 게장 먹을 때 밥 한 공기론 택도 없으니(...) 더 추가해먹으란 의미인 듯. 정작 게장은 리필이 되는데 말이지요...

게장은 리필이 되지만 밥은 리필이 안 된다 - 뭔가 좀 의도한(?) 느낌이 드는 시스템입니다...^^;;

 

 

게국지 찌개는 의외로 그냥 평범한 게 넣고 끓인 된장찌개 맛이었습니다.

아니 된장찌개라기보다는 된장국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인데, 게 자체의 살은 거의 없지만 국물맛이 개운해서 만족.

게장 먹을 때 같이 국물로 곁들여 먹으면 좋더군요.

 

 

남도 음식이 간이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정말 사실인 듯. 양념 간이 꽤 센 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매운 건 아닌데, 먹어보면 상당히 간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돌게 안에 들어있는 살은 쫀득쫀득하니 아주 맛있어서 체면 버리고 손에 쥐고 쪽쪽 빨아먹으면 매콤하고 좋습니다.

 

 

이 가게의 진짜배기는 역시 간장게장이었습니다. 게 속에 쫀득하고 달짝지근한 살이 가득 차 있어요.

간장 양념이 지나치게 짜지 않으면서도 어찌다 절묘하던지, 여기에 게살 본연의 단맛이 더해져 발라먹는 맛이 훌륭합니다.

 

 

손에 들고 게살을 바로바로 발라먹어도 되지만, 어느 정도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긁어내기 편한 살은

이렇게 게살만 따로 파내어 밥 위에 얹었습니다. 저렇게 살 파내고 한 번에 숟가락으로 떠 먹으려고요.

 

 

간장에 절인 새우장도 쫀득쫀득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간장게장에 비해 짠맛은 조금 약한 편인데, 리필이 가능했더라면 게 못지않게 새우도 엄청 리필했을 듯.

 

 

밑반찬으로 오이소박이가 있었는데, 이건 진짜 젓갈맛 강한 전형적인 남도식 김치더군요.

수도권 지역의 김치만 먹어 왔던 사람이라면 처음 먹을 때 조금 당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젓갈맛, 그리고 간이 엄청 세요ㅋㅋ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남도 사람들이 음식간을 세게 해서 먹는다... 라는 말이 사실인 듯.

저거 하나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맛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취향이었습니다.

 

 

특히 이 갓김치가 너무 좋아서 갓김치는 한 번 리필. 넉넉하게 담아 내어주셨습니다.

 

 

말린 홍합조림도 다시 한 번 리필했습니다. 이건 반찬이 아니라 진짜 술안주감이다...

운전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맥주든 소주든 낮술 들어갔을텐데,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이 날의 베스트는 단연 간장 돌게장.

 

양념은 처음 나온 것만 맛보고 다들 미련없이 양념을 접고 간장게장에만 홀릭.

처음 나온 간장게장을 전부 먹어치운 뒤 주저없이 한 그릇 리필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꽃게가 아닌 돌게라 껍질이 엄청 단단했기 때문에 발라먹기 좀 힘들었다는 건데요,

그래도 조금 쉽게 발라먹을 수 있게끔 저렇게 집게 부분에 칼집을 내어 살을 파먹을 수 있게 손질해 놓아 그나마 먹기 나았습니다.

자칫 이빨로 잘못 뜯었다간 이가 상할 것 같아 살을 파먹기 힘든 부분은 아쉽지만, 양념만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정말 맛있는데... 진짜 좋은데... 먹기 역시 불편해...!' 라는 게 일행들의 공통적인 평.

 

 

열심히 발라낸 살을 밥 위에 얹어 한 숟가락 크게 퍼먹으면 행복 그 자체!

다만 이 행복한 한 숟가락을 만들기 위해 정말 고된 노동(?)을 거쳐야 합니다.

 

 

밥을 중간에 한 번 추가, 열심히 게장에 집중하며 먹어치웠습니다.

게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땐 말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다들 정말 게에 집중하느라 말이 줄어들었어요.

 

 

리필한 간장게장까지 전부 클리어!

처음 나온 게장의 양이 많기도 하고, 또 간이 센 편이라 세 명이서 한 번 리필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더군요.

 

 

조금 보기싫은(...) 사진이라 죄송하지만,

정신없이 게를 발라먹은 잔해까지... 영광의 전투를 치룬 흔적.

 

 

여수에서의 첫 식사, 다들 정말 열심히 먹어치웠습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어 웬만해서는 반찬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특히 갓김치는 정말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반찬 간이 센 편이고 또 뱃속에 들어갈 밥의 양도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남긴 게 못내 아쉽네요...ㅡㅜ

 

 

커피 자판기가 있어 식후로 달콤한 커피 한 잔.

 

 

태어나 처음 가 보는 전남 여수.

그리고 그 여수여행의 시작, 호랭이게장백반의 간장게장과 갓김치.

 

호랭이게장에서의 첫 식사는 지금도 다시 생각날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그 때의 맛이 그립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갓김치와 게장을 집에서 배달해먹는 게 가능하겠지만,

여행지에서 먹었던 그 느낌과는 조금 다르겠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약간의 여행 버프도 있었던 것 같아요...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식사는 지금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좋았기에, 여러분들도 여수에 가면 간장돌게장을 꼭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 호랭이게장백반 찾아가는 길 : 여수시 봉산동 봉산게장거리 내, 사랑재활요양병원 맞은편 위치(매장 앞 주차 가능)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31088312

 

호랭이게장 : 네이버

리뷰 85 · 게장백반맛있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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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18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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