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남해(南海), 2020년 여름휴가
(23) 1928년 개업, 3대째 이어 내려오는 진귀한 빵집, 화월당과자점(순천시 남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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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국가정원을 나와 차를 타고 순천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여수에서 순천을 넘어갈 때 시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이동했으니 시내로는 처음 들어오는 셈이네요.
순천역을 지날 때 잠깐 창문 열어 잠깐 급하게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만, 사진이 잘 나오진 않았습니다.
순천은 KTX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는데요, 비록 순천역이 있는 전라선은 고속화 구간이 아닌 재래선이지만
용산에서 출발, 익산에서 전라선으로 분기한 KTX가 순천을 거쳐 여수엑스포역까지 논스톱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중간 정차역이 없는 빠른 속달편을 타면 용산에서 약 2시간 10여 분 정도만에 순천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순천 시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화월당 과자점'
이번 여행에서 순천을 집어넣으면서 순천만과 함께 '여기는 반드시 가야 한다' 라고 계획했던 곳입니다.
화월당 과자점은 1928년 오픈하여 그 역사가 거의 100년 가까이 된 순천의 매우 유서 깊은 제과점으로
다른 빵집과 달리 조금 특이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일단 매장에 가면 진열되어 있는 빵이 따로 없고,
100% 전화 예약으로만(가끔 예약없이 가도 구매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빵을 판매하는 게 특징.
그나마도 취급하는 품목이 딱 두 가지 뿐인(볼카스테라와 찹쌀떡) 일반적인 빵집과 괴리감이 있는 좀 특이한 제과점입니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빵집' 이라는 걸 강조한 출입문 왼편의 현수막.
아마 초창기엔 찹쌀떡을 주로 판매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여튼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는 걸 알기에 오전에 순천으로 이동하면서 화월당과자점에 미리 전화 연락을 했고
'몇 시 정도에 찾으러 가겠다' 라고 시간 약속을 잡은 뒤, 그 시간에 맞춰 빵집에 도착했습니다.
빵집 입구의 벤치에 세워져 있는 화분과 난초.
생생정보통 방송 스크린샷을 비롯한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된 신문 스크랩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생생정보통은 뭐 그렇다치더라도 중앙일보 지면에 소개된 건 꽤 대단한 기록이라는 생각.
저 액자 속 사진은 몇 년 전 사진인지 가늠도 안 가는군요. 최소 50년은 넘었을 법한 사진.
그리고 그 위의 액자에 담긴 신문 스크랩도 오랜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 있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래 된 빵집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 빵집 맞아?
다양한 종류의 빵이 진열되어 있어야 할 매대에는 단 하나의 빵도 진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응당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어야 할, 아니 예전엔 케이크를 진열하지 않았을까 싶은 매대엔 케이크 대신 찻잔 세트만 가득.
그리고 그 위에는 빵이나 과자 대신 도자기 인형이 마치 수집가의 컬렉션을 보는 것처럼 쭉 진열되어 있더군요.
다양한 종류의 빵이 진열되어 있어야 할 매대에도 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노란 박스만 한 가득.
사실 이 노란 박스의 정체가 '주문받은 빵을 포장해놓은 박스' 인데요,
화월당 과자점은 모든 빵을 100% 예약제로만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을 받은 뒤엔 빵을 박스에 담아 매대에 올려놓은 뒤
주문한 사람이 시간에 맞춰 빵을 찾으러 오면 저 박스를 내어주고 계산을 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빵의 종류도 단 두 가지. 볼카스테라와 찹쌀떡이 전부.
전화로 주문할 때 '볼카스테라 X개랑 찹쌀떡 X개요 X시에 찾으러 갈께요' 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참고로 노란 박스에 담겨 나가는 최소 주문량은 볼카스테라 8개, 찹쌀떡 8개(총 16개)라는군요.
이쪽 매대엔 빵 대신 항아리가...ㅋㅋ
진짜 아무리 봐도 도저히 빵집으로 볼 수 없는, 도자기 파는 곳으로 보이는 이 곳이 빵집이라니...
사실 이 곳을 직접 찾아오기 전부터 익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막상 실제로 보니 되게 신기하네요.
매대 뒷편엔빵이 포장되는 노란 박스가 가득 쌓여있는데, 이는 흡사 천안역전에 있는 호두과자 전문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천안역전의 학화호두과자도 빵집이지만 호두과자 한 가지만 파니 여기와 비슷할 수 있겠네요.
(천안 학화할머니 호두과자 : https://ryunan9903.tistory.com/96)
빵은 포장해와서 2일차 숙소에서 먹었는데요, 숙소에서 먹었던 빵 사진을 미리 꺼내왔습니다.
Since 1928 이라는 로고가 붙어있는 '화월당 과자점' 의 노란 선물용 박스.
박스 안에는 여덟 개의 볼카스테라(왼쪽), 여덟 개의 찹쌀떡(오른쪽)이 빈 공간 없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일부러 빈틈없이 박스를 가득 채우기 위해 크기를 맞춰 제작한 듯, 진짜 빈 공간 하나 없이 알차게 들어차있네요.
볼카스테라 한 개 가격은 1,700원, 찹쌀떡 한 개 가격은 1,200원이라고 합니다.
볼카스테라와 찹쌀떡이 각각 8개씩 들어있으니 합쳐서 23,200원짜리 구성.
박스 가격으로 얼마를 더 받았던 거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신경쓰일 정도의 큰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사람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많이 이야기했지만 순천이 사는 곳에서 너무 먼 곳에 있어 찾아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잡아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그 '볼카스테라' 를 마침내 손에 넣었습니다.
볼카스테라의 주요 성분은 박력분(밀가루), 그리고 계란, 또 앙금으로 들어간 팥.
이 제품은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화월당과자점에서 판매하는 제과류가 딱 두 종류인데, 다른 하나는 빵이 아닌 찹쌀떡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화월당과자점에서 '빵'류로 파는 제품은 이 볼카스테라가 유일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 찹쌀떡보다 크기가 좀 더 크고 샛노란 색을 띠고 있는 동글동글한 카스테라 한 개.
안에 앙금이 가득 들어있는지 크기에 비해 들었을 때 꽤 '묵직하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칼로 단면을 갈라 보았는데요, 보드라운 카스테라 속에 팥 앙금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팥 앙금. 일반 단팥빵 앙금처럼 팥 알갱이가 살아있는 게 아니라 엄청 곱게 갈려져 있어요.
입자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곱게 갈려진 팥 앙금은 마치 양갱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아주 곱고 표면이 매끈매끈합니다.
팥앙금은 이에 끼는 조금의 이물감 없이 아주 보드랍게 씹히면서 진한 단맛을 내는데요,
이 진한 단맛이 촉촉한 식감의 카스테라와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강한 단맛인데 상당히 품격 있는 단맛이에요.
보통 카스테라 빵은 그냥 빵 자체의 폭신한 맛만 즐기거나 혹은 생크림 등과 함께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과연 단팥과 카스테라의 조합이 잘 어울릴까 좀 궁금했었는데, 그 해답은 아주 잘 어울린다였습니다. 취향에 정말 잘 맞았습니다.
팥앙금 들어간 달콤한 화과자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거 우유랑 먹으면 정말 맛있을듯.
두 번째는 '찹쌀떡' 입니다. 볼카스테라 못지않게 인기있는 화월당과자점의 간판메뉴.
찹쌀떡은 보통 찹쌀떡과 큰 차이 없는 외형인데요, 조금 뜯기 힘들 정도로(?) 찰기가 아주 많습니다.
볼카스테라처럼 칼로 자르는 건 불가능하고 그냥 하나를 통째로 들고 먹거나 가위로 잘라 먹어야 합니다.
아주 쫄깃쫄깃한 식감을 내는 떡 안엔 볼카스테라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입자 고운 단팥이 한가득!
볼카스테라에 비해 좀 더 본격적으로 진한 팥의 맛과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잘 만든 찹쌀떡입니다.
요즘은 찹쌀떡 안에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를 넣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곱게 간 팥만 앙금으로 들어간 기본에 충실한 화월당과자점의 찹쌀떡은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든든하고 만족스럽습니다.
볼카스테라나 찹쌀떡, 어느 걸 먼저 순위로 올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둘 다 만족스러웠어요.
기본적인 팥이 아주 보드랍고 맛있기 때문에 팥 들어간 단과자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먹어볼 수 있길 바랍니다.
점포가 큰길가에 위치해 있어 가게 앞에 주차를 하는 게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차를 타고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바로 맞은편에 공영주차장이 있으니 거기에 차 대는 걸 권합니다.
※ 화월당과자점 찾아가는 길 : 전라남도 순천시 중앙로 90-1, 순천중앙시장 다이소 근방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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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