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11일짜리 장기여행, 2023년 11월 타이완 전국일주
(82) 녹두와 단팥이 만들어내는 압도적 볼륨감, 이것이 타이완빙수다! 다완공빙(大碗公冰-대완공빙)
. . . . . .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오전부터 엄청 덥더라.
오늘은 특별히 어딘가를 관광 목적으로 이동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그냥 발길 닿는대로 적당히 먹고 마시고 즐기기로 했다.
뭣보다 가오슝에 하루 더 머물러있을 예정이긴 한데, 호텔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고 그 옮기기로 한 호텔이
메이리다오 역 근처라 굳이 짐 놔두고 멀리까지 갈 이유가 없는 것도 있다.
호텔 바로 옆에 빙수집 하나가 보이길래 바깥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가게 이름은 '다완공빙(大碗公冰-대완공빙)'
좀 뜬금없긴 하지만 날 더우니까 빙수 하나 먹고 가려고...
내부에도 테이블이 있긴 한데 에어컨을 켜놓지 않아 더운 건 매한가지, 그래서 그냥 바람이라도 좀 부는 바깥에 자리를 잡음.
빙수 먹는 손님들 대부분도 밖에 자리잡고 앉더라고...
메뉴판은 한자만 표기되어 있지만 각 메뉴에 대응하는 이미지 사진이 있어 주문에 어려움은 크게 없다.
여기도 빙수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 망고빙수조차도 100NT$(4,100원) 안팎.
망고빙수를 제외한 팥이나 녹두 등을 넣은 빙수는 5~60NT$선이라 우리 돈으로 2,000원대 초, 중반밖에 안 한다!
이 중 내가 주문한 건 21번 빙수, 오른쪽 페이지 가장 위에 있는 이미지사진의 팥+녹두를 고명으로 올린 것.
와... 이 빙수 뭐지...??
녹두와 팥을 고명으로 올린 빙수인데, 이게 한 그릇에 60NT$(2,500원) 밖에 안 한다고...??
뭐 과일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고명을 이렇게 산더미처럼 올렸는데...??
빙수가 뭔가... 고봉밥처럼 꾹꾹 누른 채 담겨 나와서 옆모습을 살짝 보니 묘하게 흐뭇한 미소가 나온달까...
여튼 이런 빙수를 단돈 2,500원에 즐길 수 있다니... 지금 편의점에서 파는 팥빙수 아이스크림도 3,000원 하는 판에...
가격이 저렴한 대신 우유얼음이 아닌 물얼음을 써서 만든 빙수.
빙수 안에 달콤한 황설탕 시럽을 부어 단맛이 얼음 속에 자연스레 배어들고 있다.
처음부터 비벼먹는 게 불가능해서 얼음을 약간 뗀 뒤 녹두와 팥을 그 위에 고명으로 올려 먹는 식으로 즐겨야 한다.
녹두와 팥도 그냥 삶은 게 아닌 연유에 한 번 절인 거라 단맛이 엄청 세다.
팥 등의 곡물류에서 나오는 단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최고의 빙수.
원래 초콜릿, 크림의 단맛보다 팥의 단맛을 즐기는 나로선 솔직히 타이완의 유명 망고빙수보다 이 쪽이 훨씬 더 취향 직격이다.
이렇게 커다란 빙수를 나 혼자 양껏 퍼먹을 수 있고, 이렇게 입 안이 서늘해질 정도로 먹어도 2,500원밖에 안 한다는 건 정말이지...
. . . . . .
빙수와 함께 어제 사 온 '한큐 베이커리' 의 메론빵을 꺼내 보았다. 가격은 30NT$(약 1,300원)
원래 어제 자기전에 먹으려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석가 하나 먹고나니 급격히 졸려져 먹지 않고 놔둔 것.
이걸 여행하면서 계속 들고다닐 수도 없으니 기회가 있을 때 빨리 먹어치우는 게 좋을 듯.
바닥에 이렇게 익숙한 '한큐' 의 로고가 보인다. 낯선 타이완 땅에서 보는 오사카의 한큐...
빵이 상당히 큼직한데, 메론빵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메론 모양의 그냥 소보루빵이라 보면 된다.
간혹 메론빵에 진짜 멜론과즙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그냥 멜론 모양의 빵이라 메론빵일 뿐, 메론맛은 나지 않는다.
대신 표면의 소보루가 굉장히 달콤하고 내부의 빵도 부드러워서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빵.
오늘 아침 호텔 조식에 나온 식사용 빵을 보면서 '타이완의 식사용 빵들은 그다지 맛있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빵은 예외인 듯. 아주 대단하진 않아도 그래도 '오, 이 정도면 꽤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메론빵, 오사카 한큐백화점에 가면 다시 만나볼 수 있으려나...??
. . . . . .
빙수도 깔끔하게 해치움.
과일빙수가 아닌 곡류가 올라간 빙수라 그런가 다 먹으니 느껴지는 포만감이 흡사 밥 먹고 난 뒤의 포만감이다.
가오슝은 타이베이에 비해 빙수조차도 싸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가게를 나섰다.
관광객들을 위한 가게가 아닌 현지인들이 가는 로컬 가게의 물가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라고 뒤지지 않는 맛에도 다시 한 번 놀라고...
. . . . . .
그리고 오늘은...
오늘은...ㅋㅋㅋㅋ
이번 여행에서 전혀 예정에 없던... 어젯밤에 갑자기 급조한 계획인... '평일 오전 오락' 이라는 것을 할 예정이다...ㅋㅋㅋㅋㅋ
어제 호텔 앞에서 기적적으로 게임센터를 발견했는데, 여길 어떻게 그냥 지나쳐...;;;
게다가 어젠 너무 피곤해서 게임센터의 존재랑 기기 라인업만 확인한 채 마무리했으니... 게임 본격적으로 즐기는 건 이제부터.
대한민국에서는 '제로 버전2' 에서 정식 발매가 끊긴 이니셜D도 최신작 '더 아케이드' 가 절찬 가동중.
완간 미드나이트도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
거의 지금 레이싱 게임의 투톱은 완간 미드나이트, 그리고 이니셜D 이렇게 두 게임이 서로 양분하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아케이드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이 당시만 해도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던 '그루브 코스터' 의 타이완판도 확인해주고...
그루브 코스터의 대한민국 정식 발매 버전은 '리듬 베이더즈' 라는 이름이었는데 여긴 그루브 코스터 이름 그대로 나온다.
츄니즘, 마이마이는 대한민국과 동일하게 아시아 수출용 버전으로 가동하고 있어 대한민국 기기와 컨텐츠 차이는 없다고 한다.
예전부터 타이완의 가장 인기 있는 리듬게임이 마이마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인기는 지금도 변함없는 것 같다.
비트매니아IIDX도 최신 라이트닝 기체, 그리고 사운드 볼텍스 발키리 머신도 절찬리 가동 중.
이런 게임의 경우 메달 대신 10NT$짜리 동전을 사용하더라. 기본 스탠다드 플레이 요금이 40NT$니 대한민국보다 살짝 비싼 셈.
댄스 러쉬 스타덤, 그리고 노스텔지어도 각각 한 대씩 가동 중.
노스텔지어 상단에 모니터가 달려있는 걸 보니 과거 비트스트림으로 가동했던 기기를 개조하여 만든 게 맞는 것 같다.
비트매니아IIDX 라이트닝 모델 동전투입구 앞에 선명하게 붙어있는 10NT$ 동전 4개 넣으라는 문구.
. . . . . .
사실 1층에 있는 게임들은 다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라 그렇게 큰 감흥이 가는 것들은 없었고
문제는 2층에 있는 게임들인데... 일단 생전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 처음 보는 게임인 'Rock Fever' 라는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어디서 만들었나 했더니 IGS 제품. 타이완 내수용 리듬 게임인 듯 하다. 나름 5버전까지 있는 거 보면 꽤 잘 나갔던 모양인데...
게임 방식 자체가 워낙 직관적이라 금방 적응하고 플레이를 즐길 순 있었지만 문제는 버튼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는 불가... 그냥 '이런 게임이구나' 라고 한 번 즐긴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결정적으로 게임이 그렇게까지 재미있지가 않아서(...^^;;) 그냥 한 번 가볍게 맛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 즐겼다는 느낌?
https://www.youtube.com/watch?v=0-9ty49mc8g
https://www.youtube.com/watch?v=781YOCgKDa8
직접 내가 플레이하는 화면을 찍진 못했지만(거치대가 따로 없어) 그냥 게임 플레이 화면과 스탭롤을 영상으로 한 번 찍어보았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보면 될 듯. 건반형 리듬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 인터페이스.
어떻게 플레이하는 게임인지 궁금한 분들이 있다면 이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 . . .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 볼까...??
사실 여기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메달은 바꾼 이유는... Dance Dance Revolution A3 해금작업 때문(...)
이 당시 새롭게 열린 해금 이벤트인 '베이비 론 갤럭시(BABY-LON'S GALAXY)' 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당시 가오슝의 이 게임센터 DDR의 플레이 요금이 대한민국 1/5 수준으로 설정되어 버린 바람에...
여기서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플레이하고 가는 게 엄청난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대한민국 가서 고생 덜 하려고
(돈을 덜 쓰려고) 여기서 일부러 일정 하루를 비워 좀 무리해서 해금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ㅋㅋ
결국 이 날 오후 내내 게임센터에만 있었다...
저녁에 다음 호텔 체크인하기 전까지 모든 걸 다 불살라버렸어...;;
= Continue =
2024. 9.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