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본 여행에서 '왜 이렇게 가격이 싸지?' 라고 놀라서 구매한 일본 로손(LAWSON) 편의점의 레토르트 비프 카레입니다.
로손 자체 브랜드로 출시된 염가형 제품으로 요새 일본 편의점도 한정으로 파는 저렴한 자체 브랜드 상품이 꽤 많아졌더군요.
대한민국 못지않게 먹거리물가가 엄청 크게 오른 일본도 이렇게 자체 염가 브랜드를 내며 닫힌 고객의 지갑을 어떻게든 열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기울이는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이런 상품이 엄청 많아졌어요.
여튼 이 카레 이름이 꽤 긴데, '쇠고기와 야채의 맛이 퍼지는 쇠고기 카레(牛肉と野菜の旨み広がるビーフカレー)' 라고 합니다.
매운맛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총 네 가지 종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저는 1단계, 그리고 4단계 두 종류를 사 왔어요.
가격은 믿기 힘들겠지만... 한 팩 125엔(세금 포함)입니다. 세금을 포함해도 현재 환율 기준으로 고작 1,130원 정도!!
일본 레토르트 카레 가격을 생각하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싼 제품인데 과연 괜찮은 건지 한 번 먹어봐야겠어요.
먼저 1단계 매운맛의 '마일드' 한 비프 카레부터 먹어보겠습니다.
요새 매운맛에 대한 내성이 좀 심각할 정도로 약해져서(예전의 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운것보다 오히려 이런 게 좋아요.
포장 디자인은 편의점 PB상품답게 아주 심플한 편.
박스 후면에는 제품의 조리방법과 원재료 및 함량, 영양성분표, 알레르기 정보 등의 내용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1식(180g) 당 열량은 152kcal인데 보통 밥 한 공기가 300kcal니 밥과 함께 먹는다면 450kcal 정도 섭취를 하겠네요.
용기 안에는 카레가 들어있는 레토르트 파우치가 들어있어요.
우리나라의 3분카레와 마찬가지로 일본 카레 역시 전자렌지에 데우거나 레토르트 팩 째 끓는물에 넣고 끓이거나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렌지를 이용할 거라 생각.
넓은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레토르트 카레를 쭉 짜서 부은 뒤 뚜껑을 덮고 전자렌지에 약 1분 30초 정도 돌려줍니다.
일본 카레답게 돈까스라든가 새우튀김 같은 토핑을 올리고 싶지만 그건 없고 마침 삼겹살 바베큐가 있어 그걸 고명으로...^^;;
뭔가 호화판 카레가 된 것 같은데 그냥 고기와 함께 좀 더 푸짐하게 먹고 싶었을 뿐입니다.
와, 이거 125엔짜리 염가 카레 맞아...??
보통 약간 미끼상품 느낌으로 홍보하기 위해 가격을 과하게 싸게 책정한 제품들의 경우 그 가격에 걸맞지 않게 내용물이
푸짐하게 들어있는 등 유달리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 제품들이 있거든요. 예전에 우리나라 CU편의점에서 구매한 880라면이
대표적으로 그런 제품이었고요...(CU 880 라면 : https://ryunan9903.tistory.com/3054)
그런데 이 제품도 그런 류의 제품인가봅니다. 오히려 가격이 너무 싸서 그걸 역으로 홍보하고자 퀄리티에 신경을 빡 쓴 듯한 제품.
육안으로 봐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감자, 당근 등의 건더기가 생각보다 꽤 들어있고 무엇보다 '쇠고기 덩어리' 가 있어요.
것도 아주 조그만 덩어리가 아니라 거의 감자 썬 것과 비슷한 크기의 건더기 말이죠. 그냥 이런 염가카레에 저런 덩어리가 있는 것
자체가 좀 충격적이긴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가격이 이렇게 싸면 거의 아비꼬 리필카레마냥 조금 꾸덕한 카레루 정도만 있겠지...
하고 얕잡아봤다가 기대 이상의 퀄리티에 꽤 놀랐던 제품. 맛은 당연히 전혀 매운맛 없는 향신료 강하고 달달한 일본카레 맛입니다.
한국인 기준으로 매운맛이 아주 조금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건 유아들이 먹어도 큰 문제 없을 것 같다는 느낌.
다만 왠지 먹으면서 느낀 게 '일본인 중엔 이것도 맵다고 인지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 . . . . .
바로 두 번째, 제일 매운맛으로 갑니다. 패키지에 그려진 카레 루 색깔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포장 박스 뒷면도 동일. 칼로리는 180g 1식당 158kcal입니다.
안에 레토르트 파우치 하나 들어있는 것도 완전히 같지요.
육안으로 봐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카레 루 색이 좀 더 진합니다. 안 매운맛이 붉은색이면 이건 짙은 고동색 계열.
이번엔 고명이 없어서 불쌍하게 카레만...^^;;
아직 밥을 비비지 않았는데 카레 소스가 담겨있는 아랫쪽에 선명하게 당근, 감자 등의 건더기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레 소스에 함께 들어있는 건더기의 크기라든가 양이 대략 이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일본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에 비해 매운것을 잘 못 먹기 때문에 일본의 제일 매운 카레도 우리나라 오뚜기카레에 비해
훨씬 매운맛이 약하다 -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이 제품이 딱 그걸 증명해주는 것 같네요. 분명 제일 매운맛이라 했는데
매운맛 내성이 심하게 약해진 저조차 '응? 이게...?' 라며 아무 문제없이 먹을 정도. 오뚜기카레 중간매운맛~매운맛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그냥 '아, 매운맛이 있긴 있구나' 라고 인지만 할 정도의 가벼운 매운맛입니다. 먹는데 큰 문제는 전혀 없을 거에요.
무엇보다 일본 카레 특유의 진한 향과 단맛, 그것 때문에 딱히 매운맛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는 느낌은 더 없었습니다. 잘 먹었어요.
. . . . . .
여튼 이 제품, 기대 이상으로 진짜 만족했어요. 아니 솔직히 일본 지역한정으로 파는 'XX규를 넣은 프리미엄 비프카레' 라 써놓고
카레 한 팩에 7~800엔씩 받는 그런 것과 견주어봐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 아 물론 퀄리티야 그 7~800엔짜리가 더 높겠지만
결정적으로 이건 125엔입니다, 125엔... 단돈 천원 좀 넘는 가격에 이런 카레라니... 이건 아무리 봐도 너무 가성비가 좋잖아...;;
그동안 일본 여행을 하면 고형 카레를 자주 사 오곤 했는데 앞으론 이 카레도 좀 쟁여놔야 할 듯 합니다.
제가 강황 늘어간 샛노란 오뚜기 카레도 참 좋아하긴 하는데요, 강황 넣은 한국카레는 한국카레만의 맛이 있고 일본 카레는 또
일본카레 특유의 달달함이 또 있잖아요. 각자의 개성이 워낙 뚜렷하고 명확히 달라서 두 개성을 함께 즐기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2024. 10. 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