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3 일본 오사카+도쿄 >
(Season.1-36) K-POP 한류팬도 단번에 혐한 넷우익으로 전향시킬 환장의 양념치킨, 계정82(오사카 우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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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카츠 커리를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그래도 오래간만의 우메다인데 한 번 좀 돌아봐야지? 생각하며
히가시우메다역 근처의 아케이드 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수많은 오피스와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오사카에서 술집, 밥집 비롯하여 일반 상점가가 쭉 펼쳐진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이 거리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회전초밥집 '사카에 스시' 가 위치해 있고...
한국요리 전문점 '계정82' 도 있ㄷ... 잠깐 이거 뭐지?!
이거 뭐지...??????
쇠고기쳅체, 치즈김파, 치즈케란찜, 유케달걀노른자, 강장세우.
거기에 열심히 오른손을 가게쪽으로 흔들고 있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풍선인형에다가...
참이슬 배경에 한글로 선명하게 써 있는 '무한리필' 문구에...
대체 뭐야 이 가게...???????????????
진짜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지나가다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는 이 괴기망측한 가게는 뭐란 말인가...
일단 뭐... 일본에도 한국음식 전문점이 이제 많이 생겨 한식집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오사카, 것도 최대 번화가인 우메다 한복판에 이렇게 한글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한국음식 전문점, 아니 주점인가?
여기만큼은 정말 궁금해서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딱 봐도 정상적인 음식은 또 안 팔 것 같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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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결국 들어와버렸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술자리 놀이의 단골 한 아이템, 참이슬로 즐기자... 아니 나 나름 학교든 회사든 술자리 여럿 가져왔는데 참이슬 놀이는 없었음.
소주 뚜껑의 꼬다리 쳐서 떨어뜨리는 그런 놀이는 있어도 적어도 그건 술자리 단골 아이템은 아니야...
내가 앉은 의자 바로 뒤에 붙어있는 간판.
맛있게 드세요 양 옆에 써 있는 저 한자는 대체 뭘까(...)
이건 나중에 주변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있는 한국요리 전문점을 중 뭔가 이런 엉터리 번역과
기괴한 센스를 가지고 있는 집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인이 어설프게 배워 운영하는 집도 더더욱 아닌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종차별적인 의도나 발언은 아니고 그냥 객관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함.
즉 이 가게도 실제 운영하는 곳이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중국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를 주변 분에게서 들었다.
'계정82' 라는 가게 이름도 뭔가 이상.
보통 한국음식 전문점이라고 하면 뭐 전주집, 서울집, 남대문, 어머니, 이런 류의 익숙한 한국의 지명, 혹은 단어를 쓸 텐데
그런 친숙한 단어, 지명 대신 한국인들도 쓰지 않는 '계정82' 라는 이름을 왜 쓴 걸까?
대체 계정82는 어디서 나온 단어와 숫자 조합인 걸까...? 하고 한참을 생각해봤는데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며 갑자기 든 생각!!
'대한민국 국제전화 국가번호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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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납득.
하지만 뭔가 개운한 납득은... 아님. 왜 다른 좋은 단어 놔 두고 굳이...????
음식 주문한 뒤 잠깐 화장실 다녀오려고 매장 뒷쪽으로 향했는데... 이건 대체 뭐야, 김밥은 잡채(...?)
진짜 모르겠음. 이게 한 10년,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 일본엔 이미 한국음식이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잡아서
동네 마트에서도 한국 김이나 신라면 찾는 건 일도 아니고 진짜 한국과 똑같은 맛을 내는 홍콩반점0410 같은 브랜드도 들어감.
한국음식 전문점 가면 완전히 100%는 아니더라도 거의 한국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음식 만들어내는 가게들 충분히 있으며
일본식 기무치가 아닌 대한민국의 김치도 잘 팔리고 있단 말이다. 그런데 이런 2024년 시대에 이런 가게가... 있다고?
어디서 노랫소리가 계속 나오길래 보니 이 TV였구나... 여튼 TV에서는 일단 K-POP이 계속 나오고 있었음.
나는 주방을 바로 마주하고 있는 바 테이블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뭔가 여기... 참이슬이라든가 좋은데이라든가 시리즈가 엄청 많은데,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이야...
이런 과일소주들... 정말 몇 가지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선 판매되지 않는 해외 수출 전용판 아닌가.
메뉴판을 일단 받긴 했는데, 뭘 먹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음.
뭣보다 아까 이미 배부르게 치킨카츠 카레를 먹고 나왔기 때문에 엄청 많이 먹는 건 힘들었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오른쪽 중간 위치에 있는 양념치킨, 그리고 간장치킨을 시켜먹어보기로 했다. 그래 치킨은 실패할 가능성 적은 메뉴니까.
뒷면에는 주류 메뉴도 있는데, 주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
생맥주는 180엔, 그리고 하이볼도 기본은 150엔이다. 다만 여기 표기된 모든 가격들은 전부 세금 미포함 가격이라 10% 붙여야 함.
사실 치킨 시키기 전에 이 '치즈삼겹살' 이라는 걸 시켜보고 싶었는데, 이건 주문이 안 된다고 함.
그리고 아래의 철판새우면은... 우리나라에 이런 음식 없지 않나.
생과일을 넣어 만든 칵테일류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800엔.
과일, 그리고 술 둘 중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칵테일인 듯. 일본의 소주인 '효게츠(경월)' 도 있다.
일단 물티슈, 그리고 기본 식기 준비 완료.
간장치킨과 양념치킨, 그리고 사쿠라 하이볼 도착.
'사쿠라 하이볼' 은 이름은 벚꽃이지만 실제 벚꽃... 이 들어간 건 아니고 매실향 나는 붉은 빛의 하이볼.
내가 다행히 일본식의 시큼한 매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꽤 맛있게 마심.
그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남자의 우메슈' 라고 하는 매실+차조기 조합의 하이볼 말인데 그거 개인적으로 진짜 좋아한다.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서비스' 라면서 김치를 한 접시 내어주더라.
사실 이거 서비스가 아니라 오토시임.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330엔 오토시 가격이 따로 찍혀있더라고.
일본에서 오토시는 거절하고 안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기준을 사실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주는 대로 받았다.
여기서 내어주는 김치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의외로 배추김치는 멀쩡한 맛. 물론 빈말로라도 맛있는 김치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지만 그래도 꽤 그럴싸한 맛이다.
막 격조 있는 한식집의 직접 담근 김치는 아니더라도 최소 김밥천국이나 돈까스집 같은 데서 기본찬으로 나오는 김치맛은 됨.
다만 젓갈의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아 그렇게 깊은 맛은 아니고... 그냥 '그럴싸하게 먹을만하네' 정도.
자, 그럼 간장치킨부터 한 번 먹어볼까요...
간장치킨은 간장 특유의 짭짤한 풍미와 향, 거기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기분좋은 단짠단짠을 느낄 수 있는 정말 맛있는 치킨이죠.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어 지금은 양념치킨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킨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거기에 한국인 좋아하는 마늘 후레이크까지 뿌렸으니... 이건 뭐 안 먹어봐도 비디오네요!
게다가 뼈 발라먹지 않아도 되는 큼직한 사이즈의 순살!
일단 하이볼 한 모금 시원하게 마시고 일본에서 맛보는 한국식 간장치킨을 음미해봅시다!
짜!!!!!!!!!!!
야이ㅆ... 이건 간장치킨이 아니라 그냥 진간장에 푹 담갔다 꺼낸 거잖아...!!
일단 엄청나게 짜다. 치킨의 양념이 단짠단짠은 아예 바라지도 않고 그냥 적당히 짭짤해야 하는데 이건 뭐 거의 간장게장 수준.
그러니까 내가 간장에 푹 담갔다 꺼냈다고 했지, 아니 간을 안 보나? 양념을 어떻게 한 건가? 아니 그 이전에 한국식 간장치킨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고 그냥 간장치킨이라고 하니 간장으로만 간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 와중에 골때리는 건 안에 들어있는 닭고기살은 또 아주 두툼하고 촉촉하게 씹히는 게 멀쩡했다는 것. 소스가 모든 걸 다 망쳤다.
그래도... 양념치킨은 괜찮겠지...??
적어도 양념치킨은 아주 옛날부터 있었던 거고 세계적으로도 그 맛이 잘 알려졌으니 이건 그래도 제대로 흉내 잘 냈겠지...
이건 괜찮을거야... 봐봐, 양념소스도 듬뿍 묻은 게 맛 없을 리 없잖아...
...겠냐, 퉤!!!
이건 케찹과 고추장맛. 일단 간장치킨과 더불어 이것도 매콤달콤함이나 단짠단짠함은 없다. 간장만큼은 아니어도 엄청 짰고
단맛이 없이 짠맛만 느껴지는 소스에서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건 '케첩과 고추장을 섞었군...' 이라는 것. 그런데 그게 다.
케첩, 고추장 넣고 물 좀 타서 몽근하게 끓여내면 이와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은데 일단 이 소스의 맛은 절대 양념치킨 소스가 아니고
그렇다고 맛있냐고 하면 전혀 아니었음. 그래도 젓갈 수준의 간장치킨보다야 나았지만 치킨양념 이렇게 해서 내면
우리나라에선 100% 망함. 아니 오히려 유니크한 치킨이라며 다른 쪽으로 소문이 나서 도전메뉴가 되었을 거임.
어찌어찌 시켜놓은 게 아까워서 다 먹긴 했지만, 정말 ...나쁜 의미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여기 치킨에 대해... 솔직하게 평하면 그래...
'K-POP 좋아하는 한류팬을 일격에 혐한 넷우익으로 전향시킬 맛'
...이거 말고는 어떻게 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솔직히 말해 일본 제2의 대도시, 오사카 최대 중심가인 우메다 한복판에서 이런 걸 한식이라고 장사하게끔 놔 둬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웬만한 건 다 좋은 게 좋은거지 하며 넘어가는 내가 이렇게 말 할 정도라면 좀... 심각한 수준이다.
모르겠음... 내가 극히 단편적인 메뉴만 먹어봐서 다른 메뉴들을 함부로 평가하는 게 옳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근본없고 제멋대로인 간판이 달려 있는 최소한의 고증조차 안 된 음식점에서 파는 메뉴가 제대로 될 거란 생각은 안 듬.
오사카는 워낙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많아 이걸 보고 호기심에 찾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지 잘 모르겠지마는
정말 궁금해서, 혹은 괴식 체험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찾아가지 않는 것을 권한다. 마루타는 나 혼자만으로 충분.
(한국요리 계정82 구글지도 링크 : https://maps.app.goo.gl/W5J8TrpMZBXuyoX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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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 2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