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소개로 재미있는 일본라멘 전문점에 다녀왔습니다.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오레노이키루미치(俺の生きる道)' 라는 곳인데요, 가게 이름을 해석하면 '내가 사는 길'
이 가게는 2016년 일본 하쿠산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연 라멘집으로 칸토 지역에서 여러 매장을 내어 확장을 해 나간 뒤
해외에도 진출했는데, 1호점으로 대한민국이 선정되어 압구정로데오역이 있는 강남구 신사동에 해외 첫 점포를 냈다고 합니다.
가게 출입문 바로 옆 야외에 무인 주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요.
입구에서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에 마당 같은 작은 공간이 있는데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더라고요.
제가 갔던 날은 눈이 와서 자갈이 눈에 덮여있었습니다.
매장 출입문 오른편에 라멘에 대한 설명, 그리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함께 나와있습니다.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여기... 지로계 라멘 전문점입니다.
아주 염도가 높고 진한 국물 위에 두툼한 돼지고기 차슈, 그리고 삶은 숙주와 다진마늘, 돼지기름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라멘으로
우리나라에선 꽤 생소한 장르였지만 최근 망원동 류진, 연남동 566라멘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지로계를 취급하는 라멘 전문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다녀왔던 선릉 부탄츄의 팝업스토어 '유메 워 카타레(夢を語れ)' 도 지로계 라멘을 취급하는 곳이었지요.
(2024.6.19 유메 워 카타레 팝업스토어 방문후기 : https://ryunan9903.tistory.com/3106)
2024.6.19. 유메 워 카타레(夢を語れ) 팝업스토어(부탄츄 선릉점) / 일본 최고의 지로계라멘을 맛볼
'유메 워 카타레(夢を語れ)' 는 일본에 15곳, 그리고 미국에 1곳의 매장을 두고 있는 일본의 라멘 체인으로산더미처럼 재료가 쌓인 '지로계 라멘' 으로 유명해진 곳이라고 합니다. 맛에서 엄청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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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쪽 벽에 오레노이키루미치의 탄생, 그리고 대한민국 1호점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이 적힌 연혁이 붙어있습니다.
연혁... 이라기엔 그냥 매장 확장의 역사를 적은 것이지만.
신용카드 주문만 가능합니다. 현금 결제는 따로 매장 안 직원에게 문의해야 할 듯.
키오스크 위에 일본에서 사용하는 포스터 및 설명서, 그리고 오른편에 번역한 것이 함께 붙어있는데, 너무 번역기 말투인데...ㅋㅋ
뭐 내용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으니 큰 상관은 없을 듯.
취급하는 라멘은 기본 라멘, 미소라멘, 매운미소라멘 이렇게 세 가지.
기본 라멘은 쇼유(간장) 베이스라고 합니다.
옵션으로 다진마늘의 양, 숙주나물의 양, 아부라(기름)의 양 선택이 가능한데 단계는 총 넷, 없이/적게/보통/많이 중 선택 가능.
직원 안내를 받아 매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매장이 엄청 넓더군요. 라멘집 이렇게 넓은 건 또 처음 보네...
일단 입구에서 주방 쪽 일자 테이블이 쭉 이어져있고 저 안에 일반 테이블이 더 있습니다.
또 여기 좋았던 게 겉옷(외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옷걸이방이 따로 있어요. 거기에 옷 걸어놓으면 되어 겨울에 와도 좋습니다.
라멘 먹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테이블마다 붙어있습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 안내되어 있는 QR코드도 있어요.
테이블마다 물컵, 그리고 물병이 비치되어 있어요. 물은 그냥 생수.
숟가락, 그리고 나무젓가락과 물티슈 준비.
아부라(기름)의 양을 많이로 선택할 경우 라멘에 기름이 담겨나오는 게 아닌 이렇게 별도 종지에 기름이 담겨나옵니다.
면을 따로 건져내어 츠케멘 먹듯 이 기름에 찍어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라멘에 함께 붓기로 했어요. 꽤 짭짤한 편인데
뭐랄까... 살코기가 아닌 기름, 비계로 만든 장조림같은 느낌이랄까.
라멘(11,000원) 도착.
모든 옵션은 전부 많이, 많이, 많이...!!!
살짝... 아니 꽤 퍽퍽해보이는 넓적하고 두꺼운 돼지고기 차슈 한 덩어리가 호쾌하게 고명으로 올라가 있고...
면보다 양이 더 많은 듯한 숙주와 양배추 삶은 것, 그리고 입자를 크게 갈아낸 다진 마늘 듬뿍에 아부라(기름)까지 끼얹으니
진짜 고속노화를 앞당길 듯한 파괴적인 비주얼의 라멘이 되었습니다. 이거 먹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비주얼.
이게 지로계 라멘이지...ㅋㅋ 아직 제대로 먹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먹으려 합니다.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숙주와 면, 그리고 돼지기름을 잘 섞어준 뒤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돼지기름에 큼직하게 다진 마늘까지 듬뿍 들어가니 국물의 기름짐이 저세상 수준인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한 번 삶긴 했지만 아삭아삭한 식감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숙주부터 먼저 즐겨주고...
그래도 숙주는 면 위에 얹어져 있는 거라 국물을 많이 머금지 않아 그렇게 염도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진짜배기는 숙주 안에 들어있는 국물에 푹 담긴 이 굵은 면. 지로계 라멘은 대체적으로 다 이렇게 굵은 면을 쓰는 듯.
칼국수 수준으로 매우 굵은 면발이 꼬들꼬들하게 씹히는데 원래 굵은면보다 가늘고 딱딱한 면을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얼핏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아보이나 실제로는 매우 좋았습니다. 면을 과하게 삶지 않고 꼬들하게 삶아낸 게 제 취향에 직격했거든요.
보기만 해도 퍽퍽해보이는 돼지고기 차슈는... 실제로는 생각보다 그렇게 퍽퍽하진 않습니다.
물론 다른 일본라멘에 들어가는 보들보들한 돼지고기 차슈에 비하면 딱딱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고기가 크면 무조건 다 용서됩니다.
간장 베이스의 국물은... 짭니다. 역시 지로계 라멘 아니랄까 짠맛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요.
하지만 그 짠맛 속 돼지기름이 스며들어 중독되는 진한 감칠맛이 일품인데, 간장보다 돈코츠 좋아하는 저조차도 상당히 취향.
여기 다음에 오면 미소(된장) 베이스의 국물도 먹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국물이 워낙 기름지고 짜서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마시고 싶다면 뜨거운 물 받아 희석시켜 마셔도 될 것 같아요.
아직 이 정도쯤이야 거뜬...!
실제 일본 도쿄의 넘버원 라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로계 라멘으로서 이름값은 충분히 하고 남았던 '오레노이키루미치'
기름지고 호쾌한 양의 지로계 라멘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집. 분명히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지로계 라멘 자체가 워낙 난이도가 있는 음식이라 기름진 맛, 지나치게 많은 양, 높은 염도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조금 힘들수도 있어요. 뭣보다 이것까지 일본 스타일을 따라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밑반찬이 없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
단무지, 김치까진 아니더라도 한국 실정에 맞춰 초생강 정도의 밑반찬은 갖춰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저는 여기 2회차 방문하게 되면 미소라멘 먹으러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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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레노이키루미치 압구정본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6번출구 하차 후 직진, 한양상가서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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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노이키루미치 압구정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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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