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가끔 그런 날 있지 않습니까, 주로 맑은날보다는 비 오거나 꾸물꾸물하게 흐린 날.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민속주점에 가서 모듬전이나 빈대떡 시켜서 막걸리 마시고 싶은 날요. 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얼마 전 이런 기분을 느낀 날이 갑자기 와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해서 종로3가에 위치한 '종로전집' 을 다녀왔습니다.
저녁 되니까 종로3가 송해길, 낙원상가 중심으로 해서 엄청 술집 활발하게 영업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되게 많더라고요.
뭔가 여기 일대가 핫플레이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어오긴 했는데, 노인, 젊은사람 할 것 없이 유동인구가 정말 많았음.
비 오는 날은 아니었지만 비 안 와도 전에 막걸리 먹으러 갈 수 있지요 뭐...

아주 늦은 것도 아니지만 이미 실내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원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민속주점만큼은 예외. 여기는 이런 분위기여야 더 즐길 맛도 나니까요.

벽에 각종 지역 막걸리병과 함께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있습니다.

이런 가게들 보면 되게 저렴하고 주머니사정 가벼울 때 가기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물가가 물가인지라 저렴하지는 않음.
종로3가 근처에 저렴한 술집들이 잘 찾아보면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거기까진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길거리에 포장마차로 운영하는 노점보다는 더 낫다고 느껴짐. 적어도 지붕 있는 가게 안에서 먹고 자리가 좀 더 편하니까...

막걸리 종류가 꽤 다양한 편입니다. 예전에 기본 막걸리는 3~4천원부터 시작했는데 이것도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네요.
점심 특선으로는 한우우거지탕, 육회비빔밥, 양푼비빔밥 같은 식사메뉴도 있는데 저녁에도 주문 가능한진 잘 모르겠네요.

테이블에 식기류 비롯해서 기본적으로 이것저것 비치되어 있고요.

앞접시와 물컵, 물티슈 등 기본 식기 준비.

기본찬으로는 오이무침, 그리고 고추를 함께 넣은 양파절임 두 가지가 나옵니다.
오이무침 꽤 아삭아삭하고 간도 가볍게 잘 되어있어 생각없이 집어먹기 딱 좋더라고요. 두어 번 정도 더 리필했습니다.

첫 술은 지평막걸리.

양은사발에 막걸리 넉넉하게 따라놓고 일단 한 잔~

모듬전 도착.
소쿠리에 기름종이 깔아놓고 그 위에 여러 종류의 갓 부친 전들을 이것저것 담아 내어왔습니다.
분홍소시지, 어묵, 애호박, 동태, 동그랑땡, 두부, 깻잎, 고추 등 종류는 특정한 것에 편중되지 않고 비교적 다양한 편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가격대 높은 식재료보다는 만들기 편하고 간단한 재료들로 이루어졌다는 게 조금 느껴지긴 합니다.

옛날엔 밖에서 사 먹는 전이 나오는 것에 비해 너무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전 부치는 데 밑재료부터 해서 사람 손이 엄청 많이 간다는 걸 인지한 이후로는 그냥 좀 비싸도 인건비겠거니... 하고 먹기로 한...
사실 집에서 명절 때 전 한 번 부쳐보면 진짜 손 많이 간다는 걸 알 수 있지요. 밖에서 먹는 것도 크게 다를 바 없고요.

은은한 단맛이 담겨있는 호박전.

모듬전 중 뭐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고로 꼽지 않을까 하는 동그랑땡.

각종 야채와 두부, 돼지고기 등을 넣은 동그랑땡은 술안주로도 좋지만 밥반찬으로도 꽤 잘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그냥 사실상 야채 넣고 다져서 만든 고기완자라 해도 될 정도니까요.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재료라 이건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요.

깻잎 사이에 만두처럼 속을 집어넣은 뒤 그대로 계란옷 입혀 부쳐낸 깻잎전.

처음엔 이거 육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묵이었음...^^;;
하긴 육전을 여기에 넣어줄 리는 없지... 하면서 그냥 먹었습니다. 그래도 갓 부쳐나온 거라 맛은 있더군요.

포실포실한 두부가 통째로 들어있어 양념간장 찍어먹으면 더욱 맛있는 두부전.

음, 그래도 어묵보다는 육전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살짝 있었어요...^^;;

두 번째 막걸리는 알밤막걸리.
충남 공주 지역의 지역 막걸리 중 하나로 알밤을 넣어 고소하면서도 다른 막걸리보다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

막걸리 색도 다른 막걸리에 비해 꽤 노란 편이라 좀 이색적이긴 한데, 달달한 맛에 취해 계속 마시다보면 한 방에 훅 가는 맛.
그래도 이 막걸리 꽤 맛있어서 안주 없이 그냥 이것만 즐겨도 괜찮습니다.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 막걸리에요.

오이무침 한 번 추가.

양파절임도 넉넉하게 추가.
이런 류의 양파절임을 처음 먹어본 게 옛날 광장시장 녹두빈대떡집에서 맛본 것이었는데, 그 때 진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어
와, 이건 혁명이다... 라고 감탄한 적이 있었음. 물론 지금은 어딜 가나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흔한 장아찌류입니다.

분홍소시지는 다들 추억의 도시락반찬이다 하면서 추억의 맛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저는 별 추억은 없음.
어렸을 때 많이 먹긴 했어도 딱히 이게 추억의 소울푸드라는 인상은 별로 안 들더군요. 물론 매우 좋아하긴 하지만요.

모듬전 중 꽤 손 많이 가고 비싼 축에 속하는 동태전.

큰 오이고추를 반으로 갈라 그 안에 속을 채워넣은 고추전.

어릴 땐 이 고추전 되게 싫어했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냥 고추가 통째로 들어있어 맵고 맛이 없을 것 같은 이유였거든요.
뭐 지금은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딱히 싫어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다양한 종류의 갓 부친 모듬전을 막걸리 곁들여 함께 즐긴다는 것.
막 이게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특별한 맛은 결코 아니고 그냥 우리가 딱 상상할 수 있는 그 정도의 맛이긴 한데,
그럼에도 그 맛이 생각나 직접 찾아가게 되었고 가격은 좀 비쌌지만 그만큼 음식만큼은 나쁘지 않게 즐기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모듬전이나 빈대떡 파는 집은 여기 말고도 어딜 가나 많이 있으니 가끔 한 번 생각날 때 근처 가까운 곳을 찾아가보세요.
가끔은 이런 감성, 이런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날도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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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전집 찾아가는 길 : 지하철 1,3,5호선 종로3가역 5번출구 하차, 낙원상가 앞에서 바로 좌회전 후 길가에 바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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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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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1. 29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