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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19.11 천안

2020.2.11. (5) 20대를 함께했던 제2의 고향, 천안 안서동 / 10년 전 과거를 되짚는 기억으로의 여행,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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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과거를 되짚는 기억으로의 여행, 천안

(5) 20대를 함께했던 제2의 고향, 천안 안서동

. . . . . .

 

신부동 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안서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학교 다니던 시절엔 버스 대신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뭐... 자전거가 없으니까요.

 

 

버스를 타고 약 10분 정도를 이동, 목적지인 '상명대학교' 정류장에 곧 도착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버스를 타니 카드 단말기가 새롭게 바뀌었네요.

다만 예나 지금이나 천안 시내버스의 무시무시한 스피드(^^;;)와 와일드한 운전만큼은 하나도 안 변했습니다.

 

 

사실 졸업 이후에도 천안을 내려온 적이 몇 번 있긴 했습니다만, 다른 일 때문에 온 것이지

학교까지 내려와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는 아는 사람들은 다 졸업했기에 올 일이 없기 때문이죠.

거진 10여 년만에 이 곳을 다시 밟아보는데, 학교 다닐 적 풍경이랑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고가도로 아래를 건너 쭉 이동하면

상명대학교 대학촌이 있는 '천안시 안서동' 이 시작됩니다.

 

 

안서동 입구 바로 뒤에서 바라본 모습.

저 고가도로가 바로 경부고속도로이며 이 곳은 안서동 상명대학교 대학가 입구.

 

 

학교 다니던 시절 동기, 선, 후배들이 많이 갔던 마실 같은 장소인 팔육상회가 아직 남아있군요.

오랜 시간이 지나 가게들이 많이 바뀔 줄 알았는데, 이 간판은 보니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천안 안서동에는 대학촌이라 해도 될 정도로 대학교가 아주 많습니다.

단국대학교부터 시작하여 호서대, 백석대 등 이 근방에 학교가 많이 몰려있는데, 이 곳은 상명대학교 구역입니다.

 

 

학교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 양 옆에 원룸촌이 쭉 펼쳐져 있는 모습. 정겹네요.

 

 

정문 근처에는 재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 몇 곳이 들어와 있습니다.

지금은 휴일이라 학생들이 거의 없어 문을 열지 않은 식당도 있어요.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학교 앞에서 제일 많이 있었고, 가장 잘 나갔던 고깃집은 단연 '고추장불고기' 집이었습니다.

정문 근처로만 너댓 군데의 고추장불고기집이 있었고 1인분 2,500원이라는 당시 물가 기준으로도

엄청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정말 사랑받았고 또 많이 찾아갔던 학교 앞 고추장불고기집.

비록 지금은 다 없어지고 '참새방' 단 한 군데만 남았는데, 이렇게라도 남아있다는 게 정말 반갑네요.

 

고추장 불고기는 백종원 새마을식당의 열탄불고기와 은근 비슷한 음식으로

얇게 썬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과 파채를 넣고 호일을 깐 불판 위에 올려 볶아먹는 음식입니다.

요즘이야 훨씬 더 품질 좋고 맛있는 고깃집이 많은데, 주머니사정 넉넉치 않던 이 당시엔 고추장불고기도 얼마나 맛있었는지...

시간만 있었더라면 여기서 고추장불고기도 먹었을텐데, 이번엔 더 가고 싶은 식당이 있어 이 곳은 패스.

 

 

가게가 바뀐 곳도 있지만, 옛날 그대로 가게가 남아있는 곳들도 많네요.

학교 앞 한솥도시락이라든가 그 옆의 옹달샘 분식. 점심시간마다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지요.

특히 한솥도시락은 근처 자취생들에게 정말 사랑받았던 곳인데 지금도 많이 사랑받고 있겠지요?

 

 

 

이삭토스트도 학교 다니던 당시 인기 정말 많았던 곳.

그 당시 햄토스트 하나에 천원, 생과일쥬스 한잔에 천원이라 2천원에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이모네로 와' 라는 부대찌개집은 옛날엔 카레라면이 맛있는 분식집이었는데, 가게가 바뀌었네요.

 

 

충청도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음식으로 잘 알려진 '파닭'

학교 앞에서 제일 잘 나가던 파닭집인 조치원파닭 - 다송치킨이 위치를 옮겼지만 여전히 성업 중.

그리고 그 뒤에 있는 파란색 간판은 학교앞에서 제일 유명한 부대찌개집인 숟가락젓가락.

 

 

이 아파트는 학교 앞 원룸 아파트인 '동보아파트' 입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은 상명대 재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상명대 신축 기숙사가 오픈하기 전

이 원룸 여러 개를 학교측에서 빌려 남자 기숙사 대용으로 사용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도 기숙사를 들어가지 않고 학교 다니던 시절엔 이 곳에서 살았던지라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중간에 방을 두 번 옮기긴 했지만, 딱 한 학기 통학하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 아파트에서 지냈습니다.

옛날엔 '동보학사' 라는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동보스타빌' 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다소 낡고 어두침침한 복도식 아파트는 정말 옛날 모습 그대로네요.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엘리베이터는 한 동마다 양 끝에 두 대씩, 총 네 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두 대가 동시에 가동하는 일은 없고, 한 대씩만 가동합니다. 가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는 '0' 이라고 표시.

 

 

엘리베이터 한 번 누르는데 250원이 소비된다는 거짓말은 지금도 그대로 붙어있군요...ㅋㅋ

 

 

동보아파트 옥상은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오면 사진과 같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전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대학가 앞이라 원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안서동 마을 전경.

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 동네였던 곳이라 10년만에 다시 찾아와도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

 

 

가끔 집에 있다가도 바람 쐬고 싶을 때 한 번씩 올라오곤 했었는데, 지금도 이렇게 올라올 수 있군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변하지 않은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내 집이 있는 호수를 찾아 열쇠 따고 들어가면 바로 내 원룸이 나올 것 같아요.

방 구조라든가 모든 게 다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는데, 그것이 벌써 10년 전 이야기라니...

 

 

괜히 옛날 추억이 떠올라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맴돌았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이제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

장소는 옛날 그대로지만, 이 곳에서 내가 있었던 자리는 기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아련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내 방에 들어갈 수 있고, 옆동 사는 동기, 후배 집에 과제 들고 쳐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동보아파트 바로 앞의 '안서할인마트' 라는 마트는 '농가마트' 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마트는 학교 근처에 있는 마트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마트였습니다.

 

 

원래 이 쪽에는 상점가가 거의 없이 주택가만 있었는데, 건물들도 세우고 상점도 많이 들어왔네요.

바로 뒤에는 대학 원룸촌이 아닌 일반 가정집들이 입주한 아파트도 들어서 있습니다.

 

 

동보아파트 앞을 흐르는 작은 실개천. 여전히 지저분해(...)

 

 

안서동보아파트 버스정류장 앞.

경부고속도로 고가차도를 건너 큰길가의 상명대학교 정류장으로 나가면 시내 나가는 버스가 더 많지만

거기까지 나가는 게 귀찮을 땐 여기서 적당히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됩니다.

 

 

와...ㅋㅋ 집 앞에 롯데리아까지 생겼네요. 옛날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학교다니던 시절, 친구네 집 찾아가거나 놀러나갈 때 가장 많이 왔다갔다했던 골목.

 

 

처음 입학하던 시절 '대산할인마트' 라는 마트가 있었던 건물엔 이디야커피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건물 1층엔 옛날에 '학사오락실' 이라는 학교 앞의 유일한 오락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 일부를 호프집과 치킨집이 나눠 쓰고 있네요. 여기서 EZ2DJ와 키보드매니아, 드럼매니아,

그리고 펌프잇업을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이 EZ2DJ와 드럼매니아를 정말 많이 했어요.

 

 

'학사공판장' 이었던 이 곳은 중간에 한 번 GS25로 편의점이 되더니 지금은 다시 할인마트로 되돌아왔군요.

 

 

고추장불고기만큼이나 학교에서 동기, 선후배들이랑 많이 먹었던 고기가 양념 주물럭이었는데

가장 많이 갔던 주물럭집이 지금은 저렇게 소주방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3인분 9,900원 한 판을 주문하면 불판 가득 돼지고기 주물럭이 나왔던 아주 사랑스런 곳이었습니다.

작은 모임으로도 많이 갔지만, 개강, 종강총회 등 학과 회식으로도 자주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옛날에 자주 사먹던 허름한 분식집이 있었던 골목으로 쭉 걸어가는 중.

 

 

안서동 원룸촌 안에 있는 안서초등학교도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옛날에 있던 가게들이 지금도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게들이 새로 바뀌었습니다.

간판들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동네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안서 1통 마을회관과 경로당 건물, 여기 1층엔 병천아우내순대라는 순대국집이 있었지요.

 

 

여긴 학교다닐 때 없었던 가게였는데... '야동으로 유명한 집' 이라니...?

 

 

야동이 대체 뭔가 했더니 '야채조림닭 + 우동사리' 의 약자라고 합니다.

요즘같은 때 굉장히 도발적인 네이밍 센스인데, 이런 이름으로 장사해도 여기 괜찮은 건가(...)

 

 

경부고속도로 고가도로를 건너 다시 큰길가로 나왔습니다.

큰길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단대호수' 라고 하는 큰 호수가 있고 그 반대편엔 단국대학교가 있습니다.

 

 

단대호수 근처로 호수를 한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 산책로는 제가 학교에 입학하던 땐 없었지만, 군대 갔다오고 다시 복학했을 때 만들어져서

학교에서 졸업작품 하다가 가끔 답답할 때 동기랑 같이 나와 한 바퀴 돌면서 산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대호수 건너 단국대학교의 모습도 10년 전 그대로네요. 놀랄 정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그리고 학교가 있는 안서동은 가게들이 바뀌긴 했어도 동네 분위기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정작 가장 크게 변하고 바뀐건 저 자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곳이라 너무 반갑고 옛 생각도 떠올랐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난 다시 이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에

조금은 쓸쓸하면서 안타까운 감정도 느껴졌던, 반가움과 애틋함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주책없이 제 추억 이야기를 많이 했네요.

조금은 아련하면서도 울컥한 감정이 너무 많이 떠올라 이야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 Continue =

 

. . . . . .

 

 

= 10년 전 과거를 되짚는 기억으로의 여행, 천안 =

 

(1) 야우리(YA·WOO·RI)의 추억,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2) 가장 오래 된 천안명물, 학화할머니호도과자(果子)

(3) 또다른 천안의 원조 호두과자, 태극당 도솔호두과자

(4) 토토로의 집이었던 추억, 오카와리 이치반(おかわり いちばん)

(5) 20대를 함께했던 제2의 고향, 천안 안서동

 

2020. 2. 11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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