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과거를 되짚는 기억으로의 여행, 천안
(6)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대찌개, 숟가락젓가락(천안 안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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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던 시절 가장 많이 이용한 식당은 단연 학교 내 학생식당이었습니다만,
가끔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는 게 싫어 밖에서 사먹고 싶을 때가 있거나, 혹은 선후배 동기들과 같이 밥 먹으러 갈 때
학교 앞에 있는 식당들도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애용했던 식당은
학교 정문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보이는 '숟가락젓가락' 이라는 부대찌개 전문점이었습니다.
부대찌개 전문점 '숟가락젓가락'
천안 상명대를 나온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그 곳.
처음 학교에 입학했던 2003년에도 있었던 이 가게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중간에 간판이 한 번 바뀐 것 이외엔 옛 모습 그대로니 최소 20년 이상 계속 장사를 해온 곳.
평일 점심이었다면 이 곳도 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렸겠지만, 토요일이라 오늘은 한가한 분위기.
식당 안에 들어오자마자 잠깐 속으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졸업한 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의 분위기 모든 게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대찌개가 메인이긴 하지만 불고기, 덮밥, 제육볶음, 돈까스 등 다양한 식사 메뉴도 함께 판매합니다.
처음 학교 입학했을 땐 부대찌개가 3,500원이었고 중간에 4,000원으로 한 번 올랐던 게 제 마지막 기억인데,
현재 이 곳의 부대찌개 1인분 가격은 6,000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요.
테이블 위에 찌개 끓이는 가스렌지가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매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너무 옛 모습 그대로라 한 번 탄성을 속으로 질렀는데,
반찬 보고 다시 한 번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반찬들, 학교 다니던 시절이랑 똑같아요. 옛날에 여기서 먹었던 그 반찬 그대로...!
부대찌개 끓는 동안 배고파서 많이 집어먹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어묵볶음.
당시 1인분 4,000원짜리 부대찌개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밑반찬으로 계란말이가 나왔던 푸짐함까지.
그땐 반찬이 셀프가 아니었고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가져다주고 또 리필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반찬이 셀프로 바뀌었습니다. 반찬통이 밖에 나와있어 원하는 반찬을 직접 가져다먹을 수 있습니다.
미리 잔뜩 만들어놓은 거라 차갑게 식어있는 것까지 학생 때 먹던 계란말이와 똑같은 맛...!
좀 만화같은 과장이지만 한 입 베어문 순간, 10년도 더 전에 이 곳에서 부대찌개 먹던 기억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여기 내려올 때 혼자 내려온 게 아니라 같이 학교 다녔던 07학번 친한 후배랑 같이 내려왔는데,
이 분위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국 낮술...ㅋㅋ
정작 학교 다니던 시절엔 여기서 밥만 먹었지 술을 마신 적 없었는데, 이제서야 술을 마셔보게 되네요.
물론 그 때도 대학생이라 술은 마실 수 있었지만 말이죠...ㅋㅋ
반찬이 셀프가 되면서 밥도 전부 완전한 셀프 서비스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옛날에도 밥이 모자랄 땐 아주머니께서 알아서 더 먹으려면 주방 밥솥에서 퍼 가라고 했었습니다.
숟가락젓가락의 대표메뉴, 부대찌개(2인 12,000원)
이미 주방에서 한 번 끓인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더 끓이면 됩니다.
다른 부대찌개집처럼 라면사리 추가가 따로 없고 기본으로 라면 조금과 슬라이스 치즈가 들어갑니다.
아, 진짜 옛날 비주얼 그대로네요. 콩나물과 김치 송송 썰어넣은 것까지 학교 다닐때마 어쩜 이리 똑같은지...
진짜 이 비주얼의 부대찌개는 오직 여기서만 맛볼 수 있었던 것이고 학교 졸업한 이후
수많은 괜찮은 부대찌개집을 많이 다녀보며 먹어보았지만 여기와 동일한 맛을 내는 부대찌개집은 없었습니다.
물론 더 맛있고 완성도높은 부대찌개는 많지만,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맛이 있거든요.
앞접시에 국물이랑 라면사리, 소시지 등을 듬뿍 담아서 밥과 함께...
살짝 얼큰한 김치찌개맛이 느껴지는 숟가락젓가락의 부대찌개는 여러 번 말해서 이제 질릴법도 합니다만
학교 다닐 때 자주 먹었던, 제가 정말로 사랑했던 그 당시의 부대찌개 맛과 동일해서 너무 반갑고 먹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술까지 나눠마시면서 살짝 달아오른 상태에서 이제는 할머니가 된 주인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
옛날에 여기 재학생이었고 학교다니던 시절 동기, 선배들이랑 자주 왔었다.
졸업하고 나서 거의 10년만에 찾았고, 기억이 떠올라 오래간만에 다시 먹어보니 좋았다 등의 이야기를 짧게 나눴습니다.
주걱 열쇠고리에 매달아놓은 화장실 열쇠...ㅋㅋ
참 이런 데서도 옛날 감성이 남아있는 느낌.
그 당시엔 아주머니였지만, 지금 주인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천안을 내려와 이 곳의 부대찌개를 맛본 건
앞으로 내가 이 곳에 다시 올 일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과, 여기서 더 미뤘다간 다시는 못 올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어떻게든 한 번 내려와야겠다고 결심하여 찾게 된 이유가 상당히 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이 가게를 다시 찾아오게 될 일이 과연 있을지 현재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학 시절 추억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는 부대찌개.
이렇게라도 다시 맛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고, 이 날 먹은 기억이 아련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설령 다시 이 곳에 못 오게 될지라도 이제는 '아, 여기 좋았었지...' 라며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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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젓가락 찾아가는 길 : 상명대학교 정문에서 동보아파트 방향으로 직진, 삼거리 교차로 코너에 위치
숟가락젓가락 : 네이버
리뷰 15 · 매일 09:00 -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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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대찌개, 숟가락젓가락(천안 안서동)
2020. 2. 12 // by RYUN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