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외식)/돈까스

2020.3.27. 한아름(한성대-삼선동 / 2020년 3월 30일까지 영업) / 1986~2020,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될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

반응형

한성대학교 앞에 위치한 식당, '한아름'은 1986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여 3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 깊은 경양식집입니다.

그런데 이 가게가 위치한 곳이 삼선5지구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동네 전체가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으로

대부분 주택과 가게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동네가 텅 비게 되었지만, 이 곳은 가게를 옮기지 않고 현재 계속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상 영업은 3월 30일(월)까지. 이후 한아름은 가게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폐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한아름의 음식을 맛보고 가게의 모습을 담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를 계속 찾고 있다는군요. 저는 지난 주말, 토요일 점심에 한아름을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 가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 연이 없는 곳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언급되어 호기심에 방문한 게 큽니다.

 

 

대학교 앞 경양식집답게 음식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것이 특징.

주력 메뉴는 돈까스를 비롯한 경양식류지만 비빔밥, 만두국, 냉면, 카레 같은 메뉴도 판매하고 있어 분식집에 좀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김밥천국 같은 프랜차이즈가 보편화되기 전인 90년대에 이런 메뉴 구성을 갖고 있는 동네 식당들이 은근히 많았습니다.

 

 

매장 안쪽에 진열되어 있던 각종 CD와 카세트 테이프들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이 곳을 옛날부터 오랫동안 방문했던 분들이라면 아마 이걸 보고 뭔가 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

 

 

매장 곳곳에 '한아름은 3월 30일까지 정상영업합니다' 라는 공지가 붙어있습니다.

3월 30일 이후에 헛걸음하는 사람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인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곳저곳에 크게 붙어있어요.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후추, 소금, 간장통.

이 소스통도 상당히 오래된 걸 계속 씻어가며 써온 것 같습니다.

 

 

메뉴판을 한 컷. 이게 2020년의 가격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음식 가격이 아주 저렴한 가격이 특징.

경양식 전문점답게 대표 메뉴는 돈까스 등의 튀김 메뉴고 그 밖에 카레, 볶음밥, 오무라이스 등의 메뉴도 있고

분식집처럼 비빔밥, 떡볶이, 만두 등의 메뉴도 굉장히 다채롭게 갖추어놓고 있습니다. 사실상 김밥천국과 비슷한 정도.

다만 지금 대부분의 손님들이 거의 돈까스류만 주문하기 때문에 돈까스류 이외의 다른 메뉴 주문이 가능한지 여부는 불명.

 

주류 메뉴는 따로 없습니다. 우유, 쥬스, 콜라, 사이다 이외의 음료는 판매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기본 식기 세팅.

빠른 속도로 식기가 세팅되는데, 서빙하시는 아주머니 목소리가 굉장히 우렁찬 편.

 

 

반찬으로는 깍두기, 그리고 단무지 두 가지가 나옵니다. 딱 경양식집에 나오는 스타일.

 

 

주류가 없는 대신 일행 모두 음료를 주문했는데요, 사진의 음료는 오렌지 쥬스(1,500원)

오렌지 쥬스 주문시 전용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데, 유리잔에 쥬스가 담겨나오는 감성도 90년대 풍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카페든 식당이든 탄산음료는 있을지언정 오렌지쥬스를 저렇게 파는 곳이 많진 않으니까요.

 

 

저는 콜라(1,500원)를 주문했는데, 얼음이 담긴 컵과 함께 250ml 캔이 따로 제공되었습니다.

 

 

음료 다음으로 나온 건 수프.

오뚜기 스프가 아닌 직접 만든 듯한 콘소메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수프입니다. 양은 정말 가볍게 입맛을 돋울만한 양.

 

 

밥은 경양식 전문점답게 접시에 얇게 펴서 나왔습니다.

다른 곳처럼 밥과 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돈까스류 주문시엔 무조건 밥이 나옵니다.

빵을 선택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가격이 아주 싸므로 충분히 납득.

 

 

첫 번째 메뉴는 돈까스와 생선까스가 함께 나오는 아름정식(5,500원)

보통 정식 하면 햄버그 스테이크도 한 덩어리 같이 나오는 구성인 곳이 많은데 여긴 두 가지 종류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선까스를 한 조각 얻어먹어보았는데, 옛날 경양식 느낌으로 깔끔하고 맛있게 잘 튀겨내었습니다.

튀김 정도는 무난한 수준인데 소스가 꽤 독특하네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선까스 소스인 하얀 타르타르 소스보다

색이 좀 더 노란빛을 띠는 게 특징인데, 머스터드를 좀 많이 넣어 머스타드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좀 더 강화되었습니다.

톡 쏘는 맛이 강하기 때문에 첫 맛이 좀 튀긴 합니다만, 그래도 느끼한 맛이 상대적으로 덜해지는 장점이 있군요.

 

 

두 번째 메뉴는 함박스텍(햄버그 스테이크 6,000원)

소스를 듬뿍 끼얹은 햄버그 위에 반숙으로 익힌 계란 노른자까지! 구성만 보면 아주 완벽한 경양식 햄버그 스테이크입니다.

 

 

햄버그 스테이크 또한 고기가 질기지 않고 보들보들하게 씹히는 것이 잘 만든 경양식 스타일이군요.

소스가 너무 새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진한 맛이 나는 계열이라 이 또한 잘 어울렸습니다. 되게 친숙한 맛이에요.

 

 

세 번째 메뉴는 한아름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최고 인기 메뉴라고 하는 '폭발메산(6,000원)' 입니다.

얼핏 보면 슬라이스 치즈를 얹은 치즈 돈까스 같은 모습인데, 어째서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었는지 그 유래를 찾아보니

'이탈리아 파르메산 지방의 특산 요리로 돼지고기튀김 위에 야채 소스와 치즈를 얹은 요리' 에서 유래된 메뉴명이라고 합니다.

 

 

다른 요리들은 몰라도 이 요리는 한아름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기 때문에

가게가 없어지면 다시는 먹어볼 수 없는 거라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 메뉴를 시켜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그냥 돈까스 위에 슬라이스 치즈만 얹은 요리인 줄 알았더니, 생각 이상으로 치즈 맛이 엄청 농후하고 진합니다.

'이 정도 치즈에서 이렇게 진한 맛이 난단 말이야?!' 라고 놀랄 정도로 치즈의 맛이 아주 강렬했는데요,

거기에 소스 또한 다른 돈까스 소스와 달리 푹 끓인 야채가 추가로 들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메뉴는 몰라도 이건 정말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했던 맛이라

만약 가게를 그만두고 다시 열지 않을거라면 이 레시피만큼은 다른 식당에 전수해줘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메뉴는 제가 주문한 메뉴, '비후까스(6,000원)' 입니다.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얇게 펴서 돈까스처럼 튀겨낸 튀김 요리.

특이하게도 비후까스만큼은 다른 경양식 전문점처럼 튀김 위에 소스를 뿌리는 것이 아닌 소스를 미리 깔고 그 위에 튀김을 올렸습니다.

 

 

사이드로는 콘샐러드와 맛보기 떡볶이, 그리고 케찹과 아일랜드 드레싱을 뿌린 채썬 양배추와 마카로니로 구성.

채썬 양배추 위에 소스 뿌리고 파슬리로 마무리한 디테일은 대체 무엇...ㅋㅋ 와 이런 디테일 너무 너무 좋습니다.

 

 

예전 이글루스 블로그 시절 '라임하우스(http://ryunan9903.egloos.com/4434253)' 라는 철산역 경양식 돈까스집을 다녀오면서

'이제는 눈치 안 보고 비후까스를 시켜도 되는 어른이 되었다' 라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요,

어릴 적 경양식 전문점에서 늘 혼자만 가격이 비쌌던 '비후까스' 가 뭔지 궁금했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눈치 보며 돈까스밖에 시킬 수 없었던 어린이는 이제 언제든지 비후까스를 부담없이 시킬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는 돈까스와 비후까스 가격 차이가 500원밖에 안 나기 때문에 비후까스 시켜먹은 어린이들도 꽤 많았겠지요;;

 

 

고기를 아주 얇게 펴서 튀겨낸 것이 경양식 스타일 돈까스의 모든 걸 충실하게 재현했습니다.

살짝 단맛이 도는 소스 역시 자극적이지 않아 딱 좋아하는 어릴 적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 소스를 충실하게 잘 따라가고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어릴 적 먹었던 경양식 돈까스 소스 맛을 완벽하게 재현한 동인천의 잉글랜드 돈까스만큼은 아니지만

이 곳의 돈까스 소스도 8~90년대 감성의 맛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잘 지켜가고 있구나 - 라는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이드 메뉴 중 꼭 한 번 시키고 싶었던 '떡볶이(3,500원)'

메인 식사가 나온 뒤 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서빙되었는데, 처음엔 돈까스의 사이드메뉴에 떡볶이가 맛뵈기로 조금씩 있어

그와 똑같은 떡볶이겠거니... 했지만 그 떡볶이와 전혀 다른, 바로 만든 따끈따끈한 떡볶이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떡볶이 접시에도 파슬리가 한 조각... 진짜 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파슬리 디테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떡볶이는 구색맞추기용 메뉴가 아니라 왠만한 분식집과 겨루어도 전혀 손색없을 만한 상당한 퀄리티.

솔직히 주문하면서도 주방이 엄청 정신없을텐데 이런 거 주문해도 괜찮을까... 라며 조금 걱정을 한 감이 있었는데,

미리 만들어놓은 것도 아닌, 바로 조리한 - 것도 생각 이상으로 양념 소스의 맛이나 떡의 쫄깃함이 너무 좋아 감탄했습니다.

 

물론 다른 요리도 다 좋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먹었다 가장 놀라고 또 감탄했던 메뉴가 떡볶이였습니다.

 

 

마지막 요리는 계란 샌드위치(3,500원)

인원수에 맞춰 네 조각으로 잘려진 샌드위치가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요, 양은 편의점 샌드위치 한 개와 비슷한 정도.

 

 

그냥 샌드위치만 담겨 나온 게 아니라 사이드로 옥수수콘 통조림,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가 함께 나왔습니다.

물론 샌드위치에서도 파슬리 디테일은 빠지지 않습니다.

 

 

샌드위치빵 사이엔 마요네즈에 버무린 계란 샐러드가 발라져 있는데요, 가정에서 만들어먹는 듯한 맛입니다.

사진에서 보면 어떤 맛일지 대충 예상이 가는 아주 친숙하고 또 익숙함이 느껴지는 포근한 맛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계란과 마요네즈가 만들어내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먹는 사람의 입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샌드위치와 함께 오렌지 쥬스 한 잔이 세트로 함께 나옵니다.

 

 

모든 음식들이 다 하나하나 마음에 들어 소스까지 싹싹 긁어 깔끔하게 먹어치운 흔적.

이 가게와 추억이 얽혀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 괜찮고 유명한 90년대 감성의 경양식 돈까스를 사라지기 전 맛볼 수 있어 다행.

 

 

가게와 추억이 얽힌 사람들이 많았는지, 먹는 도중에서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어 가게 안은 북적북적.

들어온 사람들마다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고, 또 나가면서 가게 외관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블로그를 하는 사람 이외에도 뭔가 기념으로 남기고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요,

저마다 가게에 대한 오랜 추억을 갖고 있는 것 같아보여서 - 비록 같은 공감대는 형성이 되어있지 않지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

 

. . . . . .

 

 

재개발로 인해 모두 퇴거한 텅 빈 주택들.

 

 

단순한 주택 한 채의 재건축이 아닌 지역 전체의 재건축이라 한 동네 전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면서 아쉬운 감정이 많이 남게될 것 같습니다.

 

 

곧 동네 전체의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한성대학교 앞 '삼선5주택 재개발구역' 안에 묶여있는 경양식집 '한아름'

한아름은 이번 달 3월 30일(참고 : 일요일 29일은 휴무)까지 영업하고 가게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폐업 예정이라 하니

혹시라도 이 곳에 관심있으신 분, 혹은 한성대 한아름에 나름대로의 추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조금 서두르세요.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 . . . .

 

 

※ 한아름 찾아가는 길 : 한성여자고등학교에서 한성대입구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 한성대입구역에서 도보 약 15분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8897652

 

한아름 : 네이버

리뷰 65 · 삼선교 맛집 경양식 돈까스 맛있는 곳

store.naver.com

2020. 3. 27 // by RYUNA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