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득 일몰이 보고 싶어져 당일치기로 혼자 인천공항, 아니 영종도를 다녀왔습니다.
예전 코로나19 전에는 인천공항을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하늘길이 막히다 보니
인천공항을 갈 일이 없어졌거든요. 가장 마지막으로 간 게 2020년 가을, 을왕리 해수욕장 보러 찾았던 게 마지막입니다.
(2020년 10월, 영종도 방문 : https://ryunan9903.tistory.com/556)
그 때도 일몰을 볼 겸 가긴 했습니다만, 하늘이 흐려 일몰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왔던 게 못내 아쉬웠는데
요새 날씨가 정말 좋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맑은 날 가면 일몰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방문했습니다.
목적지가 인천공항이 아닌 용유해변 쪽이라 공항철도 대신 영종도로 들어오는 인천 좌석버스를 탔습니다.
제가 탄 버스는 인천 공항좌석버스 111번. 공항리무진이나 철도 등 비싼 요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는 버스 중 하나입니다.
인천공항 1터미널 앞에서 버스 정차할 때 한 컷 찍어보았는데, 공항은 집에 돌아가기 전 잠깐 들리려고 해요.
공항을 지난 버스는 용유해변을 향해 계속 이동중.
지난 방문 땐 연휴 기간에 방문하여 버스에 사람이 매우 많고 길도 막혔습니다만 오늘은 아주 한산한 분위기.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 용유역 앞 정류장에서 하차. 제가 탔던 111번 버스를 한 컷.
마시안 해변은 용유역에서 내려 걸어 이동이 가능합니다.
물론 해변 근처로 가는 버스도 있긴 합니다만, 시간표를 보고 타야 할 정도로 배차가 드문 편이라 걸어가는 게 편합니다.
참고로 주말엔 이 일대 도로가 엄청 막힌다고 하니 그냥 용유역까지만 버스 타고 이동한 후 걷는 게 더 낫겠습니다.
걷는 도중 발견한 고양이 한 마리.
바닷가 옆 유원지답게 오락실도 있긴 했습니다만, 제가 기대하는 게임은 당연히 없더군요. 거의 경품 게임 위주.
영종도에서 가장 높은 절벽 위에서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엠클리프' 라고 하는 카페 입구.
저 멀리 엠클리프 카페 건물이 보이긴 합니다만, 오늘 제가 방문할 곳은 아쉽게도 저기가 아닙니다.
영종도의 마시안 해변이 일몰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주말, 연휴엔 꽤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거든요.
그런데 바닷가 차도는 왕복 2차로가 전부. 그래서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마다 이 곳은 교통지옥이 매번 반복되곤 하는데
이 교통지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와...ㅋㅋ 태양 작살...!!
아직 일몰 약 한 시간 전인데, 구름 별로 없는 맑은 하늘에 굉장히 눈부시게 떠 있는 태양.
사람이 많지 않아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용유해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은 그대로 모래사장 위에 남아있습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루프탑 카페, '탐앤탐스'
이 근처의 대부분 카페는 전부 개인 카페긴 합니다만 유일하게 탐앤탐스만이 프랜차이즈 카페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에 찾았던 영종도 마시안 해변에서 가장 유명한 일몰 카페, '마시안제빵소' 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 때는 모 동생과 함께 가서 즐겼습니다만, 오늘은 저 혼자.
사람이 정말 많고 북적북적했던 약 2년 전 방문 때와 달리 오늘은 주차 공간도 여유있고 사람도 별로 많지 않네요.
'마시안 제빵소 - 베이커리 카페'
얼마 전 천안 '뚜쥬루과자점' 을 다녀오면서 '2021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빵집' 2위로
이 마시안제빵소가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같이 이름을 올린 빵집이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천안 뚜쥬루라 이 빵집이 거기랑 어깨를 견줄만한 곳인진 모르겠는데
아마 빵 자체보다도 일몰을 볼 수 있는 풍경 때문에 선정된 게 아닐까 생각...
(천안 뚜쥬루과자점 빵돌가마마을 : https://ryunan9903.tistory.com/1749)
'연탄식빵' 이라는 되게 재미있는 빵이 새로 나왔나보네요.
실제 무연탄, 그리고 다 타서 하얗게 재만 남은 연탄의 모양을 똑같이 재현한 이색적인 식빵인 것 같습니다.
각각 오징어먹물빵 안에 커스터드 크림과 치즈가 들어간 빵, 그리고 인절미식빵에 크림과 팥앙금이 들어간 빵이라고...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른쪽의 하얀 연탄빵이 더 취향에 맞을 것 같군요.
입구에 놓여 있는 동물 모형. 아무래도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보니...
빵이 진열되어 있는 매대.
다만 평소 빵을 많이 굽지 않는지 매대가 가득 차 있진 않고 비어 있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2년 전 주말 방문 땐 워낙 사람이 많아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늘도 수요에 따라 빵을 굽는지 꽉 찬 느낌은 별로 없더군요.
인기 메뉴인 연탄식빵에 대한 구매 안내.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과 포장 구매를 하는 손님의 쟁반을 따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빵이 진열되어 있는 매대. 빵 가격은 그리 저렴하지만은 않지만, 커피와 함께 가볍게 먹기 나쁘지 않은 편.
가격대가 높은 대신 빵 하나의 크기가 비교적 큼직한 편이라 나눠먹기 괜찮을 듯 합니다.
시럽, 물, 전자렌지, 포장용기 등이 진열되어 있는 셀프 바는 매장 1층에 있습니다.
1층 홀 전경.
지난 번에 가 보지 못한 2층 전경, 그리고 루프탑도 한 컷.
다만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루프탑은 완전히 트여있는 테라스가 아니라 천장만 트여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창문 때문에 바람이 생각보다 잘 통하진 않고 무엇보다 햇살이 뜨거워서 여름에 앉기엔 적당치 않은 듯.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
처음에 여기 앉을까 하다 아무래도 1분 정도 앉아있다 보니 햇살이 너무 눈부시고 또 뜨거워서 내려왔습니다(...)
역시 이렇게 날 좋을 땐 밖으로 나가는 게 최고지요.
아직 좀 덥긴 하지만 그래도 밖에 아주 못 앉아있을 정도까진 아니라 어느 정도 괜찮은 편.
바닷가 쪽 야외 정원에서 바라본 마시안제빵소 전경.
건물 안을 통하지 않고도 바닷가 쪽으로 나가는 게 가능합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카페와 연결되어 있는데 해변 공간은 굳이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내려가는 것도 괜찮아요.
야외 테라스 공간에서 바다 방향으로 한 컷.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말만큼은 아니지만 일몰 보러, 혹은 나들이 온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던 편.
다만 빈자리가 여유있게 많아 자리 쟁탈이 그리 치열하진 않았습니다.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
마시안 제빵소 10계명이라고 하는데, 너무 아저씨 개그 아닌가(...)
실미도, 덕적도 방향.
실미도는 그 2003년 설경구 주연의 대한민국 최초의 1,000만 영화, 그 '실미도' 가 맞습니다.
제가 저 파라솔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분위기를 한 번 내 보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만 역광(...)
역시 이런 건 바닷가 쪽에서 찍어야 더 예쁘게 나오는 법인데...
뭔가 그리고 되게 평화로운 분위기 같이 보입니다만, 실제 평화롭긴 했어요. 다만 바람이 좀 많이 불러 많이 날렸을 뿐.
이 날, 점심도 안 먹고 온 거라 가볍게 먹기 위해 빵 하나 구입.
제가 구매한 빵은 '퀸 아망(4,000원)'
퀸 아망 위에 딸기 초콜릿, 그리고 건조 딸기크런치를 얹어 마무리한 달콤한 맛의 바삭하고 가벼운 디저트빵입니다.
빵이 촉촉하다기보다는 과자처럼 속까지 바삭바삭한 것이 특징.
엄청 맛있다라기보다는 그냥 무난무난하게 괜찮았다는 빵.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즐긴 것도 있었을 듯.
이건 식사 대용보다는 그냥 식사한 뒤에 차 마시러 와서 차와 함께 즐기는 과자 같은 개념으로 먹으면 괜찮겠네요.
마시안제빵소에서 키우는 아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그만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계속 카페를 왔다갔다했습니다.
보기엔 되게 경계심이 많아보이긴 한데, 의외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
다만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들이밀면 그 때마다 고개를 돌려서 마지막에 정면 샷 찍은 것도 거의 기적이라고밖에...
고양이 카페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부근에 고양이들이 많아서 고양이 좋아하는 분들은 꽤 행복하실 듯.
잠시 해변가로 내려가보았습니다.
마시안 해변가에서 올려다 본 마시안제빵소 전경.
이 해변은 마시안제빵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빵집을 이용하지 않아도 해변으로 내려오는 게 가능합니다.
일몰 준비를 하는 태양빛을 받아 전체적으로 노랗게 물든 마시안 해변의 평온한 바다.
여름에 왔더라면 바다 들어가서 노는 사람들도 좀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
그리고 해변 모래 위의 조개껍데기들.
누가 여기서 갖고 놀았는지 모를 장난감 하나가 잔잔한 파도 치는 바다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땐 날이 흐려 일몰을 제대로 못본 게 못내 아쉬웠는데, 오늘은 꽤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참 재미있어요. 일출을 보려면 새벽에 동해를 가야 하고 일몰을 보려면 저녁에 서해를 가야 볼 수 있다는 게...
북적이지 않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잔잔한 바다.
바닷가, 그리고 모래사장의 색이 점차 붉은 빛으로 바뀌며 산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슬슬 일몰, 그리고 노을 지는 하늘 모습을 볼 수 있겠군요. 오늘 이 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고요.
조금씩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지며 새빨갛게 변한 하늘.
지난 번에 보지 못한 마시안 해변의 일몰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잔잔하게 떨어지는 태양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진짜 은은하고 조용하게, 하늘을 새빨갛게 물들이더군요.
노을이 지면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마시안제빵소를 뒤로 하고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 곳의 사람들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갈 채비. 아마 이 사람들 떠나면 이 카페도 오늘의 영업을 끝내고 슬 마무리를 할 듯.
. . . . . .
마시안제빵소 앞에도 버스정류장이 있긴 합니다만, 그 앞을 지나가는 버스는 인천 버스 222B번 하나가 전부.
그나마도 하루 단 세 번밖에 가지 않는 극악의 배차간격을 가진 버스라 대중교통으로 돌아가려면 용유역까지 걸어가거나
혹은 섬 안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여 마시란 정류장에서 인천 버스 111번을 타야 합니다.
섬 안쪽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 사이로 민가, 그리고 논이 일부 펼쳐져 있습니다.
이 풍경만 보면 여기가 영종도 섬이라는 게 별로 믿기지 않아요. 그냥 내륙의 조용한 시골 마을을 보는 것 같음.
빨간 빛을 머금은 하늘 위 구름. 서서히 어두워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육지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마시란' 버스정류장.
주말엔 잘 모르겠지만 근처에 조그만 민가 몇 채밖에 없어 평소엔 타고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입니다.
이 곳에 서는 버스 노선은 총 세 개.
인천공항을 거쳐 육지로 들어가는 111번 좌석버스 이외에 '공영버스' 라는 이름의 농어촌버스 두 개가 있습니다.
6-1번, 2-1번 공영버스의 경우 배차간격이 매우 길기 때문에 이렇게 버스 시각표가 따로 적혀있어요.
111번 버스의 경우 배차간격이 15~20분 정도로 비교적 준수한 편이라 대부분은 그 버스를 이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저는 하루 몇 번 다니지 않는 중구 2-1번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네요.
그나마도 저 버스도 시간에 따라 노선이 조금씩 달라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건 하루 두 편 정도뿐이라는데 그걸 잡았어요.
멀리서 2-1번 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버스 안 승객은 저 혼자 뿐.
그런데 여기서부터 인천공항까지 다른 승객 없이 나 혼자만 이동할 줄은 몰랐지요...ㅋㅋ
노을이 지며 서서히 어두워지는 인천공항 가는 길. 신호 대기 중에 창문 열고 살짝 한 컷.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크게 줄어들었던 항공편도 많이 복구되면서 아직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인천공항은 꽤 많은 항공기가 뜨고 있습니다. 이렇게 낮은 고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여기선 흔한 풍경이겠지요.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있는 인천공항 야외주차장.
마을버스는 인천공항 1터미널 3층 출발층에 정차. 여기서 내릴 때 즈음 이미 하늘은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인천공항도 지난 2020년 10월, 을왕리 해수욕장 간 이래 거의 2년만에 다시 찾아온 거에요.
지난 10월엔 항공편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흡사 유령도시 같은 인천공항이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2년여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 1터미널'
음... 역시 아침 시간대가 아닌 저녁 시간대라 한산하군...
다만 재작년에 와서 섬뜩하리만치 사람 하나 없었던 그 썰렁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인천공항 저녁에 오면 사람 안 많고 한산한 건 늘 있어왔던 거고, 그래도 지금은 그 때에 비해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항공사 카운터 열려 있는 곳도 많았고 마스크를 다들 쓰고있을 뿐, 코로나19 이전의 인천공항 모습 그대로였어요.
아마 일본, 타이완 등 몇몇 나라들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항으로 몰리겠지요.
(2020년 10월, 인천공항 풍경 : https://ryunan9903.tistory.com/561)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현재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해 임시 휴업중.
원래 이 열차가 다니면 용유역은 물론 마시안해변까지 무료로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다니지 않으므로...ㅡㅜ
주말 용유역 외엔 특별한 수요처가 될 만한 곳도 없어 과연 다시 영업 재개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노선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철도 'AREX' 의 마스코트 캐릭터.
공항철도 인천공항 1터미널 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길.
2년 전 포스팅을 찾아보니 그 때에도 이렇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똑같은 사진을 찍었습니다...ㅋㅋ
사람 하나 없이 썰렁하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인천공항 1터미널 전철역.
의외... 라고 할 건 아니지만 캐리어백 들고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고요.
이렇게 당일치기로 일몰 보러 다녀온 영종도, 마시안 해변 여행은 끝.
예전에 못 보고 온 게 아쉬워 일부러 작정하고 갔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좋은 풍경을 담아와서 꽤 만족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땐 혼자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서 이 일몰을 즐기고 싶군요.
2022. 9. 27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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