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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2.12 타이완 타이베이,타이중(22~26)

2023.5.5. (9) 쓰라린 기억으로 남은 인생 첫 취두부, 린장제야시장 口吅品(구훤품-Kǒu xuān pǐn) / 포스트 코로나시대, 다시 시작하는 해외여행, 타이완(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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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다시 시작하는 해외여행, 타이완(TAIWAN)

(9) 쓰라린 기억으로 남은 인생 첫 취두부, 린장제야시장 口吅品(구훤품-Kǒu xuān pǐ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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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타이완 여행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취두부 먹기'

 

취두부(처우더우푸 - 臭豆腐)는 뭐 이미 알 분은 다 아시겠지만 중국요리 중 하나로 소금에 절인 두부를 발효한 음식으로

굉장히 끔찍한 냄새가 나는 음식으로 악명이 높다. 중국이 본토라지만 타이완도 중화권 국가라

야시장 등을 가면 가끔 어렵지않게 이 취두부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그동안 냄새만 맡아보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

이번 여행에서 어떻게든 한 번은 도전해볼 생각을 갖고 있었다.

 

뭐 야시장도 왔으니 첫날부터 바로 도전해봐야지...ㅋㅋ

 

 

어느 가게를 가서 취두부를 먹어야겠다 - 라고 확실한 위치를 잡은 건 없고

그냥 야시장 돌아다니다가 '이 가게다 싶은' 감이 느껴지는 곳을 대충 찾아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곳이 바로 여기, 한자로 '口吅品' 이라고 쓰는 곳인데 가운데가 '훤' 이라 읽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어 발음으로 하니 Kǒu xuān pǐn(코우 쏸 핀) 이라고 불리는 것 같더라고...(구글 번역 참조)

 

 

원래는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인 듯.

그런데 가게 입구에서 그 특유의 취두부 냄새가 나서 '어, 취두부도 파는구나' 라는 확신을 가졌다.

 

취두부가 진짜... 비유를 할 만한 비슷한 냄새가 없어서 '무슨 냄새 같다' 라고 말하기 참 어려운데

타이완 가서 냄새를 맡아보면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임에도 불구하고 '아, 이게 취두부구나' 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그만큼 냄새가 엄청 강렬하고, 또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여길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가게가 굉장히 깔끔해 보여서...

그래, 뭐 간판도 번듯하고 이런 가게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

 

 

바로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외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현지인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늦은 식사를 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진짜 관광객용 식당이 아닌 현지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로컬 식당이라는 느낌 풀풀.

 

 

테이블 메뉴판.

영어가... 없다.

 

아니 뭐 아주 쉬운 한자 정도는 읽을 수 있는데, 이러면 좀 난감한데...;;;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는 그냥 豆가 있으면 콩이나 두부, 麵이 있으면 면요리, 飯이 있으면 밥 요리... 그런 거 정도밖에;;

 

 

와 근데 메뉴 적는 종이에도 영어가 없음...ㅋㅋ 진짜 완벽한 로컬 가게를 찾아온 거.

겨우겨우 어떻게 핸드폰 켜서 번역기 돌리고 하며 취두부(臭豆腐) 항목을 찾았고 간신히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와 진짜 외국 와서 이런 경우 맞닥뜨리면 지금도 좀 당황스러운데...;;;

 

그나마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젠 스마트폰이 있고 번역 기능이 생각보다 꽤 잘 되어 있다는 정도?

 

 

매장 한 쪽에 셀프 바가 작게 마련되어 있는데

이 셀프 바는 인당 30NT$(약 1,300원) 정도를 내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그냥 약간 자릿세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반드시 주문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주문 안 하고 패스할 정도로 가격이 그렇게 비싸고 부담스런 것도 아니라 우리도 당연히 셀프 바를 주문.

기본적으로 물이나 차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함께 먹기 위해선 셀프 바를 이용하는 게 필수기도 하고...

 

 

셀프 바에 비치되어 있는 2종의 수프.

오른쪽 위에 살짝 보이는 주발과 비슷한 그릇에 담아오면 된다. 뭔가 색이 거무튀튀한데 뭐 괜찮겠지...

 

 

물은 따로 없지만 아이스티 디스펜서가 설치되어 있더라고.

둘이 다른 음료는 아니고 동일한 음료인데 그냥 디스펜서가 두 개 있는 것.

이 외에 몇 가지 소스가 비치되어 있는 것이 셀프 바에 있는 것 전부. 가격이 비싸지 않은 대신 준비된 종류가 단촐하니

그냥 진짜 자릿세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수저와 함께 아이스티 세팅.

저 아이스티가 담겨 있는 컵이 되게 두께가 얇은데, 옛날 8~90년대 우리나라에도 있던 컵을 여기서 다시 본다.

그냥 살짝 손에 힘만 줘도 우그러질 정도로 굉장히 얇은 페트 제질의 컵.

 

 

주문한 음식, 그리고 셀프 바에서 담아 온 수프를 한데 모아놓고 한 컷.

원래 이런 곳 오면 막 스테이크도 먹어주고 해야 하는데 이미 배가 꽤 부른 상태라 여기선 가볍게 맛만 볼 요량으로...

 

 

이 쪽은 수프라기보다는 죽에 가까운 음식인데, 버섯죽.

 

 

그리고 이건 '엥, 진짜?!'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놀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옥수수 수프' 다.

색도 좀 탁하고 국물도 허여멀건 것이 이거 맛은 괜찮을까 우려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꽤 맛있다는 것.

버섯수프, 옥수수수프 둘 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되게 맛있어서 막 국물처럼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어도 맛있었는데, 진짜 공복 상태에서 스테이크랑 먹으면 최고의 궁합이 되었을 것 같은 맛.

 

보이는 것과 실제 맛의 차이가 꽤 크구나...

 

 

원래는 취두부 하나만 시키고 싶었으나 둘이 와서 그러면 좀 눈치가 보일 것 같아

그냥 함께 먹을 사이드로 하나 추가한 돼지고기 볶음.

 

 

얇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불고기, 혹은 규동 고기처럼 볶아낸 음식인데 단맛은 적고 조금 짭짤한 맛.

별다른 향신료 향도 크지 않아 부담없이 먹기 좋은, 밥 위에 얹어먹으면 맛있겠다 싶은 느낌이었다. 딱 규동고기 같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걸 시켜야 할 이유는 없지만, 어쨌든 호불호는 없을듯한 고기 맛.

 

 

그리고 이게 바로 대망의 하이라이트, '취두부(臭豆腐)' 되시겠다.

취두부가 튀겨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여기 취두부는 튀긴 게 아닌 두부조림처럼 국물과 함께 끓여 제공.

조그마한 그릇 안에 두 덩어리의 취두부가 담겨 나오는데, 일단 냄새부터 비범하더라.

 

그 길거리에서 맡았던 특유의 취두부 냄새 그 자체였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간장 양념 베이스의 두부조림 같아보이고 밥반찬으로 먹으면 되게 좋을 것 같은데 그거 아니야;;;

 

 

두부의 질감은 되게 꾸덕꾸덕한 편. 속이 되게 부드럽게 잘리지 않고 꾸덕하게 잘리는 질감이 전해진다.

그리고 두부 속까지 발효가 되어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

 

그래, 냄새는 좋진 않아도 이제 익숙하니까... 어떻게 먹다보면 고수나 두리안 극복한것처럼 이것도 극복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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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겠어...;;;

 

와 진짜 두리안이랑은 급이 다른 맛. 진짜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을 느끼게 된다기보단 역함만 더해지는 맛.

오히려 신기한게 이게 첫 입은 어떻게 참고 먹으면 먹을만함. 그런데 문제는 계속 먹다보면 익숙해지면서 좋은 게 아니라

더 역함이 올라와서 먹기 괴로워지는 맛이다. 첫 맛은 되게 독특해서 인상이 남는데, 먹을수록 그 특유의 냄새가

입 안에 계속 누적이 되면서 나중에는 그... 비유가 좋지 않지만... 배설물을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이런 기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 물론 실제로 그런 짓을 해본 적은 당연히 없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혹시 고기와 함께 먹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저렇게 고기랑도 함께 먹어봤지만 냄새를 극복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익숙해져보려고, 좀 친해져보려고 한 덩어리까진 겨우겨우 먹어치웠는데

저 두 번째 덩어리를 먹으려 젓가락을 대니... 진심으로 속에서 올라올 것 같아 더 먹으면 큰일나겠다 싶어 여기서 스톱.

결국 이렇게 내 인생 첫 취두부 체험은... 반 정도는 먹었으나 더 이상 먹는 걸 포기하는 실패로 마무리되었다.

나보다 음식에 대한 스펙트럼이 좁은 같이 간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취두부는 이렇게 조린 것보다 튀긴 쪽이 더 먹기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쩌면 내가 튀김으로 먹었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다 해도 맛에 길들여지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 가게가 취두부를 못 만드는 가게라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음식에서 나는 냄새도 완벽한 취두부 그 자체였지만

그냥 이 음식이 나에게 안 맞았던 거라 생각하고 있다. 또 모르지, 다른 사람들 중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여튼 그래도 생전 처음 취두부라는 걸 직접 먹어보았다는 것에 만족. 목표는 어찌됐든 달성했으니까...

 

口吅品麻辣臭豆腐&平價牛排複合店通化店 (구글 링크)

 

口吅品麻辣臭豆腐&平價牛排複合店通化店 · No. 23號, Linjiang St,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 · 스테이크 전문점

www.google.co.kr

= Continue =

 

2023. 5. 5 // by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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