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함흥냉면과 더불어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하는 '진주냉면'
진주냉면 하면 흔히 경남 진주에 위치한 '하연옥' 을 제일 먼저 떠올릴텐데,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 에도 등장하여
더 유명세를 타게 된 냉면이기도 하지요. 저도 본점을 두 번 정도 방문한 적 있었는데, 그 독특한 육수 맛에 매료되어
꼭 하연옥이 아니더라도 진주 여행을 가면 진주냉면을 최소 한 그릇은 꼭 먹고 올 정도로 매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하연옥이 이제 수도권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서울에 분점을 냈어요.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의 '마포점' 을 시작으로 하여 '잠실점', 그리고 '용산점' 이렇게 세 곳의 지점이 현재 영업중인데
저는 용산점을 한 번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진주 본점이 아닌 타 지역에서의 하연옥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거홍면' 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건 본점에서도 보지 못한거라 어떤 음식인지 좀 궁금하긴 하네요.
일단 한 번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장 2층이 하연옥입니다.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당연하겠지만 본점만큼 매장이 크진 않아요. 그래도 좌석이 꽤 많이 준비되어 있고 분위기가 상당히 캐주얼한 것이
본점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서빙을 하는 직원들은 전부 젊은 남자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해산물 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하연옥 냉면 육수의 핵심.
저 독특한 육수의 맛이 뒤돌아서면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그런 게 있어 처음 먹었을 때 인상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테이블마다 무인 주문기가 설치되어 있어 선불 결제로 주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냉면 가격은 12,000원, 그리고 사이드...가 아닌 별도 요리 메뉴로 돌판소갈비, 그리고 육전이 구비되어 있네요.
세 명이 가서 물냉면 셋, 그리고 육전 작은 걸 하나 주문했습니다.
요새 이런 무인주문기 좋은 게 카드로 더치페이, 나눠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서 되게 편리하고 좋습니다.
테이블에는 양념통(식초, 겨자)와 함께 티슈, 그리고 수저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놋수저를 사용하고 있는데, 문득 평양냉면 먹을 때 쇠젓가락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물론 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막 쓰긴 합니다만;;
기본찬으로 무채 한 가지가 나오긴 하는데, 육전 주문 때문인지 두 종류의 양념 간장이 추가로 제공되었습니다.
뒤에 있는 건 그냥 간장, 그리고 앞에 나오는 건 마늘 등을 넣어 약간 조미한 양념장.
육전 주문시 쇠고기 육개장이 맛뵈기로 조금 나옵니다. 양은 중국집 볶음밥 시키면 나오는 국물보다 살짝 더 많은 정도.
육개장 단품 식사 메뉴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이건 육전이나 소갈비 등의 요리를 시켜야만 나오는 메뉴인 듯 하네요.
그런데 여기 육개장, 생각보다 꽤 맛있어요. 푹 삶은 무는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쇠고기도 넉넉하게 들어있습니다.
그 솔직히 말해 먹어보고 바로 '밥 말아먹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 여튼 육개장 맛집이라 해도 될 정도.
'육전(소 사이즈 - 18,000원)'
얇게 편 쇠고기에 계란옷을 입혀 파 등의 고명을 올려 부쳐낸 전으로 총 여덟 조각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려 나옵니다.
간장이나 양념장을 살짝 찍어먹으면 되는데, 계란옷 안에 들어간 쇠고기 편육이 어찌나 부드럽게 씹히는지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켜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맛. 화려하게 먹을 수 있는 전의 끝판왕이라 해도 될 정도.
육전은 냉면에도 소량 올라가긴 합니다만, 제대로 갓 부친 따끈한 걸 즐기고 싶다면 꼭 사이드로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하연옥의 간판메뉴, '진주물냉면(12,000원)'
살얼음이 낀 해산물육수 위에 잘게 썬 육전, 편육, 오이, 계란지단, 실고추, 그리고 삶은 계란이 올라간 고급스런 구성.
평양냉면이라든가 함흥냉면과는 다른 뭐랄까...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담겨 있는 독특한 냉면입니다.
실제 진주냉면이 진주 지역의 양반들이 술을 마신 뒤 해장으로 즐겨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위에 얹은 계란지단이라든가 육전 고명, 실고추 등에서 뭔가 양반 특유의 고고함(?)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다만 옛 진주냉면이 현재의 진주냉면과 동일한 냉면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진주냉면의 전승은 예전에 소실되고
현재의 진주냉면은 옛 냉면의 명맥을 잇는다기보다는 이름을 붙여 개발한 현대 요리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냉면 고명으로 올라가는 육전도 상당히 실한 양이 얹어져 나옵니다.
아무리 그래도 본점에 비해서는 좀 별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고명의 양은 본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충실하네요.
그리고 본점이 그랬듯 기본 냉면의 양도 꽤 많은 편.
보통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 1인분 양의 1.5배 정도는 됨직한 넉넉한 양이라 한 그릇만으로도 배부르게 즐길 수 있어요.
식초나 겨자 등을 적당히 취향껏 쳐서 먹으면 되지만, 일단 치기 전 첫 국물은 양념장 없이 그냥 먹는 걸 추천하고
그냥 먹어도 괜찮겠다 싶으면 굳이 식초, 겨자를 치지 않아도 되고 조금 치면 더 맛있겠다 싶음 살짝 더 쳐서 먹음 됩니다.
처음 진주 내려가서 하연옥의 진주냉면을 먹었을 땐 이 알 수 없는 독특한 맛 때문에 '???' 하는 인상을 받았고
매장 나갈 때 계산하는 카운터 아주머니가 '우리 집 냉면은 세 번은 먹어야 맛을 알아요' 라는 말에 '???' 한 반응을 보였고
먹고 나와서 걸어가는 동안 '아, 그 국물' 하면서 진짜 다시 생각이 나는 그런 매력이 있었거든요. 그게 진주냉면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었던 겁니다. 만화 식객에서 표현했던 맛에 대한 인상을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다만 그건 첫 방문 때의 이야기라... 여러 번 진주냉면을 다시 먹어본 지금은 이 맛에 익숙해져 예전만큼의 인상은 없고
그냥 '아, 진주냉면이네' 라는 느낌 정도만 받는지라... 처음만큼의 충격은 이제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 처음 먹었을 때보단 약하네... 라는 느낌도 있는 것 같고요. 이젠 그냥 시원한 맛에 후루룩 먹는 거죠 뭐.
솔직히 여전히 맛있게 먹을 순 있었습니다만 처음만큼의 임팩트가 없어 그런지 그냥 무덤덤하다... 라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뭐 그와 별개로 맛있게 잘 먹었고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대체 진주냉면이 뭐 어떻길래? 하고 궁금한 분은 한 번 방문해서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입맛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냉면과는 사뭇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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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옥 용산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3번출구 하차,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42 2층(한강로2가 49-1)
2023. 9. 1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