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방에 위치한 '상수월남' 이라는 가게를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홍대 상권이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이 있는 연남동 쪽으로 완전히 옮겨가서 상수동 상권이 많이 죽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런 트렌디한 분위기의 가게들이 여럿 남아있어 상수동은 건재하다... 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상수월남의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그리고 정말 의외로 20년 가까이 된 꽤 오래 된 이 동네의 노포(?) 더라고요. 2005년에 오픈한 가게라고 합니다.
가게의 정체성이 뭘까... 라는 의문을 잠시 갖게 만들었던 메뉴들.
일단 '무한리필' 과 '단품 식사메뉴' 를 함께 취급하는 곳인 듯 합니다. 그리고 주요 메뉴는 베트남 스타일의 퓨전요리들.
월남쌈이 메인인 것 같고 그 외에 월남국밥이라든가 월남비빔쌀국수 같은 퓨전 단품 메뉴가 있습니다.
간판메뉴는 '월남쌈 무한리필' 코스 같더군요.
4종의 고기(쇠고기 우삼겹과 부채살,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를 구워먹는 직화구이,
그리고 베트남식 월남쌈을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코스로 가격은 1인 24,900원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 돼지고기를 1회 한정으로 180g 제공하는 돼지고기 월남쌈 정식 메뉴도 있는데 이 가격은 17,900원이라고 합니다.
아마 돼지고기 월남쌈 정식은 고기만 한 번 제공되고 그 외에 월남쌈 재료는 계속 리필이 가능한 듯 같아요.
가게 내부는 무한리필 전문점 치고...? 꽤 아담합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아담해서 살짝 놀랐거든요.
주방을 중심으로 앞에 나와있는 몇 개의 테이블이 전부라 사람 몰릴 땐 테이블 회전이 잘 안 될 것 같다는 느낌.
다행히 제가 방문했을 땐 손님이 없어 저희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직원 안내를 받아 안쪽 가장 시원한 자리에 앉았어요.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매운 소스와 순후추. 그 뒤에 있는 건 물병.
월남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앞접시, 그리고 기본 식기를 먼저 세팅해놓고...
기본 소스는 땅콩소스와 스위트 칠리소스, 그리고 오른쪽 별개 종지에 들어있는 건 동남아 소스인 피쉬 소스입니다.
월남쌈용 라이스 페이퍼가 먼저 나오고...
라이스 페이퍼를 녹이는 뜨거운 물이 담긴 대접이 나오는데, 여기에 라이스 페이퍼를 담가 부드럽게 녹인 뒤
접시에 옮겨담아 각종 월남쌈용 야채를 올려 돌돌 말아먹으면 됩니다.
뜨거운 물은 식었다 싶으면 종종 직원이 와서 교체를 해 주니 안심하고 편하게(?) 이용하면 되어요.
무한리필 코스에 기본 포함되어 있는 생새우와 어묵꼬치. 2인 방문 기준으로 새우 네 마리, 어묵 두 개가 나옵니다.
다만 추가로 원할 경우 더 달라고 하면 가져다줍니다.
새송이버섯, 그리고 쌈야채로 추가 제공되는 깻잎.
이 외에 김치 같은 기본찬은 따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네모난 철판에 월남쌈용 재료 야채가 가득 담겨 나왔는데요, 어우 꽤 알차게 담겨나오더라고요.
적양배추, 숙주, 당근, 비트 등의 익숙한 재료들부터 시작하여 파인애플 통조림, 그리고 잘게 다진 계란지단도 있습니다.
원하는 재료를 뷔페식으로 내 라이스 페이퍼 위에 올려 돌돌 말아먹으면 되고 모자란 야채는 리필을 요청하면 됩니다.
고기도 함께 제공. 고기는 얇게 썰어 돌돌 만 대패고기로 제공됩니다. 그래서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요.
테이블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고기 불판은 가스 불판을 쓰는지라 화력 조절이 용이합니다.
고기 불판 위에 새우와 꼬치, 그리고 고기들을 올려놓고 굽기 시작합니다.
얇은 대패고기라 익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올리고 얼마 안 있어 뒤집어준 뒤 다 익었다 싶음 바로 집어먹음 됩니다.
고기 익는 동안 라이스 페이퍼를 뜨거운 물에 녹인 뒤 그 위에 각종 재료들과 소스를 끼얹어...
이렇게 돌돌 말아서 한 입에 쏙 집어넣으면 됩니다.
라이스 페이퍼의 찰기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적당히 대충 말아도 짝짝 달라붙어 먹기 편한 게 큰 장점.
고기를 넣지 않아도 다양한 종류의 야채가 만들어내는 아삭아삭함이 소스와 어우러져 꽤 깔끔하고 매력적인 맛을 냅니다.
당연히 고기 있는 게 훨씬 좋기야 하겠지만 고기 없이 야채만 먹어도 만족도가 꽤 높다는 거지요.
하지만 월남쌈에 구운 고기가 추가되면 어떨까?!
재료를 터질듯이 듬뿍 넣어도 터지지 않고 이렇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네요.
라이스 페이퍼가 아닌 상추나 깻잎이었다면 제대로 말아지지도 않아서 먹기 버거웠을텐데 이런 깔끔함이 참 좋아요.
당연히 월남쌈 안에 구운 고기가 들어가면 훨씬 맛이 풍부해집니다. 아, 이런 맛에 먹는 거구나...ㅋㅋ
삼겹살은 베이컨마냥 길쭉한 덩어리로 제공되는데 워낙 얇기 때문에 가위로 자를 필요 없이 그냥 다 익으면 집어서
돌돌 말아먹거나 그대로 라이스 페이퍼 위에 얹은 뒤 싸먹으면 됩니다. 솔직히 귀찮아서 가위로 자르지도 않았어요.
꼬치도 슬슬 다 익어서 앞접시에 옮겨담고...
보기엔 되게 예쁘게 생겼는데 맛은 다 똑같은 어묵맛. 그래도 구운 어묵이 꽤 맛있단 말이지요.
어묵은 탕에 넣어먹는 것보다 구워야 더 맛있다는 걸 예전 대림동의 모 꼬치구이 뷔페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이후
무한리필 구이에 어묵이 나오면 항상 이렇게 구워서 즐기곤 합니다.
큼직한 돼지고기 삼겹살도 아주 잘 익었네요. 이걸 자르지 않고 통째로 집어서 돌돌 말아먹으면 최고죠.
이쯤해서 고기 한 번 리필.
계속 월남쌈 싸 먹다가 이렇게 중간중간 고기만 단독으로도 끼워주고...
노릇하게 잘 구워진 새우도 함께 즐기고...
그 와중에 고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올려서 구웁시다. 금방금방 익어 회전이 빠른 게 정말 마음에 드네요.
고기는 무한리필이니만큼 아주 최상급은 아닐지 몰라도 먹는데 문제가 전혀 없을만큼 꽤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매운 소스의 정체는 스리라차 소스인 것 같은데 적당히 섞어먹으니 꽤 맵싸하더군요.
다만 한국인에게 익숙한 매운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지라 개인적으론 그냥 스위트칠리나 피쉬 소스가 나았습니다.
야채가 다 떨어져가서 한 번 리필했는데, 처음 나온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야채가 듬뿍 담겨나왔습니다.
추가 고기도 처음 나오는 것과 동일한 퀄리티의 고기를 종류별로 차곡차곡 담아줘서 참 좋네요.
가게 규모가 아담하다보니 손님 하나하나 케어가 잘 된다는 게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듯.
이번에도 맛있게 구워서 또 쌈으로 즐기고...
고기 한 번 더 추가.
이번에는 어묵꼬치도 추가해서 함께 구웠습니다.
어묵같은 거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본전 뽑으려면 고기 위주로 먹어야 하는데... 같은 게 어디 있어.
그냥 맛있으면 먹는 거지...ㅋㅋ 중간중간 고기 먹는 와중에 이런 거 끼워주는 거 참 좋단 말이지요.
고기를 어느 정도 다 먹었다 싶으면 마지막 마무리로 맛보기 쌀국수가 서비스로 나옵니다.
이건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닌 듯 하고 식사 마무리한 뒤 후식 같은 느낌으로 한 그릇 맛볼 수 있는 거에요.
그 중화요리의 코스 음식 먹을 때 식사로 조그만 짜장면이나 짬뽕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될 듯.
두어 젓가락 정도의 적은 양이긴 한데 그래도 고명이 꽤 알차게 들어있고 국물도 진국.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거 먹을 정도의 배는 남아있는지라 부담없이 호로록 먹기 좋습니다. 뭣보다 국물이 진짜 좋았어요.
단품으로 파는 월남국밥의 국물이 이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은데 같은 거라면 한 번 먹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국물 남기지 않고 국수 작은 것 한 그릇까지 호로록 먹으면 24,900원의 무한리필 코스 마무리.
이게 그냥 고기만 먹은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야채까지 함께 즐기니 너무 기름지거나 속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또 무한리필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즐겼다는 만족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고기를 이런 식으로도 즐길 수 있구나...
월남쌈과 구운 고기를 한데 모아 즐긴다는 조금 독특한 컨셉의 직화구이 월남쌈 전문점, '상수월남'
여기 꽤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곳이라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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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월남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출구 하차, 마포구 와우산로7길 5 2,3층(상수동 327-1)
2024. 8. 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