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따뜻한 온천이 생각나는 계절이라 얼마 전 모 동생과 함께 쉬는 날 포천을 다녀왔습니다.
포천의 '제일유황온천' 을 갔어요. 여기 어릴 적 한 번 부모님과 갔던 기억이 있는데 유황냄새(계란 익는 냄새)나는 온천물이
꽤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때의 그 온천이 생각나 이번에는 직접 차 끌고 둘이 다녀왔습니다.

여기 근처에서 제일 유명한 온천인데, 오랜 시간 장사를 해 온 곳이라 건물도 꽤 낡았음.

1층 들어가면 매표소와 함께 작은 로비가 있는데 딱 봐도 상당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뒤에 있는 매점은 영업하고 있지 않고 빛바랜 백두산 천지 액자, 그리고 그 아래 어항은 언제 물 뺐는지 시기도 알 수 없을 정도.
약간 분위기가 온천이라기보단 쇠락한 지방 시외버스터미널을 보는 느낌.

입욕료는 성인 1만원.

매점이 문을 열지 않은 대신 기념품 파는 매대는 영업중이긴 했는데, 딱히 뭔가 사고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 기념품점보다도 더 낡은 물건들이라 진짜 90년대로 돌아온 것 같은 세월의 멈춤을 여기서 느꼈달까요.

남탕은 지하1층으로 한 층 아래 내려가야 합니다.

온천 시설을 따로 찍을 순 없어 사진은 여기까지.
대욕장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었으나 그와 별개로 시설은 꽤 낡았어요. 군데군데 타일이 벗겨진 것도 있고 리모델링은 안 해서
전반적으로 그렇게 시설이 좋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와 별개로 온천수는 정말 좋아서 그 부분에선 꽤 만족했습니다.
특유의 유황에서 나오는 향도 제가 어릴 적 맡았던 그것과 동일했고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사우나까지 하고 나오니 대만족.
다만 딱 하나 아쉬웠던 건 노천탕이 있긴 한데, 노천탕의 물이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이었다는 것.
아무리 그래도 이 날씨에 밖으로 나가서 찬물에 몸 담그는 건 지금의 저로선... 아니 옛날 젊은 시절의 저도 불가능했을 것;;;
. . . . . .

온천욕 마치고 나와 어디로 밥 먹으러 갈까 찾던 중, 같이 간 동생이 이 근처로 가족들끼리 성묘를 온다는데
성묘 오면 항상 들러서 밥 먹고가는 곳이 있다고 하여 그 곳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온천에서도 한참 깊은 산골로 들어가야 해요.
쭉 들어가다보면 기와집 건물 한 채가 나오는데,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

'원조 파주골 순두부' 라고 하는 가게입니다.
이름처럼 파주에 있는 건 아니고 포천에 있는 가게에요. 위치는 포스팅 하단 약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 앞에 91-1번 포천버스가 하나 지나가긴 하는데 운행횟수가 하루 1회(상, 하행 각 1번)뿐이라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무조건 자차로만 찾아가야 하는 가게라는 뜻. 그 덕에 가게 앞 주차장은 여유롭게 확보되어 있는 편.

출입구만 봐도 상당히 연식이 있어보이는 식당이란 느낌.

매장 중앙에 거대한 난로 하나가 따뜻하게 우릴 맞이해주고 있고요, 그 위에서 보리차 넣은 주전자가 끓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옛날엔 이 풍경,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난로가 많이 사라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지요.
정말 오래간만에 난로 위 보리차 끓는 커다란 양은주전자를 볼 수 있었네요.

실내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그도 그럴것이 평일이라), 그 때문인지 조명도 최소한으로만 켜 놔서 조금 어두운 편.
매장 규모는 꽤 큰데 아저씨 한 분만 계시는 걸 보니 혼자 서빙, 조리를 직접 하시는 식당인 듯 합니다.

적당한 데 자리 잡고 앉았어요.

그래도 꽤 유명한 가게인지 유명인들의 사인이 벽에 많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살짝 기분 이상했던 게 저기 보면 조민기, 이선균, 이상용 사인이 나란히 있는데, 세 사람 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사람들;;
이 중 이상용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나머지 두 사람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보고 기분이 되게 이상해졌습니다...

여기 대표메뉴는 '순두부정식(9,000원)'
우리가 생각하는 얼큰한 순두부찌개가 나오는 게 아니라 초두부라고도 불리는 하얀 두부가 나오는 정식이라고 해요.
그 외에 일반 두부전골과 만두전골, 청국장이 식사메뉴, 그 외의 사이드로 모두부, 두부튀김, 도토리묵, 두부파전이 있습니다.

안쪽에도 방으로 된 테이블이 있긴 한데, 저 쪽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주말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일단 앞그릇과 함께 기본 식기 준비해놓고, 물은 밖이 꽤 추운지라 찬물 대신 주전자에 담긴 따끈한 보리차.

'순두부정식(2인-1인 9,000원)' 도착.

총 7가지 밑반찬이 깔렸는데, 고기는 없고 전부 나물류와 동치미 등의 김치.
밥 비벼먹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나물 위주의 찬을 내어준 것 같아요. 두부에 끼얹는 양념간장, 그리고 참기름이 함께 나옵니다.

버섯 넣고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도 뚝배기에 하나 담겨나왔고요.

양은냄비에 담긴 순두부는 뜨끈뜨끈 김이 나는 상태로 한 냄비 가득 제공되었습니다.
이거 강릉 초당두부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그 하얀 순두부랑 완전히 똑같아요. 이걸 밥과 함께 즐기면 됩니다.

밥은 비벼먹으라고 대접에 담겨나옵니다. 보리와 쌀을 섞은 밥.

밥 위에 각종 나물반찬류, 그리고 순두부 약간과 된장, 참기름과 고추장 약간을 뿌려서...

이렇게 슥슥 비벼서 먹으면 됩니다.

고기는 물론 계란도 전혀 들어가지 않아 조금 허전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물들이 만들어내는 맛이 굉장히 건강한 느낌.
그야말로 진짜 채식 비빔밥 그 자체인데요, 동물성 재료 일절 없이 오로지 채소로만 만든 비빔밥이라 뒷맛이 되게 깔끔했습니다.

순두부는 이렇게 앞접시에 옮겨담아 간장 살짝 얹어 함께 먹으면 되는데...

간수에 살짝 간이 되어있어 사실 간장 찍지않고 그냥 먹어도 먹는데 큰 문제 없어요.
오히려 간장을 넣어먹으니 짠맛이 도드라지게 강해져서 저로선 없이 먹는 게 더 낫다는 느낌.
따끈따끈하고 보들보들하게 씹히는 고소한 두부가 속도 편안하게 해 주고 되게 자극 적은 맛이라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느낌입니다.

조금 솔직히 강릉의 유명한 두부요리 전문점에서 먹는 하얀순두부와 큰 차이점은 못 느꼈습니다. 그 정도로 맛이 좋았음.
이걸 비빔밥이랑 같이 먹으니 야채 위주의 비빔밥에서 단백질 보충해줄 수 있었고 고기 없어 딱히 아쉽단 느낌도 없었어요.

모든 접시를 다 깔끔하게 비웠음에도 뱃속이 더부룩하거나 부담스럽다는 느낌 없이 만족스럽게 잘 먹었습니다.
여기는 뭐랄까... 어르신들이나 혹은 위장 안 좋은 사람들이 와도 먹는데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전부 채소로만 만든 것들이라 채식하시는 분들이 와도 크게 가려야하는 것 없이 든든하게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게 앞엔 겨울이라 더 그런 것도 있지만 이렇게 휑한 분위기.
아마 여름에 오면 분위기가 또 다르지 않을까 싶은...

좀 춥긴 한데, 동네에서 키우는 개인지 주차장 바닥에 철퍽 드러누워 일광욕하고 있는 아이도 하나 볼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도 그냥 눈 감도 귀찮은 듯 별로 신경 안 쓰는 걸 보니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아이 같네요.
이런 애들은 도시 가정집에서 키우는 예쁘게 미용한 반려견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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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파주골순두부 찾아가는 길 :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성장로 179(성동리 135-8), 91-1번 버스 성동2리, 부대앞정류장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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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파주골손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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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4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