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SNS를 달군 최고의 미담이라면 단연 홍대(상수역) 근처 치킨집 '철인 7호' 이야기일 것입니다.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과 7살의 배고픈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대접한 것은 물론
이후 7살의 동생이 가게를 몇 번 찾았을 때도 계속 치킨을 주면서 머리까지 깎아줬다는 이야기가
고등학생 형의 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SNS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 가게의 미담이 확산,
'정말 좋은 가게다', '저런 가게는 돈쭐을 내줘야 한다' 라는 사람들의 반응과 함께 일약 홍대 최고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기사원문 : 가난한 형제에 공짜로 치킨 대접해온 점주…네티즌 "돈쭐 내주자")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119&aid=0002472052
이번 삼일절 연휴 때 어떤 치킨집인지 궁금해서 홍대 북새통문고에 책 사러 나가는 김에 한 번 방문해보게 되었습니다.
가게는 홍대보다는 상수역 쪽에 좀 더 가깝고요, 롤링홀 근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약도는 포스팅 하단을 참고하세요.
참고로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하여 오픈 시각은 오후 4시에 맞춰 방문했습니다.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대형 메뉴판.
메인 치킨 세트는 '난리세트, 순살세트, 마라꽃치킨세트, 순살1kg 철인3종세트' 네 가지가 있고
치킨과 함께 호프를 겸하는 가게라 호프집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 메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철인7호 치킨은 독립 매장이 아닌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사연의 주인공이 된 이 곳은 홍대점입니다. (홈페이지 : xn--7-wf7f35k01l.com/)
호프집 분위기의 조금은 어둑어둑한 실내.
다행히 빈 자리가 하나 남아 바로 안내받아 앉을 수 있었습니다.
매장 내 테이블이 그리 많지 않고 치킨과 술을 함께하는 특성상 테이블 회전이 그리 빠르지 않을 듯.
그래서 매장에서 먹고 가는 것보다는 포장을 해 가는 쪽이 좀 더 나을 것 같지만
현재는 홀이든 포장이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는 건 무조건 감안하는 게 좋습니다.
몰려드는 주문 폭주로 인해 현재 배달앱을 통한 주문은 잠시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홀 방문 또는 매장 방문 포장만 가능하니 혹시라도 관심있으신 분은 이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매장 출입구 왼편의 외벽에 유명인들의 방문 사인이 붙어있습니다.
유병재라든가 임영웅, 그리고 안재홍 등의 배우가 방문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홀 중앙에 위치한 저 천막 뒷편이 주방.
철인 7호의 메뉴판.
한 마리 반 치킨이 감자튀김 등과 함께 나오는 나오는 4개의 세트 메뉴가 가게의 대표메뉴며
단품 치킨도 주문 가능합니다. 닭 크기가 7호로 작은 편이지만, 대신 단품 치킨도 한 마리 반이 기본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닭의 크기가 작은 걸 어느정도 커버하고 있습니다.
물은 셀프 서비스.
물수건을 비롯한 기본 식기 세팅.
포장 손님을 비롯하여 현재 손님이 많아 서빙이 조금 늦을 수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하시는 게 좋을 듯.
그래서인지 직원분도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늦으면 늦어서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바쁘게 돌아다니시더군요.
치킨무는 색소를 입혀 분홍빛을 띠는 치킨무가 제공됩니다.
맛은 물론 일반 치킨무와 동일합니다.
소스는 총 네 가지가 제공되는데, 왼쪽부터 차례대로 양념, 매운겨자, 케찹, 소금.
다만 양념 계열의 치킨을 시켰을 땐 소스가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더군요. 케찹은 감자튀김 찍어먹는 용도.
일단 치킨이 있으니 생맥주 한 잔.
500ml 호프 한 잔 가격은 4,500원. 병맥주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마시고 싶은 주류를 선택 가능.
제가 선택한 메뉴는 대표 세트 메뉴인 '난리세트(19,900원)'
닭은 두 가지 맛을 반반으로 선택하는 게 가능한데, 양념 계열로 반반 선택시 윗 가격에서 2,000원이 추가됩니다.
이 가게에서만 먹을 수 있는 독창적인 치킨이 먹고싶어 '마라치킨' 과 '홍갈치킨' 을 선택했습니다.
닭가슴살 튀긴 텐더를 옥수수 통조림과 함께 토핑으로 얹어 낸 치킨 샐러드.
진한 붉은빛을 띠는 양념에 버무려진 이 치킨은 '마라치킨'
그리고 다른 반은 '홍갈치킨' 입니다.
홍갈치킨은 칠리소스와 마늘, 고추를 넣고 양념한 치킨이라고 하는데요, 마라와 함께 둘 다 매콤한 계열 치킨.
한 마리 반 분량이 확실히 맞다고 느낀게, 마라치킨엔 다리가 세 개인데 홍갈치킨엔 다리가 한 개던...ㅋㅋ
두 치킨 사이에 허니버터 소스를 뿌린 감자튀김이 수북하게 쌓인 채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가격에 비해 볼륨감은 확실히 좋은 편입니다. 둘이 먹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양이 좀 적다면 셋이 먹는 것도 가능.
치킨 샐러드의 소스는 조금 달짝지근한 과일 소스를 섞은듯한 마요네즈 계열의 소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큼직하게 썬 치킨 텐더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킨을 매콤한 계열로 시켰기 때문에 먹다보면 입안이 얼얼해지는데, 그걸 중화시켜 주는 역할.
감자는 시판 감자를 튀긴 것이지만, 바삭하고 맛있게 잘 튀겨내었네요.
보통 감자에 비해 조금 빠싹 튀겨낸 감이 있어 포슬포슬함보다는 좀 더 과자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이 바싹 튀긴 과자 같은 느낌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위에 기본으로 뿌린 소스는 허니버터 소스로 달콤한 버터향을 느낄 수 있는데, 그냥 먹어도 좋고 소스에 찍어먹어도 좋습니다.
마라치킨은 생각보다 마라향이 강하진 않아 마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처음 먹었을 때 조금 익숙한 향이 느껴졌는데, 살짝 라면스프 같은 향이 느껴졌어요.
실제 반죽을 할 때 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되게 익숙한 라면스프의 향과 함께 이내 입안에 마라의 얼얼함이 연하게 퍼지는 맛.
그렇게 맵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매운 치킨이라 먹다보면 금방 입 안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확실히 다른 데서 못 먹어보는 독특한 양념이 인상적. 처음 먹을 때 느껴졌던 라면스프의 향이 조금 호불호가 있겠지만
매운 치킨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저는 한 번 먹어볼만 하다고 생각.
홍갈치킨은 칠리소스에 마늘, 고추가 더해져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향기로움이 느껴졌니다.
이 역시 매운맛 계열의 치킨이긴 하지만 마라치킨에 비해 매운맛은 훨씬 덜하고 달콤한 맛도 느낄 수 있어요.
둘 다 괜찮긴 했습니다만, 독특한 첫인상으로는 마라치킨, 그리고 오래 지속해 먹기엔 홍갈치킨이 더 낫겠더군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둘 다 기본 베이스가 매운맛이라 먹다보면 입안이 꽤 맵고 얼얼해진다는 점.
반반치킨을 먹을 때 가급적 둘 다 양념을 선택하는 것보다 하나는 후라이드를 골라 번갈아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맛있는 치킨이긴 하지만 매운맛 때문에 감자랑 치킨샐러드 아니었음 더 고생했을 것 같네요ㅋㅋ
치킨은 맛있게 잘 튀겼습니다. 살도 촉촉하고 튀김옷도 적당한 게 특별히 흠 잡을 부분이 보이진 않았네요.
함께 나온 수북하게 쌓인 감자튀김 덕에 가격대비 부실하거나 아쉽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습니다.
한 접시를 다 해치운 뒤, 술이 약간 남아 가볍게 안주 하나를 더 추가.
배는 어느정도 차 있고 맵지 않은 것 중 가볍게 먹을만한 걸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양념감자 절반(3,000원)에 치즈스틱 4개(3,000원).
치킨무도 한 번 더 추가.
양념감자는 치킨세트에 함께 나온 감자와 동일한 감자튀김(허니버터 소스가 뿌려진)이 제공되었는데요,
온전한 사이즈는 6,000원, 그리고 3,000원짜리 반 사이즈로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다만 3,000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양이 나왔어요. 기본적으로 감자 인심이 되게 후한 집입니다.
처음 치킨과 함께 나온 감자튀김과 마찬가지로 조금 빠짝 튀겨 포실포실함보단 바삭한 과자같은 느낌이 강한 편.
일부러 이렇게 튀겨 나오는 것 같은데 이 가게의 개성 같습니다. 위에 뿌린 허니버터 소스 맛있고요.
3,000원에 총 네 개의 치즈스틱이 제공되는데, 치즈스틱은 익히 잘 아는 그 치즈스틱 맛입니다.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그냥 소스 없이 자연 치즈의 은은한 짠맛을 즐기는 게 더 맛있던...
추가로 시킨 감자 역시 남기지 않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먹고 나오니 엄청 배부르네요.
'선한 영향력' 의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가게 된 수제치킨 전문점 '철인 7호 홍대점'
치킨 전문점답게 닭이 꽤 맛있었습니다. 극찬할 정도로 환상적인 것까진 아니어도 기본을 잘 지켜 맛있게 튀겨낸 집.
홍갈소스나 마라소스 둘 다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이 있는 치킨이라 먹어보면 좋을 것 같고요,
7호 닭이라는 작은 사이즈를 사용하지만 한 마리 반이 기본이라 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함께 나오는 감자튀김 등의 인심이 좋아 여럿이 갔을 때 푸짐하게 펼쳐놓고 맥주와 함께 즐기기 딱 좋습니다.
생맥주가 살짝 비싸긴 한데(호프 500ml 4,500원), 관리를 잘 하는 편인지 엔젤링이 선명하게 잔에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호프집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뻥튀기 같은 게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약간 들더군요.
무엇보다 직원분들 되게 친절합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좀 정신이 없고,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돌아다니는 직원분들의 대응이 친절해서 그 아쉬움이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
서빙이 늦을 때마다 양해구하고 혹시나 주문 까먹으면 죄송하다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니시던데,
현재는 사람이 많이 몰려 홀 손님, 포장 손님 대기가 길어지고 원활한 주문이 안 될 수 있으니
매장 가실 분은 사람 많다는 거 미리 감안하고 최대한 느긋한 마음을 갖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선한 영향력' 을 행사, 상권이 침체되어 우울한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최고의 화제가 된 '철인 7호' 홍대점.
선한 마음을 갖고 베푼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가게 방문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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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까지 영업을 마치고 폐점한다고 하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의 랜드마크 '북새통 문고'
이 날이 마지막 영업일이라고 하여 밀린 책도 구입할 겸 마지막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쪽 출구보다는 8번 출구와 가장 가까운 이 쪽 출구를 자주 애용합니다.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찾을 수 있게 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쪽에서 내려가는 지하 계단.
오랜 세월 이 곳에서 장사하면서 낡은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가게 오픈했을 땐 그 바로 옆의 한양문고(툰크)에 비해 삐가번쩍하고 깔끔한 새 가게였는데 말이지요.
마지막 영업일이라고 하여 책 사러 온 손님들이 꽤 많은 편.
개중엔 가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일부러 찾아 온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북새통문고가 2월 28일 폐점이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 영업하는 게 한 달 연장되었다고 하네요...ㅋㅋ 그래서 일단 이 모습을 한 달은 더 볼 수 있다고...
게다가 더 좋은 소식은, 오프라인 매장의 완전 폐점을 고려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컸던건지
오프라인 매장을 완전히 없애진 않고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근처로 점포를 옮겨 영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록 위치는 바뀌지만 '북새통문고 오프라인 매장' 의 명맥은 향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이야기지요. 좋은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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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걷고싶은 거리 쪽에 위치한 한 가게.
'소보로광부덮밥' 메뉴가 눈에 띄어 배너를 찍었습니다. 타이완에 있는 그거잖아요. 나중에 한 번 먹으러 가 볼까 싶습니다.
예전에 돈까스는 물론 단팥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던 '돈까스잔치' 의 홍대 지점이 롤링홀 근처에 있습니다.
(돈까스잔치 의정부 녹양점 방문 후기 : ryunan9903.tistory.com/288)
여긴 돈까스도 돈까스지만 단팥빵이 정말 팥 가득 들어있고 맛있으니 단팥빵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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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통문고에서 구매한 책.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 17권,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23권, 그리고 Boichi(박무직)의 오리진 6권.
원래 심야식당만 사려 했는데, 양 사이드의 두 권은 우연히 발견한 거라 현장에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 철인 7호 홍대점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출구 하차 후 직진, 홍대롤링홀 뒷편 골목에 위치
2021. 3. 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