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의 타이완 음식 전문점 '샤오짠(XIAO ZHAN)' 을 다녀왔습니다.
위치가 살짝 애매한 곳에 있는데, 서초역과 남부터미널역의 중간쯤. 서초역에서 좀 더 가깝기 때문에
지하철로 오신다면 서초역에서 내려 사랑의교회 방면 출구, 예술의전당 방향으로 쭉 걸어가시면 됩니다.
우연이라면 우연인데, 이 곳이 얼마 전 그랜져 차량이 미용실을 돌진해 사상사고가 일어났던 골목이더라고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5&aid=0004550125)
이 가게 바로 맞은편에 그 사고난 미용실이 있었는데 가림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당시 오토바이 세 대인가를 치고 갔다고 하니 어쩌면 이 음식점도 피해를 좀 입지 않았을까 생각 중.
가게 내부.
퇴근 직후 저녁 시간대에 막 찾아가 그런지 아직 손님은 없었습니다. 저희가 저녁 첫 손님.
다만 저녁식사 시간대가 되어 하나둘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샤오짠의 메뉴판.
간판메뉴는 단연 우육면. 그리고 타이완식 돈까스 덮밥이라고 하는 '파이구판'
파이구판은 타이완 여행 당시 덮밥은 아니지만 단품 메뉴로 비슷한 걸 먹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타이완식 돼지고기 덮밥인 '루로우판' 미니와 우육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가 있는데,
우육면 가격에 2,100원을 더하면 루로우판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이 메뉴를 선택하였습니다.
테이블에 기본 비치되어 있는 티슈와 식기류, 그리고 고추기름.
물과 함께 기본 식기 세팅 완료.
반찬으로는 짜사이 한 가지가 제공딥니다.
짜사이 왼쪽 종지에 담긴 것은 다진 마늘로 취향에 따라 우육면에 넣어먹을 수 있습니다.
칭다오 생맥주가 메뉴에 있길래 '칭다오를 생맥주로 마신다고?' 신기해서 시켜보려 했는데
하필 지금 준비되어 있지 않아 주문이 안 된다기에 아쉬운대로 칭다오 병맥주 주문.
병맥주긴 하더라도 손잡이 달린 칭다오 전용 잔에 나오니 생맥 마시는 느낌도 나고 좋네요.
칭다오 맥주잔은 많이 봤어도 손잡이까지 달린 건 첨 보는거라 되게 예쁘고 또 갖고 싶기도 하고...
300ml 전용 잔으로 600ml 병에 들은 걸 두 잔 따르니 딱 양이 맞더군요.
우육면(牛肉麵)과 미니 루로우판(滷肉飯) 세트(12,000원)
루로우판(滷肉飯)은 작게 자른 돼지고기를 간장소스에 조려낸 뒤 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으로
타이완 지방, 그리고 중국에서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요리의 유래는 중국 산동성으로 추정.
샤오짠의 미니 루로우판은 잘게 다져 간장에 졸인 돼지고기를 밥 위에 듬뿍 얹어낸 뒤
삶은 계란 반 개를 얹어 낸 사이드 메뉴로 미니덮밥 치고 양이 꽤 많은 편입니다.
식사량 많은 분도 우육면과 함께 이것 하나 곁들이면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본래는 덮밥처럼 밥과 돼지고기를 따로따로 먹는 방식이겠지마는
내 안의 한국인이 그만 다진 돼지고기를 참지 못하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비볐습니다...ㅋㅋ
큼직한 돼지고기 덩어리도 아니고 볶음쇠고기고추장마냥 다진 돼지고기가 듬뿍 얹어져 있는데 못 참지...;;
함께 나온 삶은 계란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반숙란과 거의 동일한 맛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거 묘한 별미네요.
짭짤하게 바싹 조린 장조림 같기도 하고 돼지고기 잘게 다진 유니짜장의 돼지고기 같기도 한게
흰쌀밥과 묘하게 궁합이 잘 맞아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향신료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야 향이나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진 않을 것 같아요.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만 야채 없이 순수한 돼지고기 조림만 있어 미니덮밥으로 조금 맛보는 건 좋지만
온전하게 한 그릇을 전부 이걸로 먹으라고 하면 먹다 약간 질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우육면(牛肉麵)엔 청경채와 함께 푹 삶은 쇠고기가 듬뿍 얹어져 나옵니다.
국물도 적당히 기름진 편.
다른 것보다도 고기 고명의 넉넉한 양에 상당히 감동했는데요...
여태껏 한국에서 우육면 먹을 때 국물이 만족스러운 우육면이야 많이 접해봤다지만
쇠고기 고명에서 만족스러웠던 우육면은 사실... 거의 없었거든요.
맛이 없는 건 분명 아니고 맛은 참 괜찮은데... 아무래도 타이완에서 먹어 본 우육면에 기준이 맞춰져 그런지
맛은 있지만 고기 고명의 양이 좀 불만족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여긴 그렇지 않아서 좋네요.
면은 아주 굵은 면. 고명과 국물을 적당히 섞어 맛있게 즐기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 함께 나온 다진 마늘, 그리고 약간 맵게 즐기려면 고추기름을 넣어도 좋습니다.
저는 처음엔 그냥 먹다 중간쯤 먹었을 때 고추기름과 마늘을 첨가하는 쪽으로...
면은 무난무난하게 먹기 좋은 맛.
우육면 먹을 때 보통 국물 또는 쇠고기 고명을 즐기지 면에서 크게 감동받진 않는 편이라...^^;;
국물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우육면 특유의 진한 국물맛이 잘 났어요.
쇠고기 고명은 간이 미세하게 약하다는 느낌 외엔 볼륨감, 식감 모두 흠 잡을 데 없이 좋았습니다.
고기 고명이 많으니 아끼지 않고 면과 함께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참 마음에 들어요.
중간쯤 먹었을 때 다진 마늘과 고추기름 투하.
지금부턴 좀 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매운맛으로 얼큰하게 즐겨보는 걸로...
확실히 저도 얼큰한 거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길들여져 그런지 이 쪽이 더 좋습니다.
고추기름과 함께 다진 마늘을 넣으니 국물에 마늘향이 퍼지면서 훨씬 맛이 더 좋아졌어요.
적당한 얼큰함이 남는 부담없는 뒷맛이 해장용으로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세트로 함께 나온 미니 루로우판도 볼륨감이 꽤 좋았고, 우육면은 국물이나 면은 무난히 좋았지만
고명으로 얹어져 나온 쇠고기의 푸짐함이 정말 만족스러워 아주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샤오짠은 서초동 말고로 압구정로데오역, 압구정 로데오거리 근처에 매장이 한 군데 더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곳으로도 또 찾아가보고 싶네요. 그만큼 꽤 만족스럽게 먹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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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짠 근처의 카페 '고품격 커피공장'
열어놓은 문 사이로 풍기는 커피향이 꽤 좋아 발걸음을 잠시 멈췄던 곳.
향에 이끌려 들어가 마신 커피는 예상대로 꽤 괜찮았습니다.
이름이 꽤 재미있는 가게인데 커피는 꽤 맛있네요. 가격은 2,500원.
※ 샤오짠 찾아가는 길 : 교대입구 삼거리에서 영림한의원 사이 골목 안쪽으로 직진
2021. 6. 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