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외식)/카페,베이커리

2021.8.19. 수연산방(壽硯山房 - 성북동) / 차분한 단맛의 단호박빙수, 그리고 산 속 고택에서의 느긋한 시간

반응형

한성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 쭉 이동하다보면 나오는 산 속의 고택 '수연산방(壽硯山房)'

이 곳은 서울 민속문화재 11호로 지정된 '상허 이태준 가옥' 으로

한국의 소설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머물렀던 기록을 갖고 있는 약 100여 년 된 가옥이라고 합니다.

1977년 민속문화재 지정 후 지금은 이태준이 직접 지은 '수연산방' 이란 이름의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연산방 입구에 세워져 있는 상허 이태준 가옥에 대한 안내 표지판.

 

 

소설가 이태준이 거주하던 시절이 1933년부터라 약 백여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연산방은

한국전쟁의 전란에도 훼손되지 않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를 가진 건물입니다.

 

 

한자로 '수연산방(壽硯山房)' 이라 표기되어 있는 대문 위 현판.

 

 

앞마당에 소설가 이태준이 거주했던 곳을 알리는 작은 비석이 있습니다.

 

 

앞마당을 지나 출입문 오른편에 보이는 이태준 고택의 본채.

현재 본채는 손님들이 이용하는 실내 공간과 함께 차,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으로 사용 중인데요,

나중에 찻집을 이용한 뒤 마지막에 나가기 전 본채로 건너가 계산을 하면 됩니다.

 

 

여름에 매장을 방문하면 좋은게 이렇게 마당 곳곳에 나무와 풀이 울창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

대신 꽤 무덥기 때문에 바깥 테이블에 앉아있는 게 썩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창문 쪽은 손님이 이용할 수 있는 다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 바라보며 느긋하게 차 한 잔 즐기는 분위기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실내 여기저기서 오래 된 고택 특유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시기를 알 수 없는 - 지금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녹슨 재봉틀.

 

 

입구 쪽 진열장에 쭉 진열되어 있는 각종 찻주전자.

 

 

작은 소반 위에 받쳐져 있는 도자기 왼쪽엔 이태준의 대표 소설 몇 편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출판된 지 오래되어 누렇게 색이 바래고 낡았지만 보존 상태는 나쁘지 않았던 도서.

그리고 그 아래엔 주문을 받기 위한 태블릿PC가 쭉 꽂혀있는 상태로 충전 중이더군요.

뭔가 구시대, 그리고 신시대의 물품들이 진열장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살짝 묘해지는 것 같아요.

 

 

정원을 한 번 둘러보았어요.

왼쪽의 야외 원두막에도 테이블이 있어 여기서 차를 즐길 수도 있는데, 그러기엔 날이 너무 더웠습니다.

 

 

울창판 나무로 덮여 있는 대문 쪽을 마당에서 한 컷.

 

 

본채 뒷쪽으론 화장실과 연결되어 있는 길이 있습니다.

낮은 기와담을 따라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오는데, 왠지 옛날에도 화장실은 이 위치였을 것 같은...

 

 

화장실로 이동하는 길목에 피어있는 꽃.

어째 요즘 카페라든가 여행을 가면 꽃 사진을 예전보다 많이 찍게 되는듯...

 

 

곳곳에 이렇게 돌 조각들이 세워져 있어 정원의 분위기를 한껏 따뜻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편.

 

 

물이 고인 돌항아리 위에서 자라고 있는 부레옥잠.

 

 

기와담 아래 장독이 쭉 늘어서있는 모습.

장독 앞에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파라솔과 함께 4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 앉아있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여름에는 더위도 더위지만 모기떼 때문에 좀 어려워요.

 

 

뚜껑이 덮여있는 장독은 왠지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끼가 껴 있는 돌담 앞, 지금은 뚜껑이 덮여있는 우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왠지 뚜껑을 한 번 열어보고 싶었지만, 열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바깥의 모습만 한 컷.

 

 

부레옥잠은 국민학교(...!!) 시절 자연 교과서에도 많이 나왔고, 어릴 적 가정집에서도 많이 봤던 식물인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일부러 꾸며놓은 곳이 아닌 이상 쉽게 보기 힘들어지더군요.

 

 

거의 숲이라 해도 될 정도로 마당 전체엔 엄청나게 많은 나무와 더불어 식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위적으로 만든 정원이라기보단 그냥 자연 속에 집을 지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북카페' 라는 별채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고 하여 직원 안내를 받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쪽은 본채와 달리 기와 건물이 아닌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북카페 처마 위에 달려있는 연등.

북카페로 올라가는 길이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 밤에는 이 연등에 불이 밝혀질 것 같은 느낌.

 

 

북카페 외관은 벽돌 건물이지만 내부는 흙벽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신발 벗고 들어오는 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팀이 앉을 수 있게끔 딱 두 개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더군요.

마침 들어갔을 때 한 커플이 이용하고 있어 그 뒤에 앉았는데, 아무래도 약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던...

공기청정기와 함께 선풍기가 놓여 있었는데, 이 외에도 에어컨이 달려있어 냉방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출입문 바로 왼편엔 책장이 있어 책을 꺼내 읽을 수 있습니다.

책장을 별도로 마련해놓은 것 때문에 북카페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아요.

 

 

에어컨 오른편의 조명.

한 가지 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방충망으로 창문을 봉해놓아도 벌레가 조금씩 들어오긴 하더군요...;;

 

 

창문 위에 붙어있는 소설가 이태준과 박태원의 사진.

1904년에 태어난 소설가 이태준은 한국전쟁 당시 월북하여 이후 정확한 사망일을 알 수 없다고 하는군요.

 

 

건물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풍경은 좋긴 했지만 날이 더워서인지 밖에서 차를 즐기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터치패드를 이용해 주문할 수 있습니다. 직원을 부를 필요 없이 터치패드로 주문을 하면 되는데,

대신 주문한 음료는 손님이 직접 가지러 가는 게 아닌 직원이 자리로 가져다 주더군요.

사진은 수연산방의 밤 풍경 같습니다만, 분위기가 꽤 좋아보여 밤에 한 번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수연산방의 이용에 관한 간단한 안내.

1인 1메뉴 주문을 해야 하 며 뒷 손님을 위해 한 번 방문시 두 시간 이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영업 시간은 토, 일을 제외한 평일은 오후 6시까지로 매우 짧으며 월요일은 정기 휴일입니다.

 

 

빙수도 그렇지만 음료들의 가격대가 꽤 센 편입니다.

사진으로 따로 찍은 건 없지만, 일단 커피는 판매하지 않고 전통차 종류도 1만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단호박빙수는 이 가게의 대표 메뉴로 수요미식회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다양한 재료를 넣은 빙수 종류야 여러 가지를 봐 왔지만, 단호박을 넣은 빙수는 처음이라 좀 신기했습니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할 수 있는 인절미도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흑미 인절미와 복분자 인절미, 그리고 단호박 인절미가 있어요. 이건 1인 1메뉴 주문 항목에서 제외된다는군요.

 

 

출입 관리는 QR코드 대신 자리에 비치되어 있는 안심콜을 통해 인증하면 됩니다.

요새 QR코드 대신 좀 더 간편하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도 설명이 쉬운 안심콜 쓰는 매장이 많아지고 있는데

저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확실히 장, 노년층에게는 이쪽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차가운 차가 먼저 나왔습니다.

그냥 물 대신 차갑게 식힌 차로 나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던...

 

 

수연산방의 대표메뉴, '단호박 빙수(13,500원)' 도착.

앞서 이야기했듯 직원이 직접 방으로 주문한 메뉴들을 서빙해 주었습니다.

 

 

이 곳에서 1인 1주문을 하면 음료, 또는 빙수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과로 한과(산자)를 내어주더군요.

저희는 세 명이 방문했기 때문에 인당 하나씩 총 세 개의 산자가 작은 바구니에 담겨 나왔습니다.

 

 

놋그릇에 담긴 단호박 빙수는 비주얼이 조금 특이한 편인데요,

그릇 아래에 깔린 얼음은 위에 얹어진 고명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고 팥이 반, 그리고 으깬 단호박이 반.

마지막으로 작은 단호박 조각 하나와 함께 찰떡 세 개를 얹어 마무리하였습니다.

 

 

직접 만든 국산팥은 조금 꾸덕꾸덕한 느낌. 시판 빙수용 팥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게 느껴질 정도.

그리고 팥의 색이 일반 빙수팥보다 좀 더 붉은색을 띠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팥과 단호박 으깬 고명 안에 우유얼음이 있어 함께 적당히 조합하여 먹으면 되는데

단맛이 빙수 치고 강하지 않고 꽤 은은한 편이네요.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은은하고 차분한 느낌이 있는데

달콤하고 강렬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좀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팥만 먹는 것보다는 반드시 팥과 단호박을 함께 섞어먹는 것을 추천. 생각보다 꽤 조화롭게 어울리네요.

 

 

에어컨 나오는 실내라고는 해도 날이 더워서인지 우유얼음 녹는 속도가 좀 빨랐습니다.

얼음 입자가 한때 유행했던 눈꽃빙수처럼 굉장히 고운 편이라 더 녹는 속도가 빠른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늘 먹던 빙수와는 사뭇 다른 심심한 맛이긴 했어도 그래도 꽤 매력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팥과 단호박이 듬뿍 올라가 다른 빙수와 달리 한 그릇 먹으면 꽤 큰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고요.

 

 

가격대가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음식의 만족도만큼은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수연산방의 '단호박 빙수'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정원에 지어진 고택에 앉아 느긋하게 쉴 수 있다는 자릿세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은 어느 정도 납득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꽤 괜찮았으니까요.

 

주말에는 야간 영업을 하고, 특히 요새는 저녁 날씨가 선선해져서 야외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또 이 곳을 오게 된다면, 그 땐 선선한 가을의 주말 저녁 시간대를 노려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 . . .

 

 

다만 접근성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지하철로 내리셨다면 한성대입구역에서 버스 갈아타는 게 좋습니다.

물론 한성대입구역에서 걸어갈 수도 있긴 합니다만, 편도 1.4km인데다 언덕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추천은 안 해요.

다만 좀 선선한 가을이 되면 그 땐 산책한다 - 라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걸어올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수연산방 바로 근처에 꽤 유명한 경양식 돈까스 전문점인 '금왕돈까스' 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도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가 보려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이 날은 배부르게 식사를 한 차라...

만약 다음에 수연산방을 재방문하게 된다면 그 땐 찻집 방문 전, 이 곳에서 밥을 먹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연산방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온 뒤 성북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면 됩니다.

 

 

버스는 1111번 지선버스로 성북구립미술관 정류장, 마을버스 성북03번을 타고 쌍다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금왕돈까스 매장이 보이는데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수연산방이 바로 나와요. 혹시라도 제 블로그를 보고 찾아갈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 수연산방 찾아가는 길 :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성북03 마을버스 환승, 쌍다리정류장 하차 후 금왕돈까스 맞은편

http://naver.me/xC6i1GDp

 

수연산방 : 네이버

방문자리뷰 492 · ★4.17 · 생방송오늘저녁 1412회

m.place.naver.com

2021. 8. 19 // by RYUNA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