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수원 사는 동생을 만나 같이 차 타고 방문했던 '토박이 밀양돼지국밥' 이라는 국밥 전문점입니다.
위치가 용인 신갈오거리 근방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은 상당히 애매한 곳이긴 한데
본인이 되게 좋아하는 곳이고 회사 사람들끼리도 몇 번 갔던 추천하는 곳이라고 하여 그 동생 차 타고 같이 따라가보게 되었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 음식인 '돼지국밥' 은 이제 서울에도 그 전문점이 어느정도 생겨나
그리 어렵지않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다만 서울에 올라온 돼지국밥은 부산처럼 '돼지국밥' 이라는 이름 대신
'부산 아지매 국밥' 이라는 체인이라든가 혹은 '수육국밥' 같은 이름으로 명칭을 약간 바꾸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이 곳은 부산, 경남 지역과 마찬가지로 '돼지국밥'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남권에선 당연하지만 수도권에선 좀 이례적.
식당이 꽤 넓은 편이고 한창 밥 시간때라 그런지 찾아온 손님들도 꽤 많은 편.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다보니 가족 단위 손님이라든가 혹은 연령대 높은 손님 비중이 꽤 높았습니다.
메뉴판이 아주 심플한데요, 식사 메뉴로 선지해장국과 돼지국밥 두 가지,
그리고 고기 메뉴로는 부추 수육과 함께 추천 메뉴인 '숯불등갈비' 가 있습니다.
돼지국밥과 숯불등갈비의 조화라... 뭔가 선뜻 상상이 안 가긴 하지만 맛있다고 하니 한 번 믿고 시켜보기로...
가격은 싼 편은 아니에요. 특히 돼지국밥 한 그릇 9,000원이라고 하면 수도권은 몰라도 경남권 분들께서 보면 조금 경악(...) 하실지도.
물수건과 함께 기본 식기 및 물컵 세팅.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 식사 전 물수건은 무조건 필수.
기본 찬으로 나오는 생야채는 풋고추와 오이, 당근, 슬라이스한 마늘 네 종류가 나옵니다.
김치와 깍두기는 큼직한 덩어리가 통째로 나와 가위로 직접 잘라먹으면 됩니다.
깍두기 무는 적당히 익은 맛. 김치는 갓 담근 겉절이.
돼지국밥집답게 부추무침이 함께 나옵니다. 경남지역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르면 더 친숙한 그것.
반찬으로 먹어도 되지만 돼지국밥에 많이 넣어먹곤 하지요.
살얼음이 살짝 올라가있는 동치미.
등갈비를 주문해서인지 양념장이 꽤 다양하게 나오는데요, 쌈장과 새우젓, 간장, 그리고 기름장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다만 새우젓은 등갈비랑 같이 먹는 건 아니고 돼지국밥 먹을 때 간을 맞추기 위한 것.
먼저 나온 돼지국밥(9,000원)
팔팔 끓는 상태로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돼지국밥은 토렴이 된 상태로 나옵니다.
토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따로 달라고 주문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양념장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에 양념장 들어간 국물을 원치 않을 땐 비비기 전 위에 뜬 양념장을 걷어내거나
혹은 주문할 때 빼 달라고 따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튼 적당히 잘 섞어서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부산에서 맛봤던 익숙한 돼지국밥에 비교하면 고명으로 들어있는 돼지고기가 조금 이질적인 느낌인데요,
큼직한 돼지고기가 숭덩숭덩 두껍게 썰어져 들어간 돼지국밥과 달리 차돌박이처럼 아주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돼지고기의 양은 넉넉한 편인데, 큼직한 고기가 아닌 얇게 썬 고기라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물이 되게 깔끔하네요. 깔끔하다고 해서 맛이 진하지 않고 밋밋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돼지국밥 같은 계열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중 특유의 돼지누린내가 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 국물에서는 그런 누린내라든가 잡내가 느껴지지 않아 국물은 진하면서도 뒷맛이 상당히 깔끔합니다.
돼지국밥이 진한 국물맛은 유지하면서 이렇게 깔끔할 수도 있구나 - 라는 점에서 아주 괜찮다고 느꼈던 맛.
얇게 썬 돼지고기 또한 부들부들하게 씹혀서 밥과 함께 씹으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것도 장점이었고요. 가격 좀 비싸지만 맛이 좋네요.
다만 좀 진하고 적당히 잡내도 있는 살짝 꼬리꼬리한(..?) 국밥 좋아하시는 분들은 취향에 안 맞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돼지국밥과 함께 주문한 숯불등갈비(1kg 38,000원)
등갈비는 전부 구워져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고기 불판에 담겨 제공됩니다.
등갈비를 들고 뜯어먹으라고 목장갑, 그리고 비닐장갑이 하나씩 나오는데요.
등갈비가 뜨겁기 때문에 비닐장갑 하나만 끼고 먹긴 쉽지 않으므로 목장갑을 먼저 낀 뒤 그 위에 비닐장갑을 이중으로 끼면 됩니다.
등갈비 주문시 서비스로 작은 뚝배기에 끓인 김치찌개가 함께 나옵니다.
좀 전에 나온 국밥 뚝배기와는 달리 고깃집에서 계란찜 주문할 때 나오는 그 뚝배기와 비슷한 크기.
김치찌개 안에도 돼지고기가 들어있는데, 김치도 꽤 뭉글뭉글하게 오래 끓여 국물 맛이 많이 진한 편이네요.
여기 김치찌개도 이 정도면 꽤 맛있는 편이라 이 정도면 김치찌개 단품으로 팔아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치찌개는 등갈비를 주문해야만 나오는 서비스 메뉴라 현재 따로 주문은 불가능합니다.
등갈비에 찍어먹는 양념은 두 가지.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등갈비는 뷔페라든가 아웃백 같은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립처럼
달콤하고 진한 소스를 바르지 않은 상태로 구워져 나옵니다.
다만 어느정도 기본간이 되어있어 간을 살짝 재운 돼지갈비 정도의 약한 단맛은 느껴집니다.
1kg이 사실 뼈 포함이라 양이 그렇게까지 많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뼈에 살이 많이 붙어있는 편입니다.
사실 뼈 없이 순수 살만 1kg수준으로 나오는 거라면 그 양이 말도 안 되게 많은 거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고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뼈를 발라내면서 먹으면 나눠먹기에 크게 부담스런 양은 안 나옵니다.
부분부분 뼈가 안 붙어있는 살코기도 있어 이런 건 편하게 젓가락으로 집어서 소스 찍어먹으면 되는데
알맞게 굽고 은은하게 달짝지근한 간도 잘 되어있어서 아주 맛있습니다. 숯불향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정말 맛있네요.
저렇게 장갑을 낀 채 손으로 들고 먹으면 편리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뼈 부분과 살이 서로 쉽게 분리되어 있어 먹는 데 따로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격은 좀 있어도 여기 등갈비 아주 맛있어요.
용인 신갈의 '토박이 밀양돼지국밥' - 추천받아 따라간 곳이었는데 돼지국밥도 등갈비도 아주 만족스럽게 잘 먹고올 수 있었습니다.
진하면서도 잡내 없이 깔끔하게 잘 잡은 국물맛이 좋아 돼지국밥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입문하기 좋은 국밥,
그리고 맛있게 잘 구워 살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 등갈비까지. 가격은 조금 있지만 꽤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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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 밀양돼지국밥 찾아가는 길 : 용인시 신갈오거리, 신갈고속시외버스 정류소 근방 위치
2020. 3. 28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