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꽤 재미있는 고깃집을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전진회관' 이라는 고깃집인데요,
일단 이 고깃집은 저희 같은 민간인들은 정상적으로 방문할 수 없는 곳입니다.
경기도 파주에 사단사령부가 있는 '대한민국 육군 제1군단 예하 제1보병사단, 전진부대' 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가게는 기본적으로 현역군인, 혹은 군무원 및 국방부 공무원, 장기복무 후 전역한 군인 및 군무원들만 이용 가능하지만
예외적으로 민간인이 허가를 받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역군인과 함께 동반하여 방문하는 것'

매장 입구에 '전진회관 이용대상' 에 대한 안내가 있어요.
아래 비고란을 보면 '민간인 동반은 각호의 해당하는 사람이 동반한 민간인만 가능' 이라고 써 있는데,
가깝게 지내는 모 동생이 지금 장교 복무중이라 이 동생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한 번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거든요.
현역장교 한 명, 그리고 저를 포함한 민간인 두 명, 이렇게 총 세 명이 사전 예약을 하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20년 전의 트라우마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전진부대 소개. 물론 저는 전진부대는 아니어도 어쨌든 파주에서 군 복무를 했었는데
하필 제가 복무했던 부대가 문산이라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대가 해체되어 사라졌지만요.

식당은 2층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계단 따라 올라오니 이렇게 복도가 있고 각 방마다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홀은 좌식 테이블, 그리고 입식 테이블이 섞여있었고요.

계단 옆 복도 중앙에 셀프 바가 있어 여기서 추가 밑반찬을 직접 가져다먹을 수 있습니다.
양파, 파채, 김치, 상추 등의 야채, 그리고 각종 양념장이 기본 비치되어 있는데, 뒤에 고기양념장 큰 병에 들은 건 군납제품(...)

벽에 붙어있는 전진회관 메뉴판.
고기메뉴는 상설메뉴, 예약메뉴 두 가지가 있는데, 상설은 생삼겹살과 대패삼겹살, 그리고 차돌박이만 주문 가능.
그 외에 한우, 소갈비살, 오리로스 등의 요리는 사전 주문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군인 상대로 하는 복지시설이라 고기 가격은 눈물날 정도로 싼데요, 생삼겹살 1인분 200g에 10,000원!
게다가 대패삼겹살은 7,500원이라 싸제(?) 바깥 고깃집의 절반 수준. 게다가 소주, 맥주도 단돈 2,500원이라 굉장히 저렴합니다.
다만 여기 위치가 워낙 대중교통 이용하기 힘든 외진데 있어 저희 다 자차를 끌고 왔기에 자연스럽게 소주, 맥주는 자동 패스.

테이블마다 네모난 앞접시, 물컵, 유리잔(술잔), 식기류가 종이테이블보 위에 기본 세팅되어 있어요.
양념장은 쌈장과 소금, 이렇게 두 가지가 종지에 담겨 인당 하나씩 나옵니다.

기본찬은 대충 이 정도. 여기 나오는 찬들은 전부 셀프 바에서 추가로 자유롭게 가져오는 것 가능.
기본찬은 직원이 직접 가져다주는데 군인 복지시설이라 여기서 서빙하는 직원들도 전부 현역 사병 군인들입니다. 젊은 남자애들.

고기소스에 절인 슬라이스 양파.

파절이.

쌈야채로는 적상추 한 가지.

무초절임쌈, 배추김치, 깻잎장아찌, 그리고 옥수수콘 샐러드는 네 공간으로 나눠진 전용 그릇에 담겨나옵니다.

불은 휴대용 가스렌지 사용하고요, 살짝 기울어진 불판이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이다와 콜라는 제로도 선택 가능. 특히 일반식당에서도 흔치 않은 칠성사이다 제로칼로리가 구비되어 있다는 게 살짝 놀랐음.
맥주, 소주만큼 싸진 않지만 탄산음료도 500ml 페트병 기준 1,500원이라 바깥에 비해 꽤 저렴한 편.

먼저 '차돌박이(200g 1인분 10,000원)' 2인분 주문.

불판 달구고 그 위에 차돌박이를 올려 가볍게 시작.

얇게 썰어낸 고기라 불판 위에서 금방 익기 때문에 생삼겹살 같은 두꺼운 고기 구워먹기 전 가볍게 시작하기 좋습니다.
적당히 익었을 때 재빨리 뒤집어준 뒤 새 고기도 부지런히 올려 구워줬습니다.

다 익은 고기는 접시에 따로 옮겨담아 식기 전 바로바로 건져먹으면 되고요.

기름이 적당히 올라 고소하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 첫 차돌박이는 소금만 살짝 찍어 고기향을 즐기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그 뒤로 양파, 마늘 등 듬뿍 넣어 쌈으로 싸서 입 안 가득 푸짐하게 한 번 즐겨주고요.

차돌박이에 이어 주문한 '생삼겹살(200g 1인분 10,000원)'
굵은 소금과 허브를 살짝 뿌려 도마에 받쳐 내어왔습니다. 두 덩어리가 200g 1인분 양.

차돌박이로 한 번 기름칠판 불판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이제부터는 천천히 굽기 시작합니다.

생삼겹살 올림과 동시에 슬라이스한 생마늘, 김치도 돼지기름 떨어지는 쪽에 함께 올려 굽기 시작했습니다.

생삼겹살 한 번 뒤집고...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주고...

놀놀하게 익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준 뒤...

파절이, 양파 등을 듬뿍 올려 쌈으로 한 번.

가볍게 소금만 찍어 고기만 한 점.
고기 무난하게 맛있는 삼겹살입니다. 막 엄청 놀라울 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생삼겹살 구운 맛.

돼지기름 듬뿍 머금은 구운 김치랑 곁들이는 게 진짜 킥.
고깃집 김치는 그냥 먹으면 그렇게 큰 감흥이 없는데 삼겹살 기름 머금은 채 노릇하게 구워지면 진짜 절제할 수 없는 맛으로 변모.
발효된 김치가 독특한 맛을 내는 것처럼 구운 고기, 특히 삼겹살과 결합하는 김치도 뭔가 신비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파절이 추가.

그리고 상추도 셀프 바로 직접 가서 넉넉하게 추가.

상설 주문 가능한 고기는 종류별로 다 먹어보자는 생각에 다음은 '대패삼겹살(1인 200g 7,500원)' 주문.

생삼겹살 구운 불판 위에 바로 올려 이어 굽기 시작.

차돌박이 못지않게 익는 속도가 빨라 이것도 금방 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깻잎장아찌에도 한 번 싸서 즐겨보고...

이렇게 파절이 듬뿍 올려 그걸 김처럼 싸서도 먹어보고, 여튼 이 쪽도 딱 기대할 수 있는 무난하게 맛있는 고기였어요.
여기 대패삼겹 가격이 200g 7,500원으로 유달리 저렴하기 때문에 잔뜩 시켜먹어도 크게 부담가지 않는다는 게 최고 강점일 듯.

고기가 약간 모자라다 싶어 생삼겹살 2인분 추가 주문.
김치도 그에 맞춰 거의 불판 위에 절반을 마늘과 함께 가득 올려놓고 함께 구웠습니다.

놀놀하게 잘 익혀서...

다시 한 번 김치와 함께 맛있게...!!

식사로 주문한 '된장찌개(3,500원)' 는 공기밥과 같이 나옵니다.
팽이버섯, 감자, 애호박, 양파 등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로 일반 고깃집 된장찌개에 비해 살짝 큰 뚝배기에 담겨나오는데요...

찌개 맛은 살짝 아쉬웠던... 건더기 듬뿍 들어가는 건 좋았는데, 두부도 좀 들어가고 좀 더 국물 진했으면 나았을거란 생각이 있네요.
뭐 그래도 고기 먹을 때 따끈한 국물로 곁들이기에 크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주문한 '비빔냉면(3,500원)'
맛뵈기 수준으로 양 적게 나오는 냉면이라 일반 냉면집 1인분의 약 2/3정도 되는 양.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초절임, 그리고 채썬 오이와 양념장, 참깨가 고명의 전부로 다소, 아니 꽤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검은 면발의 칡냉면인데, 외관상으론 살짝 부실해보여도 맛이 꽤 괜찮았음.
매콤달콤 양념장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라 딱 고기 먹고 난 뒤에 마무리로 후루룩 먹기 좋았습니다. 혹은 고기를 감아서 먹거나요.
고기 먹은 뒤 마무리로 먹는 냉면, 혹은 고기와 곁들여먹는 육쌈냉면처럼 즐기는 방식으론 제 역할 거뜬히 해내는 맛.

세 명이서 고기 종류별로 8인분 구워먹고 음료, 냉면, 된장찌개까지 곁들이니 거의 고기부페 다녀온것마냥 포만감이 엄청났는데요,
단품 고깃집에서 이렇게 고기 많이 시켜 배부르게 구워먹은 게 정말 오래간만이라 그 만족도 또한 상당했습니다.

아무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사실 '여기 한 번 가보세요' 라고 추천해주기 정말 난감한 군 복지시설 '전진회관'
저도 여기는 아니지만 군 복무시절 딱 한 번 이런 복지시설을 이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후 처음 접해본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아주 혹시라도 여길 방문할 기회를 잡으시는 분이 정말로 계신다면... 고기 배터지게 먹고 오시고
뭣보다 차 갖고가지 말고 시중의 반값 수준에 판매하는 주류도 원 없이 드시고 올 수 있길 바랍니다.
(전진회관은 상호명 등록이 되어있니 않은 곳이라 별도 지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포털 검색시 대략적인 정보는 찾을 수 있어요)
. . . . . .

PS : 문산 갔다 집 돌아온 뒤 새벽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인다는 양평의 벗고개터널을 처음으로 다녀왔는데요,
여기 실제 가서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별 떠있는 게 선명하게 잘 보이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사진으로는 이거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데 정말 실제로 가서 한 번 보셔야합니다. 진짜 꿈을 꾸고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2025. 12.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