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의 첫 여행, 1박 2일의 짧은 나홀로 부산
(2) 1952년 개업, 부산 최초의 밀면 내호냉면(부산 남구 우암동)
. . . . . .

처음 내려보는 2호선 지게골역.
일단 최종 목적지는 이 곳이 아니라 여기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지게골역 3번 출구로 나와 문현역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마을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마을버스 타는 정류장은 '곱창거리' 라는 이름의 곱창 가게들이 모여있는 거리 입구인데, 특이하게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한쪽에만 설치되어 있음. 내가 타야 하는 지도상의 버스 정류장은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따로 없고 이렇게 반대편 정류장에
'건너서 타세요' 라는 안내만 있는 게 전부. 정말 여기서 타는 게 맞나? 싶어 바로 길 건너 서 있었는데 신기하게 버스가 서더라.

어쨌든 여기서 남구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이동, '동항성당' 이라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마을버스 타자마자 꽤 험한 언덕을 왔다갔다 오가는데, 부산이 산 위에 만들어진 도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정류장을 떠나는 마을버스.
이 곳은 '부산 남구 우암동' 이라는 지역이다. 처음 와 보는 곳.

지하철도 닿지 않는 우암동까지 내려온 건 어떤 가게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는데, 이 가게가 버스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었음.
따로 찾고 말고 할 것도 없는게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가게가 바로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 '내호냉면'

TV조선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출연했다는 배너가 붙어있는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냉면 가게.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곳 내호냉면은 '부산에서 밀면이 처음 탄생한 곳' 이라고 한다.
SINCE 1919년, 즉 100년 넘은 가게라는 건데, 실제 내호냉면은 1952년 부산에서 개업한 70년 정도 된 가게다.
1919년이란 연도가 붙은 건 원래 함흥 내호리에서 '동춘면옥' 이란 이름으로 가게 문을 열었던 연도가 1919년이었는데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오면서 이 곳에 자리를 잡고 1952년에 냉면집을 다시 열면서 동춘면옥의 역사도 이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호냉면이란 상호명을 붙인 것도 동춘면옥이 있던 함흥 내호리 고향 이름을 딴 거라고 함.

가게 근처는 굉장히 낡은 분위기.
당장 무너져갈 것 같고 여기저기 셔터가 쳐 있는 폐건물처럼 보이지만 이 곳에서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

가게 출입문에 붙어있는 부적, 그리고 입춘대길 휘호.

2022년 백반기행 촬영을 하면서 남긴 허영만 화백의 친필 사인.
백반기행 프로그램과 별개로 이 가게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 에도 등장했던 집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방문한지라 손님은 거의 없었음.
테이블은 좌식, 입식 테이블이 반반 섞여있는 모습, 그리고 뒤에 보면 예전 백종원의 3대천왕에도 나온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맛있는 녀석들에서도 소개되었네.
이런 유명한 집을 왜 그동안 모르고 있었지...;;

실내는 그렇게 넓지 않았는데, 내가 앉은 홀 말고도 별도의 홀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거긴 가 보지 않아 모르겠음.

1대, 2대, 3대 사장의 얼굴.
1대 사장은 1919년 함흥에서 동춘면옥을 연 2대 창업주의 시어머니, 고 이영순 대표,
2대 사장은 1952년 우암동에서 내포냉면을 연 3대 사장의 시어머니, 고 정한금 대표,
그리고 오른쪽의 3대 사장은 현재 내포냉면의 주인인 이춘복 대표라고 한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만화가 허영만의 사인이 나란히 붙어있음.

테이블마다 태블릿PC가 설치되어 있어 그걸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여기는 냉면, 밀면을 동시에 취급하는데, 냉면이 밀면보다 좀 더 비싸다.

비빔밀면과 비빔냉면 가격.
특이하게 물밀면과 비빔밀면은 500원 가격차가 있는데, 물냉면과 비빔냉면은 가격차이가 없음.

백밀면이라는 메뉴도 있던데 이건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마 양념장을 넣지 않은 순수 밀면이 아닐까 싶음.

겨울 한정 메뉴로 온냉면이라는 것도 존재함. 잔치국수도 아니고 냉면을 뜨겁게 먹는다고?
뭔가 상당히 궁금하고 신경쓰이긴 했지만... 일단 난 밀면 먹으러 온 거니 이건 다음 기회에...

냉면사리, 밀면사리는 이렇게 따로 추가할 수 있고 사이드로 찐만두 존재. 여기까지가 내호냉면의 모든 메뉴들.

물밀면 하나 주문.

양은주전자에 따끈한 육수를 담아 내어준다.

살짝 얼큰한 향 감도는 냉면집 육수와 동일한 맛.
추운 겨울이라 뜨끈뜨끈하게 마시면서 여기까지 이동한 몸 녹이는 중.

반찬은 무절임 한 가지만 제공.

'물밀면(8,000원)' 도착.
냉면그릇에 면과 넉넉하게 넣은 양념장, 그리고 오이, 무생채 등의 고명이 얇게 썬 편육과 함께 제공된다.
양념장을 풀기 전, 국물만 살짝 맛을 봤는데 국물에 육향이 꽤 진함. 그리고 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한 편인데, 어...
이거 평양냉면 국물과 되게 비슷함.

일단 양념장을 국물에 골고루 풀어 잘 섞어 먹어보기로 한다.

면이 엄청 특이하게 매우 두꺼운 편인데, 면의 질감이 거의 쫄면에 가까운 느낌.
본래 밀면도 잔치국수와 달리 면발이 냉면마냥 쫄깃쫄깃한 편인데 이건 면이 굵어서인지 그 쫄깃한 식감이 더 극대화되었음.
다만 이로 끊어지지 않을만큼 아주 탱탱한 정도까진 아니라 먹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여태껏 먹었던 밀면과는 확실히 달랐다.
국물의 맛은 양념장을 풀어 조금 더 얼큰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밀면집에 비해 자극성이 덜함.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산 서면의 '춘하추동' 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굉장히 한약재맛이 진한 춘하추동의 국물과 달리
이 가게 국물은 상당히 마일드하다. 아까 말한 평양냉면 국물과 매우 흡사함. 양념장을 풀었는데도 자극적인 맛은 강하지 않았다.

얇게 썬 편육은 되게 야들야들하게 씹히는 게 식감이 매우 좋았고...

반 정도 먹었을 때 냉면 먹듯이 겨자를 살짝 풀어봤음. 좀 더 톡 쏘는 맛이 느껴져 이렇게 먹어도 좋더라.

계란 반 개도 함께 먹어주고...

깨끗하게 한 그릇 뚝딱.
여기 밀면 되게 만족스럽다. 양념장 풀고 겨자까지 넣은 시점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싶지만 국물이 되게 섬세한 맛임.
아마 이 국물에 양념장 안 넣고 밀면 대신 냉면 면발을 넣어 냉면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물의 자극적이지 않고 육향 가득한 맛이 평양냉면의 그것과 비슷하여 왜 밀면이 냉면에서 파생되어 나온
실향민들이 만든 음식인지 알 수 있었음. 이런 맛이기 때문에 밀면의 뿌리가 평양냉면이라고 하는 거구나... 충분히 이해가는 맛.

우암동 본점과 별개로 괴정 쪽에 내호냉면의 또 다른 매장이 있는데, 거긴 1호선 괴정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여기보다 접근성은 훨씬 좋은 편... 이긴 한데, 음식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고 역사를 소개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는 부분이 많아
거긴 내호냉면의 직영점이 아닌 완전 별개의 가게로 봐야할 것 같음. 일단 면발부터가 완전히 달라 같은 음식이라 볼 수 없을듯.
괴정 쪽의 매장을 가 보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를 못 하겠지만, 일단 여기 우암동 지점이 더 역사 있는 곳임에는 확실.
접근성이 나쁘긴 해도 지게골역에서 내리면 마을버스 환승 한 번으로 금방이니 여기를 가 보는 걸 더 추천한다.
. . . . . .

※ 내호냉면 찾아가는 길 : 부산광역시 남구 우암번영로26번길 17(우암동 189-671), 마을버스 남구03 동항성당 정류장 하차
네이버지도
내호냉면 본점
map.naver.com
2026. 2. 2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