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의 첫 여행, 1박 2일의 짧은 나홀로 부산
(7) 어둠의 부산, 하지만 이 곳엔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 영도 영선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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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천장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1호선으로 쭉 내려가 내게는 매우 익숙한 지하철역인 '남포역' 에서 내렸다.

남포역 6번 출구는 영도대교 바로 앞.
부산 영도로 넘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걸어서도 넘어갈 수 있고 목적지가 좀 더 멀다면 버스로 라면 된다.

이 도로를 '남파랑길 부산 03 코스' 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륙도에서 마산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로 부산역을 지나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를 한 바퀴 돈 뒤 영도대교로 빠져나오는 길.

어찌됐든 나는 남포역 6번 출구 앞 '영도대교' 정류장에서 버스 환승 기다리는 중.

여기 들어오는 버스는 전부 다 영도로 들어가긴 하지만, 내 목적지로 가는 버스는 이걸 타야 한다. 508번.

508번 버스로 환승 후 몇 정거장 이동, '영선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

영선아파트 정류장.

영선아파트 정류장은 바닷가 바로 옆에 맞닿아 있어 건물 너머로 남해바다가 펼쳐진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쪽이 서쪽 방향이라 이 곳에서 일몰을 보는 것도 가능.

그리고 일몰을 볼 수 있는 이 바닷가 마을은 '흰여울 문화마을' 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란민들의 삶이 담겨있는 마을로 지금은 문화마을공동체 흰여울문화마을로 자리잡게 된 장소.
흰여울길은 부산의 대표 원도심으로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흰여울길이란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2011년 12월, 이 곳의 폐가를 비롯한 빈 집들을 리모델링하며 지금은 문화예술마을로 다시 태어나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로 이렇게 석양의 밝은 빛이 비추고 있다.
바닷가 바로 옆에 자리잡은 해안가의 작은 마을.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참으로 낭만적이고 분위기있는, 감성 넘치는 장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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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긴 그렇게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장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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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 문화마을 맞은편, 작은 왕복 2차선 도로를 마주하며 자리잡은 노란 외벽의 낡은 아파트 한 채.
당장에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낡은 5층짜리 아파트.

구조안전 위험시설물로 분류되어 있어 거주자와 거주자 방문객 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는 위험한 건물이다.
아파트 단지 들어가는 입구에 이런 경고문이 세워져 있어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아니 경고 안내문이 없어도...

온통 낡고 깨져 있는,
그래서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으로도 함부로 이 곳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무서운 기운이 느껴지는 이 아파트의 정체는 뭘까?

'영선아파트'
부산 영도구 영선동 4가에 위치한 영선아파트는 1969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그 역사가 60년 가까이 되어가는 부산에서 다섯 번째로 오래 된 아파트라고 한다.
다만 모든 단지가 1969년에 지어진 것은 아니고 1969년, 1970년, 1975년,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사진에 보이는 노란 건물의 아파트는 1969년에 처음 지어진 영선아파트다.

1969년 영선아파트는 구조물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매우 위험한 상태의 건물로 총 24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단지였지만
현재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사실상 빈 아파트가 되어버린 곳.
하지만 이 곳에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다.
현재 약 3집 정도가 남아 아직도 이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낡은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여기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조금 더 놀라웠다.

당연히 사람이 살지 않는 동은 이렇게 출입구부터가 아예 들어갈 수 없게 막혀 있었고
들어갈 수 있는 작게 나 있는 쪽문조차 쓰레기가 쌓여 있어 사실상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니 들어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나마 사는 사람이 있어보이는 출입구는 이렇게 개방되어 있다.

아마도 이 라인엔 딱 한 집만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딱 한 집의 전력량계만이 남아 돌아가고 있었음.

바깥에서 들여다볼 순 있지만, 외부인이 안으로 들어가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는 살벌한 경고문이 붙어있어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바깥 계단에서 최대한 줌을 땡겨 보이는 모습만 한 컷.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있지만, 이 낡은 건물에서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다른 영상, 뉴스에 나온 걸 찾아보니 여기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복도가 이어져있는 것 같은데, 아파트가 복도식 아파트인 것일까?
좌우로 이어진 복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럼 저기 보이는 저 문 안쪽의 시설은 무엇일까? 화장실 같기도 하고...
옛날 내가 살던 동네에 아주 오래된 70년대 지어진 시영아파트가 하나 있었는데, 거긴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각 집에 화장실이 없어 한 층마다 공용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두 집마다 하나씩 공용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만 했었음.
아마 이 아파트도 이렇게 중앙에 화장실이 있어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닐 수도 있고...
어짜피 지금 보이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 몰래 구경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곳엔 아직 사는 사람이 남아있다.
궁금증이 너무나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참고 들어가진 않는다.

건물 밖으로 나와 단지 뒷쪽으로 이동해보았다.
뒤에도 몇 동의 건물이 언덕을 따라 위태롭게 세워져 있었는데...

햇빛이 들지 않는 아파트 뒤의 모습은 앞에서 보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더 참혹했다...

벽은 온통 얼룩덜룩 색이 바래있었고 낡은 창틀은 전부 찌그러지고 뒤틀려 있는 모습이
마치 북한에서 부실공사로 지어 창틀이 다 제각각인 엉성한 건물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차이점이라면 북한의 건물은 부실+날림공사로 급히 지은 문제지만, 여기는 60년의 세월을 거치며 뒤틀리고 무너진 것의 차이.

사람의 인기척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온기 또한 없다.
저 안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한데,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리고 간 물건들로 폐허가 되어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놀이터도 지금은 풀만 무성하게 자라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질 정도.
그나마 그네 있는 쪽은 걸어서라도 갈 수 있지, 그 너머 정글짐 있는 쪽은 죽은 풀에 뒤덮여 접근하는 거조차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낡고 녹슬어있는 모습.

몇몇 집은 창문도 깨져 있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창문은 깨져 있고 그 안에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어둠.
저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쩌면 저기 사람은 없어도 길고양이, 혹은 들개들이 들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섬뜩하다는 감정과 함께 한편으로는 호기심, 이 건물을 바라보는 기분은 여러 가지 감정이 겹쳐 복잡하기만 하다.

언덕 위에 위태위태하게 세워진 아파트 외벽 일부는 이미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이 아파트가 안전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여기에 남아 살고 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저마다의 사정이란 게 있을테니 왜 그런지에 대해선 굳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기로 한다.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바다 위 언덕과 바로 맞닿아있어 이 아파트에서 아름다운 바다 내려다보긴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파트에 한창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옛날엔 여기도 뷰가 좋은 활기찬 분위기의 보금자리였겠지.

낡은 아파트 앞으로 아스팔트 도로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모습이 언밸런스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언제 문을 닫았을지 그 시기도 알 수 없는 이발소.
마치 사건이라도 일어난 것 같지만 그냥 낡은 건물이라 출입을 못 하게 하기 위해 저렇게 막아놓은 것 뿐이다.

아파트는 극도로 낡았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영도 앞바다의 풍경만큼은 진짜였다.
매일 바라보는 바다에 질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소 일상에서 쉽게 바다를 보지 못하는 나로선 이런 풍경이 늘 새롭게 다가온다.

아파트에 가려져 그렇지, 이 곳에 세워진 다른 주택들도 낡고 시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
멀리 보이는 남항대교 너머의 고층 주거단지,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와 너무나도 비교되는 부분.
영도에 위치한 행정구역, 영도구는 한때 21만이 넘을 정도로 인구가 많았던 최전성기 시절이 존재했고
이 인구는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오고 있었으나 이후 고령화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어 급격한 속도로 인구가 감소,
현재는 전성기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10만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인구만이 이 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인구감소 속도가 굉장히 빠른 부산에서도 가장 심각한 인구감소를 보여주는 지역으로 뉴타운 개발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급격한 인구감소가 진행, 조만간 10만선도 붕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태종대라는 영도의 대표 관광지과 함께 최근엔 오션뷰 대형 카페도 여럿 생기며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지만, 관광에 국한되었을 뿐, 주민들은 계속 빠져나가는 노후화되고 쇠락하는 도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곳.

바다의 모습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일자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고
낡고 비어있는 도시를 지키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살아 고향을 떠날 수 없는 나이 든 사람들 뿐이라는 게 너무나 야속할 뿐이다.
여길 떠나는 사람들도 이 마을이 싫어 떠나는 건 아니겠지.
살기 위해서, 일자리를 위해서 살아 왔던 눈물을 머금고 살아 왔던 익숙한 고향을 등지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 아닐까.

앞서 영선아파트는 1969년 지어진 동 말고도 1970년, 1975년에 지어진 동이 더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1969년 지어진 폐건물 왼편으로 조금 더 언덕 따라 올라가면 나중에 지어진 동들이 이어져 있다.

물론 여기도 만만치않게 낡아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이 곳은 아파트 외벽의 도색도 다르고 아직 사람 사는 집들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는 것.
폐건물이 되어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을씨년스런 1969년 1차 아파트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물론 낡은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입구에서 본 무너져가는 아파트의 쓸쓸하다못해 무서운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영선어린이집은 간판을 보면 이미 옛날에 폐업한 것 같지만,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영선아파트 단지 제일 뒷편에 위치해있는 이 곳은 소멸해가는 도시 속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희망과도 같은 곳 아닐까...

언젠가 이 아파트도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앞의 아파트와 같이 폐허로 변하겠지만, 그 시기는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다.
바다의 햇빛도 더 잘 들어오는 곳이라 앞의 단지에서 느꼈던 그늘지고 어두운 기분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바다로 이어지는 낡은 언덕길.
부산은 산이 많다. 그래서 다른 동네보다도 언덕 지형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영도청년회의소.

서서히 떨어지는 서쪽의 해를 보며
한 때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저마다 여러 방식의 삶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던...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 적막한 폐허만 남아있는, 마치 인구소멸로 늙어가는 부산의 현 모습을 비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영선아파트 단지를 뒤로 한 채 맞은편 흰여울 문화마을로 내려가본다.
= Continue =
2026. 3. 2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