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의 또 다른 시작점을 만나고 온 2박3일 중국 다롄(大连)여행
(10) 3년만에 다시 맛보는 '진짜 평양냉면과 북한맥주', 청류랭면관(淸流冷面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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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현재, 남북관계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정책에 의해 거의 파탄 수준으로 굉장히 험악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운영하는 북한식당에서는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데, 이는 북한 식당이 많은 단둥에서도 마찬가지인지라
단둥 시내에서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으로 들어가면 '한국인은 봉사하지 않습니다' 라며 매몰차게 쫓아낸다고 한다.
(간혹 북한의 정책이 그래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하게 말하는 직원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상당히 쌀쌀맞게 응대한다고 함)
음식 갖고 좀 야속하게 왜 그러냐 싶을 수도 있지만, 나름 이해가 가는 게 그 사람들이라고 진심으로 그러진 않을 거라 생각함.
그냥 국가에서 한국인 손님을 받지 말라 한 거고 그걸 지키지 않았다면 본인들의 신변에 진짜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
뭐 어쨌든 현재 단둥에서 북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북한 식당을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혹 기대한다면 포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단둥에 단 두 곳, '한국인도 문제없이 북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이 있다.
북한 식당에서는 한국인 손님을 안 받는다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데? 그 답은 '조선족' 에 있다.
단둥에 단 두 곳, 북한 사람이 아닌 조선족이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당' 이 있다. 조선족은 엄밀히 말하면 북한인이 아닌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국인을 마다할 이유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두 곳을 이번에 전부 가 볼 예정이다.
먼저 첫 번째 가게는 '청류랭면관(淸流冷面館)', 한글로 '청류관' 이라 써 있는 식당이다. 고려거리 다니다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음.
이 가게는 한때 리모델링 공사를 꽤 오래 진행했다는데, 내가 갔을 땐 막 리모델링을 끝내 간판도 새로 단 상태였음.

한국인들이 북한식당에 호기심을 가지는 99%의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여기서는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그 '평양냉면' 을 메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대한민국의 평양냉면이 아닌 독자적으로 개량되어 2026년 현재 북한에서 만들어먹는 방식의 냉면,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한민국 공연단이 북한을 가서 직접 먹었던 그 '진짜 평양냉면' 말이다.

사실 이 가게를 문 열기 전 조금 일찍 왔었는데 사장님이 '냉면 먹으러 오셨습니까?' 라고 한국어로 물어보길래
(사장님이 중국인이 아닌 조선족이었음) 그렇다고 하니 아직 문 열려면 조금 남았으니 압록강 구경 좀 하다 다시 오시라고 해서
그렇게 따랐다. 압록강변 가서 구경 충분히 돌아보고 오픈한 이후 다시 느긋하게 돌아오니 구경 잘 하셨냐며 들어오라고 하더라.
가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냥 동네 하나쯤 있을법한 한 칸짜리 조그마한 백반집 같은 느낌?
그리고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았음.
조선족 사장님은 우리와 똑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서로간의 의사소통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
다만 조선족이라 억양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알아듣는 데 전혀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말하다보니 내가 그 억양 따라가게 되더라...;;

벽에는 음식 사진과 함께 가격이 적혀있는데, 전반적으로 한국인 기준 이게 맞나? 싶을정도로 가격이 진짜 저렴하다.
특히 평양냉면 가격은 겨우 16위안밖에 하지 않는데 우리 돈으로 당시 기준 대략 3,500원 정도밖에 안 하는 가격.

대한민국의 현재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이 15,000원 언저리인 걸 감안하면 거의 1/5 수준의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여기도 나름대로 원가가 있고 중국 물가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하지? 싶은 큰 의문이 들더라.
심지어 냉면만 저렴한 게 아니라 다른 요리들도 상당히 쌌음. 그나마 좀 비싸다 싶은 철판소불고기 같은 것만 58위안 정도.

술과 음료는 냉장고에 진열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갈아만든 배, 봉봉 같은 한국산 캔음료부터 시작해서 중국판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같은 탄산, 중국의 차도 있었고...

맥주는 놀랍게도(당연하겠지만) 중국의 맥주 없이 북한 맥주가 있었다!
평양맥주, 봉학맥주,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렇게 꼭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 '대동강 맥주' 까지.
여기의 대동강맥주는 1번 맥주로 예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먹었던 2번 맥주와는 다른 시리즈의 맥주임. 둘 다 대동강 시리즈는 맞다.

그리고 처음 보는 맥주가 있었는데, '룡성맥주' 라는 것이 있었다.
이건 아까 전 북한 상품 파는 마트에서도 보지 못한건데, 어짜피 대동강맥주는 나중에 사 갈거니 이거 한 번 먹어보자 싶어
일단 한 병 주문했다. 아마 가격은 25위안인가 했던 것 같음. 냉면보다 더 비싼 맥주라니, 기분이 되게 아이러니함.

테이블에는 나무젓가락과 함께 간장, 식초통이 기본 비치되어 있었다.

룡성맥주 도착.
사장님 말로는 룡성맥주는 북한 맥주가 맞고 평양시 룡성구역 룡성공장에서 생산한 맥주라고 한다.
북한에서 일반 인민들과 노동자들은 주로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당 고위 간부들은 룡성맥주를 즐겨 마신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
특히 고위층들의 연회, 혹은 외국인 귀빈을 대접할 때 이 맥주가 나온다고 함.

알콜 도수는 4.7도. 용량은 640ml로 칭다오 큰 병 맥주 크기.
글씨체라든가 모든 게 북한에서 보는 그런 거라 이걸 눈앞에 두고 있으니 기분이 되게 묘해졌다.

중국 수출판인지 중국어로 써 있긴 하지만, 선명하게 아래 인쇄되어 있는 '메이드 인 DPR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맥주 뚜껑에도 이렇게 스티커로 봉인지가 붙어있었음.
여튼 대동강 맥주는 예전에 한 번 마셔봤지만 이 맥주는 처음 마시는 거라 되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뚜껑을 땄다.

맥주는 아주 선명한 황금색.
거품이 꽤 올라오긴 했지만 금방 가라앉더라. 그리고 중요한 맛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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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잖아...? 것도 엄청나게!!
3년 전, 하노이 고려식당에서 대동강맥주 처음 마셨을 때 느낌은 '오, 맛있긴 한데 막 엄청 기대한만큼은 아니다' 였다면
이 맥주는 좀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아니 이게 다른 해외 맥주라 해도 놀랄 맛인데, 이런 맥주를 북한에서 생산한다고...?
입안 가득 차오르는 굉장히 농후하고 진한 맛, 거기에 은은하게 남는 단맛이 엄청 좋았음.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시큼한 향이 있다고 하는데 보관 문제였던 걸까? 내 맥주에선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졌다.
와, 진짜 꽤 멋진 경험이었다.

냉면과 함께 주문한 '인조고기밥(20위안)'
인조고기밥은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뭉쳐만든 대두단백을 가공하여 만든 '인조고기' 라는 식재료를 밥에 싼 뒤
별도의 다대기 같은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먹는 음식으로 인공적으로 만든 고기라는 뜻의 '인조고기' 란 명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꽤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냉면과 함께 곁들여먹으면 좋을 것 같아 함께 주문해보았다.

양념장은 약간 우리나라의 음식과 비교하면 국밥집에 나오는 다대기...와 비슷함.
고추장처럼 맛이 세지 않되 매콤하고 간이 그렇게 보기보다 강한 편이 아니다.

유부초밥처럼 생긴 인조고기밥이 총 10개가 담겨나오는데, 그 안에는 흰쌀밥이 들어있다.
얇게 편 만두피 같은 인조고기 안에 흰쌀밥을 넣고 둘둘 말아 만든 음식. 약간 밥에 김 싸먹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됨.

이렇게 양념장을 밥 위에 얹어먹으면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맛있다.
저 인조고기는 뭐라 비유할만한 음식이 없는데 마라탕집의 건두부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유부와도 다른 식감임.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마라탕집의 푸주, 그걸 아주 얇게 펴서 밥 넣고 돌돌 말으면 저것과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여튼 이래뵈도 호불호는 생각보다 갈리지 않고 그냥 뭐랄까... 무한정 들어가도 부담없을 법한 그런 맛이라 꽤 매력적이었음.
엄청난 한 방이 있는 맛은 아니지만, 메인요리 먹을 때 사이드로 곁들이기 좋은 맛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평양냉면(16위안)'
지난 하노이 고려식당 이후 3년만의 냉면이다. 심지어 거기선 쟁반냉면을 먹었기 때문에 제대로 냉면대접에 담겨나오는 냉면은
여기서 먹는 것이 처음. 이게 현재 북한에서 먹는 2026년의 북한식 '평양냉면' 이라는 것이다.

고명이 정말 정성스럽게 올라감.
면 위에 무채와 함께 아까 인조고기밥에 올라갔던 양념장과 비슷한 양념장, 그리고 편육, 닭고기, 채썬 오이, 계란지단까지.

위에 있는 편육을 걷어내면 그 아래 양념장이 상당히 두껍게, 거의 비빔냉면 수준으로 얹어진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평양냉면에 이렇게 양념장을 넣어먹는다고? 하며 기겁할 수도 있는데, 국물에 섞이는 게 싫으면 이걸 따로 미리 건져낼 것.

그 아래 면이 있는데, 면은 일반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하얀 메밀면이 아닌 칡냉면에 가까울 정도의 새까만 면.
면 굵기가 일반적인 냉면에 비해 다소 두꺼운 편이고 또 식감이 칡냉면과 동일한 수준으로 매우 찔깃찔깃하다.
여러모로 대한민국에서 현재 팔리는 평양냉면과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거의 대척점에 선 수준으로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다른 냉면.
나는 양념장을 전부 푼 뒤 먹어보기로 했는데, 양념장을 풀기 전 기본 국물은 따로 맛을 보아야 할 것 같아 살짝 들이켜 봄.
국물은 살얼음 낄 정도로 차갑게 식힌 게 아닌 적당히 식힌 국물, 아주 차갑거나 그러진 않아 마시는 데 부담은 없다.
그리고 동치미 육수의 새콤함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고기향이 진함. 그런데 이 고기향이 은은하다기보단 꽤 자극적인 고기향인데
이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약간 그런 느낌이 나더라고. 쇠고기 다시다 같은 거 풀어낸 국물.
...진짜 먹고싶다는 의욕 떨어지게 만드는 비유지만 솔직한 인상이 그랬다. 근데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님.
되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평양냉면의 모습과 너무나도 차이가 큰, 대한민국에선 맛보기 힘든 낯선 냉면이라는 뜻이다.

양념장을 풀면 국물이 이렇게 새빨개지는데, 이 정도 국물이면 사실상 평양냉면이 아닌 것 같음...ㅋㅋ
근데 일단 이런 빨간 양념장, 그리고 양념장 풀기 전의 국물 맛은 하노이 고려식당에서 먹은 것과 완전 동일했기 때문에
'이 냉면이 현재 북한의 평양냉면이 맞다' 라는 검증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았다.

면발은 거의 칡냉면 수준으로 굉장히 쫄깃함이 강하고 탱탱한 맛.
대한민국에선 메밀 함량을 높여 찔깃하기보단 툭툭 끊어지는 순메밀면을 더 고급으로 치는데 그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리고 고기 고명 인심이 너무 좋음.
편육은 말할 것도 없고 큼직하게 찢어 썬 닭고기 고명이 꽤 올라가는데, 3천원대 냉면에 이런 고명이 가당키나 한가 싶을만큼
고명 인심이 좋아 먹는 내내 고명 건져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예전 북한에서 평양냉면 먹는 거 보면 국물에 겨자 풀고, 면에다 식초 부어서 먹는 거 본 적 있잖아.
나도 함께 나온 겨자, 그리고 식초를 같은 방식으로 풀어보기로 했음.
식초는 국물에 직접 풀면 안 되고 면발을 들어서 그 위에 조금씩 취향껏 부어 면발 안에 식초가 스며들게끔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게 정답이었음.
이 냉면은 그냥 먹는 것보다 '겨자 풀고 면발에 식초를 살짝 부어야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딘가 조금 부족한데 싶은 맛을 우리가 고깃집 냉면 먹을 때 당연하듯 넣는 겨자, 그리고 식초가 완성을 해 주었어.
아니 진짜 살짝 톡 쏘는 맛이 추가되니 처음엔 너무 한쪽으로 맛이 쏠려있어 이게 뭐지 싶었던 맛 밸런스가 잡히고 맛있어지더라.

편육 올라간 건 두께는 얇지만 되게 맛있었고...

맥주가 640ml나 되니 작은 컵에 담아서 연실 들이키며 냉면 한 입, 인조고기 한 조각, 맥주 한 모금 번갈아가며
매우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진짜 이 세 가지 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꼈음.
내가 대한민국에서 먹는 북한음식이 아닌 진짜 접경지대에서 진짜 북한 사람들이 먹는 북한음식을 맛봤다는 신기한 기분도 함께.

면은 툭툭 끊어지는 하얀 메밀면이 아닌 새까맣고 찔깃찔깃한 면,
푸짐한 고명 위 새빨간 양념다대기 한 숟가락이 꾹꾹 눌러 얹어져 있고,
국물의 은은한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게 아닌 겨자, 그리고 면발에 식초를 톡톡도 아니고 주르륵 부어야 완성되는 평양냉면.
...대한민국의 평양냉면 매니아들이 보면 기겁하고 열이 뻗쳐서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게 2026년 현재, 북한에서 먹는 진짜 평양냉면 맛이다. 하노이 북한식당인 고려식당에서 먹은 것과 여기서 먹은 것이
담겨나오는 모습 등의 세밀한 건 다를지언정 기본적인 베이스는 똑같았음. 두 냉면 다 맛이 비슷했으니 이 냉면이 진짜가 맞다.
아마 처음부터 평양냉면이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전의 평양냉면은 지금 대한민국의 그 슴슴한 평양냉면이 맞겠지.
다만 분단으로 서로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에선 그 슴슴한 평양냉면이 자체적으로 변형되어가면서 지금 모습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여튼 대한민국의 그 평양냉면을 기대하고 먹는다면 경악할 만한 맛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굉장히 유니크한,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맛이 있기 때문에 이건 진짜 많은 사람들이 한 번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그게 입맛에 맞든, 맞지 않든간에 '현재 북한에서는 이걸 평양냉면이라고 한다' 를 체험하는 건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조선족 주인아저씨도 친절하셨고, 개인적으로는 크게 만족하고 나올 수 있었다.
인조고기밥, 룡성맥주는 다시 먹고 싶을만큼 정말로 맛있었고 평양냉면은 일단 나는 좋았는데, 사실 맛보다도
'이게 진짜 맞을까?' 고민했던 현재 평양냉면의 모습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던 경험이라 그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 되었다.
= Continue =
2026. 6. 20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