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이 포근해지지 않았던 2월의 어느 비 오는 추운 주말.
원래 가려고 했던 가게가 하필 정기휴일인 바람에 어떻게 해야하나 살짝 당황하던 차,
같이 간 친구 한 명이 '여기 괜찮더라' 하고 추천해줘서 찾아간 '주택가' 라는 요리주점입니다.
지하철 2,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잠실새내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골목가 안에 뜬금없이(?) 자리하고 있는 가게로
그야말로 '주택가 안에 주택가가 있다' 라는 농담이 나올 만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작년 10월, 방송에도 한 번 나온 적 있었군요...ㅋㅋ
여튼 이 곳은 각종 퓨전요리와 함께 술을 즐길 수 있는 퓨전 요리 주점이라고 합니다.
주택가의 '주' 는 '술 주(酒)'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살짝 정육점(?) 분위기가 풍기는 외관.
정말 골목 안에 숨어있는 가게라고밖에 안 보이는 독특한 외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실내는 약간의 힙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다행히 시끄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들어갈 땐 매장 내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이내 손님들로 차는 걸 보니 꽤 인기 있는 가게인 것 같았어요.
메뉴판을 한 컷.
퓨전 요리 주점답게 메뉴들이 좋게 말하면 다양하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일관성이 없는 듯 한데요(?!)
왼쪽 위 시그니처 중 치즈 새우 퐁듀요리인 '퐁당새우' 가 주점의 대표 메뉴라고 합니다.
토마토 닭볶음탕이라든가 삼계 리조또 등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요리 메뉴들이 있습니다.
물컵과 함께 앞접시, 그리고 기본 식기 세팅.
요리를 주문하기 전, 식전 메뉴로 크루통과 후추를 뿌린 수프가 제공됩니다.
수프와 함께 식전빵 개념으로 한 입 크기로 자른 모닝빵 한 그릇이 함께 제공.
메뉴판을 보면 '바게트빵 추가' 라는 메뉴가 있는데, 그와 별개로 기본 모닝빵은 리필이 가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찬으로는 오이피클 한 가지가 제공되네요.
모닝빵은 요리가 나오기 전, 한 조각씩 수프에 찍어먹으면 되는데
따끈따끈한 수프에 퐁듀처럼 푹 담가먹는 보드라운 모닝빵이 식전 입맛을 돋궈주는 느낌. 별 것 아닌데도 맛있네요.
오늘의 술은 두꺼비진로가 함께 합니다.
소주 한 병 가격은 4,500원으로 평균 식당 가격보다 500원 높습니다.
반가운 사람들끼리 기분 좋게 짠~
첫 번째 요리인 주택가 시그니처 메뉴, '퐁당새우(26,000원)' 도착.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새우가 담긴 팬을 올려놓은 뒤 토치로 새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파이어~~!!!
잠깐 동안이었지만 매우 강렬했던 퐁당새우 불쇼.
타코야키 틀처럼 여러 칸으로 나뉘어진 동글동글한 틀 안에 새우가 한 마리씩 들어있고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치즈를 듬뿍 뿌려 덮은 뒤
가스렌지 불과 토치로 치즈를 굽고 녹이면 토치에 닿은 표면이 노릇노릇해지면서 치즈가 녹아드는데요,
치즈가 다 녹아들면 새우에 치즈를 듬뿍 묻혀 젓가락으로 하나씩 건져 먹으면 됩니다.
칵테일 새우보다는 좀 더 큰 새우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새우를 하나씩 젓가락으로 집어 건져먹으면 되는데요,
틀 표면에 붙어있는 치즈를 듬뿍 묻혀 건져내면 더 좋습니다. 부들부들하게 치즈가 소스처럼 녹아들어 있거든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맛이라곤 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좋네요.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새우의 식감, 거기에 체다치즈의 고소한 풍미와 모짜렐라 치즈의 쭉쭉 늘어나는 식감.
진한 치즈새우의 맛이 맥주 안주로도 잘 어울리고 소주 안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술안주라기보다는 하나의 단품 요리라고 해도 손색없던 맛.
새우를 건져먹고 난 뒤 남은 치즈는 이렇게 모닝빵을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모닝빵에 치즈를 코팅하듯 한 바퀴 두른 뒤 먹으면 아주 진한 치즈의 풍미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양이 많지 않은 편이라 배 채우는 목적으로 먹는 게 아닌
식사를 한 이후, 혹은 다른 식사메뉴를 시킨 뒤 술안주 개념으로 천천히 즐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식전 모닝빵, 그리고 수프가 서비스로 제공되니 그걸 먹으면서 배를 어느 정도 채워가며 먹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요리라 조금 반신반의했는데 개인적으로 꽤 맛있게 먹어보았습니다.
그래, 이런 걸 잘 아는 친구가 있어 그 덕에 나도 먹어보는거지 제가 혼자였다면 요리, 아니 가게 존재 자체도 몰랐을 듯...ㅡㅜ
퐁당새우 다음으로 주문한 퓨전 요리는 '토마토 닭볶음탕(26,000원)'
고춧가루 푼 얼큰한 국물이 아닌 토마토와 치즈를 넣고 끓인 양식 느낌의 퓨전 닭볶음탕입니다.
면사리는 닭볶음탕 주문시 기본으로 들어있는데요, 특이하게 라면, 우동이 아닌 스파게티 면을 사용.
토마토를 넣고 끓인 닭볶음탕이라 약간 토마토 스파게티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한 게 아닐까 싶은...
재료들을 국물과 함께 섞어 팔팔 끓인 뒤 다 익으면
스파게티면과 감자, 그리고 닭고기를 취향껏 국자로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됩니다.
국물의 베이스가 다르고 스파게티면이 들어간다는 것 이외에 닭고기와 야채 등은 일반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네요.
국물에 담갔다 건져먹는 스파게티면은 새콤한 맛이 덜한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는 느낌.
몽글몽글하게 끓인 토마토 국물에 담근 닭고기는 꽤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닭볶음탕이라기보다는 뭐랄까... 푹 끓인 스튜에서 닭고기를 건져먹는 듯한 느낌. 당연하겠지만 매운맛은 전혀 없고요.
한국식 닭도리탕(닭볶음탕), 거기에 유럽풍의 국물 요리를 퓨전으로 조합한 듯한 꽤 재미있는 요리였어요.
맵지 않지만 그렇다고 토마토 국물 때문에 지나치게 새콤하거나 하지도 않은 적당히 알맞은 국물.
다만 이 요리는 국물과 닭만 따로 즐기거나 혹은 빵과 같이 먹을 때 어울리지 밥에 어울리는 국물은 아닌 듯 합니다.
닭고기살은 어느 국물에 들어가든 다 맛있는 법이군요.
큰 냄비에 꽤 많은 양이 담겨져 나와 3~4인이 하나 시켜 나눠먹기 좋았던 국물 요리.
토마토 닭볶음탕은 신기하면서도 또 너무 생소하진 않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국물 요리와 함께 들어간 술이 많아지다보니 내 안의 한국인 유전자가 슬슬 얼큰한 걸 내 달라고 요구하더군요ㅋㅋ
식전빵이 있긴 했지만 밥류를 먹지 못해 고기 먹고 난 뒤 밥이나 면 생각나는 것처럼 마무리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마지막 입가심으로 주문한 '해물 라면(5,000원)'
홍합을 비롯한 각종 조개류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라면은 딱 1인분 분량.
다만 앞서 이런저런 요리들을 먹었기 때문에 가볍게 맛 보는 정도로 나눠먹었습니다.
얼큰함을 강조한 해물 라면이라 그런지 계란은 따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인스턴트 스프 분말과 함께 국물도 어느정도 직접 만드는 듯.
적당히 얼큰하고 조개류의 개운함이 느껴지는 국물이 마무리로 먹기 좋았던 해물라면.
원래 가려 했던 가게가 문을 닫지 않았더라면 존재 자체도 몰랐을 골목 안 '주택가(酒)'
덕택에 진눈깨비 내리는 추운 날, 따뜻하고 재미있는 퓨전 요리를 즐길 수 있어 마음도 함께 따뜻해졌습니다.
이 날, 하루종일 겨울비가 꽤 세차게 내렸는데 기온이 내려가면서 비가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 겨울, 수도권엔 정말 눈이 많이 왔지요. 이제 이 눈도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진 잠시 바이바이.
※ 주택가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 9호선 종합운동장역 9번출구 하차, 잠실새내역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목 내 위치
2021. 3. 2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