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동진시장 근처의 일본식 카레 전문점 '히메지(姫路)'
일본 효고현 남부에 위치한 히메지 성으로 유명한 도시 '히메지' 의 이름을 따서 개업한 이 곳은
기본에 충실한 일본 가정식의 느낌을 맛볼 수 있는 카레 전문점으로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가게입니다.
소박한 가게 외관의 모습에 끌려 매번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어째 기회가 닿지 않아 한참 못 가고 있다
이제서야 첫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나마도 지난 연교(ryunan9903.tistory.com/837) 방문 때 작정하고 찾아가니
하필 매장 사정으로 인한 조기 영업 종료로 한 번 퇴짜를 맞은 뒤(?) 두 번째 시도만에 겨우 성공...^^;;
매장 출입문 왼편에 붙어있는 각종 그림과 사진들.
어쩌면 이런 분위기도 연남동, 홍대 일대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를 것들.
잘 보면 카레 포장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게의 대표 카레들 사진을 작게 그려놓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매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 특이하게 다다미방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외관도 그렇지만 실내 분위기까지 마치 한국이 아닌 일본 식당을 찾아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참고로 앞쪽에 놓인 의자 옆에도 테이블이 있습니다. 책장 바로 왼쪽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한 컷.
카레 전문점이기 때문에 대표 메뉴는 당연히 카레라이스. 그리고 카레우동도 함께 취급하고 있습니다.
카레라이스는 일반 카레와 돈까스카레 두 가지가 있으며 곱배기 주문시 1,500원이 추가됩니다.
그 외에도 우동과 함께 연두부, 마, 새우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 그리고 맥주도 함께 마실 수 있고요.
벽에 걸려있는 벽걸이 선풍기까지 레트로한 분위기 물씬.
복작복작한 가게 밖 연남동 길거리의 분위기와 완전히 차단된 듯한 차분한 실내.
테이블에는 물병과 물컵, 티슈와 함께 식기류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물병과 물컵도 일본에서 공수한 걸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과 식기류를 세팅한 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홀 테이블 바로 왼편의 벽에 주방과 연결되는 창문이 있어 그 쪽을 통해 음식이 서빙됩니다.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쟁반째 받아 자리에 가져다놓고 먹는 방식.
함께 간 일행이 주문한 '기본 카레라이스 곱배기(7,000원)'
곱배기답게 밥은 물론 카레 양이 상당한 편인데요, 저게 넓은 접시가 아닌 움푹 패인 그릇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대략적으로 카레 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충분히 가늠이 가실 듯.
아비꼬 카레처럼 카레나 밥이 리필되는 건 아니지만, 곱배기로 주문시 양이 넉넉하게 나오기 때문에
양 많은 분들은 처음부터 곱배기 주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보통과 곱배기의 양 차이가 꽤 큰 편입니다.
이 역시 함께 간 일행이 주문한 '돈까스 카레 곱배기(10,000원)'
돈까스 카레는 기본 카레와 달리 넓은 접시에 밥과 카레, 돈까스를 담아주는데,
카레와 밥의 양은 기본 카레와 거의 동일합니다. 거기에 돈까스 한 덩어리가 추가된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돈까스 카레 보통(8,500원)'을 주문.
모든 카레는 사진과 같이 1인분 단위로 쟁반에 담겨 제공됩니다. 물론 반찬도 각자 따로따로.
반찬은 두 가지가 나오는데요, 먼저 간장과 식초에 절인 양배추 초절임.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새콤하고 짠 맛이 카레와 함께 즐기기에 어울리는 맛.
잘게 썬 깍두기도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 카레와 적당히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곱배기 카레와 기본 카레의 양 차이가 생각 이상으로 꽤 큽니다.
카레 나온 거 보고 '아... 곱배기 시킬 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양이 적은 분들이라면 기본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양 조금 많다 싶은 분은 곱배기 시키시는 게 좋습니다.
밥은 강황이 들어가 살짝 노란빛을 띠는 쌀밥, 카레 또한 아비꼬 기본카레마냥
아무것도 안 들어간 멀건 카레가 아닌 잘게 다진 각종 야채 등의 속재료가 꽤 알차게 들어있는 카레입니다.
덩어리를 아주 잘게 썰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뿐, 카레 속에 들어간 내용물이 꽤 많아요.
돈까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작아 살짝 아쉬운 감이 들었던...
왕돈까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커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약간 들더군요...^^;;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라, 그간 워낙 큼직한 왕돈까스를 많이 접해 온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돈까스가 그간 접했던 돈까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돈까스는 한 입에 먹기 좋게끔 다섯 조각으로 썰어져 있습니다.
두께도 적당하고 돼지고기 속도 적당한 선홍빛을 띠면서 촉촉한 것이 크기는 작아도 꽤 잘 튀긴 돈까스.
고기 단면 오른쪽 끝부분을 보면 살짝 투명한 지방이 붙어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카레를 메인으로 하는 가게의 사이드 돈까스 치고 꽤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해서 튀겨내는 것 같아요.
돈까스, 어 되게 재미있는 맛인데요, 아... 정말 이 돈까스를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으려나...
그러니까 처음 씹었을 때 직감적으로 느껴졌던 게 '어릴 적 집에서 먹은 돈까스 맛'이었습니다.
전문 매장에서 사 먹는 돈까스가 아닌 진짜 어릴 때 집에서 부모님이 '오늘 저녁엔 돈까스 해줄께' 라면서
직접 고기에 빵가루 입혀 막 튀겨낸 돈까스를 바로 먹는 그 맛이었어요. 그러니까 추억이 꽤 많이 담겨있는 맛...!
시판 돈까스라든가 혹은 전문점에서 이런 감성 못 낼텐데, 그 감성이 느껴지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ㅋㅋ
카레 또한 향이 강하면서 진한 맛의 집에서 해 먹는 카레의 느낌이 물씬.
매장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인 음식의 컨셉이 가정에서 해 먹는 집밥 느낌을 최대한 살린 것 같은데,
그 컨셉에 꽤 잘 부합하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막 화려한 극상의 맛, 최고의 맛이 아니라
많이 접해본 익숙한 맛, 또 먹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 말이지요.
음식은 꾸밈 없고 소박했지만, 그래도 꽤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어요.
한국인들에게 카레란 좀 더 색이 노랗고 매운맛이 강한 오뚜기카레의 이미지가 있는데,
일본인들에게 있어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카레의 맛이 아마 이런 계열의 맛이 아닐까... 라는 생각.
집에서 먹는 음식같다 - 라는 느낌이 좋은 의미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안 좋은 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감성은 집에서 먹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나쁜 감성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걸 굳이 밖에서 돈 주고?
사람에 따라 이 집밥 같은 감성이 어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마는, 저는 다행히 좋은 쪽으로 받아들인 것 같네요.
카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한 번 방문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상의 맛보다는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가정식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괜찮은 한 그릇이었지요.
뭐 어쨌든 예전부터 한 번 가 보고 싶었지만 계속 지나치기만 했던 연남동 카레집 '히메지(姫路)'
늘 지나갈 때마다 '어떤 맛일까' 라며 가졌던 궁금증을 해소하게 되어 만족합니다.
하지만 역시 보통은 양이 적어요.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그 땐 무조건 곱배기를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 히메지 찾아가는 길 :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출구 하차, 동교동삼거리에서 연희동 가는 길, 동진시장 근방에 위치
2021. 4. 2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