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타이완 주말 밤도깨비 여행
(8) 진과스(金瓜石)의 명물, 구운 돼지갈비가 올라간 광부의 도시락, 광부식당(礦工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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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스(金瓜石)에 놀러가면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먹고 오는 대표적인 음식.
그것은 바로 '광부도시락(礦工便當)' 입니다.
광부도시락은 진과스에 금광이 있었던 시절, 이 곳에서 노동을 하던 광부들이 먹었다고 하는 도시락으로
금광은 이미 예전에 사라졌지만 그 도시락은 남아 지금은 진과스를 대표하는 관광 먹거리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제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진과스에서 봤던 광부도시락 전문점은 두 곳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윗 사진에 보이는 한글 간판이 떡하니 붙어있던 '광부의 도시락' 집.
한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반증하는 듯 '국물', '한국김치', '음료수 무료제공' 이란 글씨가 눈에 띄는군요.
게다가 가게 출입문에는 '진과스 제일 맛있는 광부도시락 여기에 있습니다' 라니...ㅋㅋㅋ
여기가 타이완이여 아니면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여...;;
여튼 유명한 가게답게 매장 규모도 상당히 크고 이 곳으로 찾아가는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좀 전에 봤던 가장 크고 화려한 광부도시락 집 맞은편에 또 하나의 광부도시락 전문점이 있습니다.
이 곳은 좀 전의 광부도시락 집에 비해 규모는 더 작은 편. 가게 이름은 '광부식당(礦工食堂)'
이번 광부도시락을 체험할 가게는 이 곳으로 정했습니다.
일부러 여기를 선호하는 다른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왠지 여기가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사실 어느 집을 가든 대부분 비슷할 거라 생각하기에 각자 자신이 가고 싶은 가게를 가면 될 듯 합니다.
도시락을 들고 있는 진과스 광부의 입간판.
몇십 년 전, 이 곳에서 광산 일을 했던 당시의 광부들은 그 후 자신들이 먹었던 음식이 관광 상품이 될 거란 생각은 못 했겠지요.
이곳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글 간판이 크게 추가된 모습.
영어도 물론 있긴 하지만, 한국인의 방문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국어 안내가 제일 크게 붙어있습니다.
매장 규모가 앞의 가게에 비해 다소 협소한 대신 야외 좌석이 있는데,
비가 와서 테라스 좌석은 이용 불가.
매장 입구의 결제 카운터. 라인 페이도 지원하는군요.
이 곳에서 음식 주문을 한 뒤 진동벨을 받아 와 음식이 나오는 걸 기다리면 됩니다.
매장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실내는 광부도시락이라는 유명세에 비해 그리 큰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그마한 동네 카페같은 분위기. 실제 음료나 케이크 등의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어 식당이라기보단 카페 느낌이 물씬.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메뉴판. 대표메뉴인 광부도시락 이외에도 카레, 우육면, 파스타 같은 다른 식사류도 팔고 있습니다만
사실 여기까지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광부도시락을 시키겠지요.
아마 일반 식사류는 이 동네에 거주하는 현지인들 위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뒷면에는 음료 메뉴가 있는데, 커피라든가 밀크티 같은 메뉴도 비교적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코코라든가 우스란 같은 테이크아웃 프랜차이즈 밀크티 전문점과 달리 관광지 프리미엄이 있어 가격은 좀 있는 편.
애초에 관광지 실내 식당에서 먹는 음료값과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음료값을 비교하면 안 되니까...
광부도시락은 재미있는 게 같은 내용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용기에 담아 내오느냐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일회용 용기에 담겨나오는 기본 광부도시락의 가격은 180NTD(7,200원)
그리고 보자기에 싸인 나무도시락에 담겨나오는 광부도시락은 200NTD(8,000원) - 이 경우 보자기는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용 스테인레스 용기와 함께 나오는 광부도시락은 보자기와 스테인레스 통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가격이 290NTD(11,600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보자기나 스테인레스 통을 기념품으로 묶어 판매하는 것이라 보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광부도시락을 주문하면 음료라든가 차 등의 메뉴를 20% 깎아주는 세트 할인 혜택이 있다고 합니다.
훗카이도 케이크와 카리멜 와플...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건 아니니까(...)
광부도시락을 비롯한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종의 셀프 서비스 시스템.
근데 진짜 다른 언어보다 한글이 더 크게 써있는 걸 보면 정말 여기 한국인들 많이 오나봐요(...)
음식 주문 후 받은 진동벨은 우리나라 카페의 진동벨과 너무 똑같이 생겼습니다.
진동벨에 그려져 있는 금을 실어나르고 있는 광부 캐릭터가 귀엽네요...ㅋㅋ
제 선택은 '나무용기+보자기 광부도시락(200NTD) + 버블 밀크티(130NTD > 20% 할인가 104NTD)'
스테인레스 용기까지 사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우리돈 800원 추가에 보자기 기념품 챙길 수 있는 게 괜찮겠다 싶어서요.
진과스에 왔다는 기념품을 챙겨갈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게 가장 현명하고 경제적인 선택일 듯 합니다.
광부식당(礦工食堂) 로고가 프린팅되어 있는 전용 티슈와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이 함께 나옵니다.
파란 색 보자기에 싸여 있는 광부도시락.
뭔가 시골에서의 새참 같은 느낌이 드는 포장입니다.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밀크티는 꽤 많은 양이 나왔는데요, 솔직히 말해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너무 옅어서 좀 실망.
20% 할인에 살짝 낚였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음료 마시려면 그냥 익숙한 탄산음료 마시는 걸 추천하고 밀크티는 전문점에서...;;
일회용 나무 용기에 담겨 있는 광부도시락의 모습.
위의 뚜껑을 열고 먹으면 됩니다.
광부도시락은 바닥에 흰쌀밥, 그 위에 땅콩 다진것과 정확히 무슨 재료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 타이완식 장아찌,
그리고 짜사이, 혹은 잘게 다진 김치(이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를 듬뿍 올리고
마지막으로 큼직하게 튀긴 돼지갈비 한 덩어리를 얹어 마무리한 구성입니다.
같이 나오는 가위로 돼지갈비 튀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밥, 땅콩, 짜사이와 함께 먹으면 됩니다.
적당히 먹기좋은 한 입 크기로 갈비를 가위로 잘라냅니다. 뼈 있으니 자를 때, 먹을 때 주의.
갈비 꽤 맛있는데요, 바삭하게 튀겨내듯 구운 갈비라 표면이 바삭바삭하고 익숙한 단맛이 나는 게 특징.
다만 고기가 지방이 없는 살코기 위주라 조금 식감이 단단하고 퍼석퍼석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소스 양념의 맛도 익숙한 맛이라 좋았습니다만, 조금 간을 더 세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밥, 그리고 갈비 이외에 밥과 함께 얹어낸 다른 야채들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짜사이가 살짝 단맛이 나는데다 거기에 땅콩이 더해지니 보기와 달리 좀 단맛이 센 편이라 - 라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저 개인적으로는 짜사이 쪽이 좀 더 좋아서 짜사이를 선택하긴 했는데
내 입맛이 매콤하거나 개운한 걸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이다 - 라면 짜사이 대신 김치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치가 얹어진 걸 먹어보지 않아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짜사이로는 사람에 따라 먹다보면 조금 물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김치로도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같이 간 친구 거 조금 얻어먹어볼 걸 그랬나봐요. 왜 그걸 생각 못한거지...
광부도시락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은 '강력 추천은 아니지만 진과스 관광 오면 한 번 정도 먹어볼 만한 맛'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것도 아니고(타이완 음식 물가를 생각해보면 광부도시락은 관광지 가격으로 다소 높은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엄청난 맛이 있는 것까지도 아니라, '오, 이게 광부도시락이라는 거구나' 라고 한 번 체험하기 좋은 정도입니다.
밥 위에 얹어진 돼지갈비가 꽤 맛있게 구워졌기 때문에 맛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역시 그냥 체험 정도로 만족을...
도시락을 싸고 있는 보자기는 진과스 일대의 관광지 및 시설을 나타낸 지도가 그림으로 프린팅되어있습니다.
보자기로 활용해도 되지만 사이즈가 딱 손수건 사이즈라 손수건으로 활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약 800원 정도의 가격에 기념품 손수건을 하나 사는 셈이니 혹시나 먹으러 올 때 돈 조금 더 내고 기념품으로 받는 걸 추천합니다.
같이 간 친구는 버블티 대신 '철관음차' 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커피처럼 차가 한 잔 나오는 줄 알았는데, 커다란 주전자에 차가 한가득 담겨나와서 조금 당황.
당연히 한 잔 나올거라 생각하고 각자 하나씩 마실 걸 주문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셋이 차 하나 주문해도 될 뻔했어요 ㅋㅋ
철관음차(鐵觀音茶)는 우롱차의 한 종류로 굉장히 향이 진하고 식사 뒤 입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좋았던 맛.
밀크티에서 좀 실망을 했는데, 그 실망으로 깎인 점수를 차에서 그대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보다 더운 타이완이라 해도 그래도 12월에 산 속에서 내리는 비라 살짝 쌀쌀했는데, 온몸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기분.
차를 시키니 차와 함께 맛보라는 조그마한 과일절임이 세 점 나왔습니다.
속이 투명한 이 과일은 대추 정도의 크기였는데, 처음에 대체 뭐지? 하고 감을 못 잡았다가 맛을 보고 난 뒤 정체를 알았습니다.
한때 낑깡이라고도 불렸던 '금귤' 이었습니다. 달콤한 맛에 과일 본래의 산미가 더해져 되게 맛있더군요.
특히 따끈따끈한 차와 함께 단 과일절임을 먹으니 더 잘 어울리는 느낌. 역시 차를 시키는 게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여기에 광부도시락을 먹으러 오신다면 차도 함께 시키는 걸 추천합니다. 다만 양이 많으니 세 명 기준 하나만 시켜도 충분.
물은 매장 안이 아닌 도시락 용기를 반납하는 바깥쪽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그 '광부도시락' 체험은 비교적 성공적.
PS : 한국으로 돌아온 후, CU편의점에서 한때 '대만풍 고기덮밥' 이라는 이름의 광부도시락을 재현한 제품이 나온 적 있었는데,
진과스에서 먹던 그 광부도시락을 생각하고 구매했다가, 닮은점 0%의 처참한 재현에 격노한 적이 있었습니다(...)
(CU편의점 대만풍 고기덮밥 : http://ryunan9903.egloos.com/443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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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