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글루스에서의 블로그 생활을 마무리짓고 티스토리로 본진을 완전히 이동했을 때
제일 먼저 썼던 글이 모교(대학교)를 찾아가보기 위한 '당일치기 천안 여행기' 였습니다.
(2020년 2월, 당일치기 천안 여행기 시작 : https://ryunan9903.tistory.com/95)
그 때, 학교가 있던 천안을 둘러보며 학교 다니던 시절 자주 갔던 '토토로의 집' 이라는 신부동 버스터미널 근방의
오코노미야키 & 타코야키 전문점을 다시 한 번 찾았었는데요, '오카와리 이치반' 이라는 이름으로 상호가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토토로의 집 시절과 동일한 메뉴 구성으로 추억을 회상하는 데 있어 부족함 없던 좋은 기억으로 남았었습니다.
약 2년 반여만에 그 '오카와리 이치반' 을 다시 한 번 찾아가보게 되었습니다. 당일치기 천안 여행하러 내려간 김에 말이죠.
(2020년 2월, 오카와리 이치반 방문 후기 : https://ryunan9903.tistory.com/98)
가게 앞 입간판과 작은 화분.
오카와리 이치반으로 상호명이 바뀐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토토로의 집' 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토토로의 집' 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이 많아서기 때문일까 싶네요.
내부 수리를 거쳐 토토로의 집 시절에 비해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어진 내부.
다만 식당 자체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요, 보통 동네 하나쯤 있을법한 김밥천국의 절반 정도 되는 규모?
주방 아주머니가 제가 알기론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넘어오신 아주머니로 알고 있는데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도 그 자리 그대로 지키며 오사카에 있던 시절의 일본 음식을 계속 만들고 계십니다.
주방 바로 앞에 물컵과 정수기, 그리고 뜨거운 국물이 담겨 있는 온수통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의 직소퍼즐 액자와 일러스트 액자,
그리고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 인형이 진열되어 있는 진열장, 그 아래 반찬들이 비치되어 있는 셀프 바가 있어
기본 밑반찬은 저기서 담아올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매장 분위기가 과하게 산만하지 않으면서 또 되게 아기자기해요.
진짜 뭐랄까... 이 감성이 여기 와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특유의 감성이 담겨 있는 실내입니다.
메뉴판을 한 컷.
오사카 음식 전문점이라 그런지 타코야키, 그리고 오코노미야키가 주력 메뉴.
그 외에도 식사용 덮밥과 라멘, 그리고 치킨난반, 쇼가야키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가정요리 등이 꽤 많습니다.
다만 라멘의 경우 일본라멘 전문점에서 나오는 생라멘이 아니라 인스턴트 끓여 토핑 올려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겁니다.
최근에 가격 인상이 한 번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
물론 토토로의 집 시절에 비해선 많이 오르긴 했지만 바깥의 다른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집은 더 올랐으니까요.
주인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는 작은 가게라 물, 식기류 등은 전부 셀프로 직접 가져와야 합니다.
텐카스라고도 불리는 튀김가루가 올라간 따끈한 우동장국.
그 김밥천국 등에서 기본으로 나오는 다시국물 맛이라고 보면 될 듯. 물론 저는 이 국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직접 담아 온 반찬들.
마카로니 샐러드와 단무지, 배추김치, 그리고 식후 디저트로 맛보라고 방울토마토 씻은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2년 반 전에 왔을 땐 오이무침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반찬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듯.
여튼 이 마요네즈에 버무린 마카로니 샐러드는 돈까스 먹을 때 나오면 제일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
'메론 크림 소다(3,500원)'
메론과 블루하와이 크림소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왠지 일본요릿집에 오면 메론소다를 시켜야 할 것 같은...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에 메론소다를 마실 수 있지만, 한 때 약간 환상의 음료이기도 했으니까요.
얼음을 넣은 메론소다 위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올려 서서히 녹아드는 아이스크림과 메론소다가 섞여 만드는
달콤하고 크리미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맛이 좀 강해 약간 불량식품 같은? 느낌도 없진 않습니다만
이게 또 매력적이니까요. 소스가 진해 짭짤한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와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 맘에 드는 음료에요.
'타코야키(8알 4,500원)'
타코야키 알 위에 소스와 마요네즈 듬뿍, 그리고 가다랭이포도 넉넉하게 뿌려 나온 진짜 오사카 사람이 만든 타코야키.
보통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타코야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가 5천원 미만이면 되게 매력적이에요.
타코야키 알이 꽤 큼직합니다.
거기에 소스와 마요네즈, 가다랭이포도 넉넉하게 뿌렸으니 더 볼륨감이 좋은...ㅎㅎ
바로 만들어 내어 온 거라 굉장히 뜨겁기 때문에 조심조심 먹어야 하지만, 소스와 마요네즈의 맛이 너무 좋고
크기는 비록 크지 않지만 말캉말캉한 밀가루반죽 안에 들어있는 문어의 쫄깃함도 매력적입니다.
달콤한 메론소다와의 조합도 매우 훌륭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맥주를 부르게 만드는 맛. 다만 여기선 맥주를 안 팔아서...
짭짤하고 간간하게 간이 되어있어 오사카 사람들이 타코야키를 밥반찬삼아 먹는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편.
'모단 야끼(히로시마 풍 오코노미야키 - 8,000원)'
모단야끼(모던야키)는 오사카 풍이 아닌 히로시마 풍 오코노미야키로 오코노미야키 밑에 야키소바가 깔려있고
그 위에 오코노미야키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를 겹쳐 구워낸 뒤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를 뿌린 음식이라고 합니다.
오코노미야키와 함께 야키소바도 먹을 수 있어 볼륨감이 훨씬 좋고 더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기도 한데요,
일본 매체를 보면 오사카식과 히로시마식의 조리 방식이 다르고 이로 인해 서로 자존심 대결이 있단 이야기가 있더군요.
오코노미야키 위에 소스, 그리고 마요네즈를 뿌린 뒤 가다랭이포를 듬뿍 얹어낸 모양새가 타코야키와 비슷하군요.
한국에서 오코노미야키 가격을 보면 1만원대 중~후반으로 꽤 비싼 편인데, 여기선 이 오코노미야키 한 장이 8,000원!
게다가 크기도 꽤 큼직한 편이라 1인 1오코노미야키를 할 경우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내 보면 바닥에 이렇게 야키소바가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윗부분의 오코노미야키, 그리고 바닥의 야키소바를 함께 집어 앞접시에 옮겨담은 뒤 취향껏 먹으면 됩니다.
적당히 앞접시에 덜어서...
바닥의 야키소바가 간이 조금 약하게 된 편이라 조금만 더 간이 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윗부분의 고소하고 달콤한 소스, 그리고 가다랭이포의 풍미 덕에 타코야키 못지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소스 맛으로 먹는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해 맛 자체는 타코야키와 비슷하고 밥반찬으로도 잘 어울릴 듯한 맛.
그리고 또 중요한 '맥주를 부르고 싶은 맛' 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요.
오사카 사람들이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를 밥반찬으로 먹는다는 걸 신기하게 여기는 걸 영상매체에서 종종 접하는데
한국인도 사실 탄수화물인 밥에 탄수화물인 빈대떡, 전 등을 밥반찬으로 먹는 민족이라 이게 딱히 이상하진 않습니다.
농담 아니라 진짜 혼자 방문했다면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 주문 뒤 공기밥 하나 시켜서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을 듯 해요.
사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혹은 타코야키 잘 하는 유명한 집에 비하면 여긴 전문점이라기보단 가정식 같은 느낌이 강한데
느껴지는 인상이 그래요. 막 전국구급으로 맛있는 맛집은 아니지만, 되게 푸근한 느낌의 동네 친숙한 밥집 같은 인상.
그래서 멀리서 입소문나서 찾아가는 가게가 아니라 동네에 있다면 생각날 때 가끔 가서 기분좋게 먹고 나올 수 있는 밥집.
어쩌면 이 푸근한 분위기 때문에 천안이라는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생각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뭣보다 학교 다니던 시절, 몇 번 찾아갔던 그 때의 좋은 기억을 잊지 못해 이렇게 다시 찾아온 것도 있고요.
오래 갔으면 하는 좋은 가게입니다. 천안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찾아보세요. 꽤 기분 좋은 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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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와리 이치반 찾아가는 길 : 천안 고속터미널 건너편 맞은편의 방죽안오거리에서 천안북중학교 방향 코너에 위치
2022. 8. 17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