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2년) 하반기 세 번째 인천 방문.
이번엔 방문 예정이 없었는데 날씨 보고 예정에 없던 방문을 급작스럽게 추진했습니다.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에요.
인천역에서 바라본 차이나타운의 메인 출입구, '중화문'
알다시피 이번 겨울엔 눈이 꽤 많이 왔어요. 작년 말엔 거의 기록적이라 할 정도로 폭설도 많이 내려
예년대비 눈이 많이 온 해로 기억될 텐데요, 이 날도 꽤 많은 눈발이 휘날리고 있어 급히 인천으로 발걸음을 향했지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계속 눈이 내리고 또 쌓이고 있어 굉장히 미끄러운 편. 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올라갔습니다.
평소에도 주말에나 반짝 사람이 많지 평일에는 한산한 거리인데, 눈이 내리니 사람의 인기척이 더 안 느껴지던...
이렇게 적막한 분위기의 조용한 차이나타운은 꽤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황제의 계단 앞을 지키는 사자상도 눈을 소복하게 맞은 상태.
하얗게 뒤덮인 신포동 신포중앙시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인천 근대개항거리'
이 곳 역시 꽤 경사가 심한 언덕이라 길 진짜 미끄럽더군요. 한창 내리는 중이라 제설작업도 전혀 안 되었고 말이지요.
제가 찾은 가게는 이 근대개항거리에 위치한 '카페 팟알' 이라는 곳입니다.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너무 많이 소개한 곳이라 굳이 더 새로울 곳도 없는 곳이지요. 그런데 여길 일부러 왜 찾았냐?
크리스마스 전이라 카페 입구에 작게 산타장식이 설치되어 있는게 은근히 귀엽네요.
지은 지 약 130여 년으로 추정되는 (구)하역회사 사무소로 사용되던 가옥을 카페로 개조한 거라 근대문화유산으로도 지정.
제가 예전에 여기 카페 처음 왔을 때 실내 분위기와 풍경 보고 한 번 생각했던 게 있었거든요.
'여기 눈 많이 내리는 날에 한 번 와서 창가 쪽 앉아 풍경 보면서 차나 단팥죽 같은 거 먹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요.
그 생각을 몇 년 전에 했었습니다만 매번 시간이 안 맞아 그냥 머릿속 막연한 생각으로만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운 좋게도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마침 그에 맞춰 눈이 펑펑 내렸고 진짜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싶어
그래, 좀 무리해서라도 한 번 가 보자! 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급히 옮겨 이 카페를 찾게 된 것입니다.
현재 '팟알' 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유래. 대략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로 연도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약 1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건물이라 봐야겠지요.
차분한 조명, 그리고 근대개항거리 시절 인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각종 도서와 포스터들.
주말에는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차 있어야 할 이 곳도 평일엔 이렇게 빈 자리 많고 한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더군요.
크리스마스긴 크리스마스인가 봅니다. 이건 작년에 다녀온 사진이라 지금 올리는 시점에선 시기가 안 맞지만...^^;;
어릴 적, 저희 집엔 없었지만 큰집에서 가지고 있었던 다이얼 돌리는 전화기.
지금은 이거 쓰는 집... 아마 없겠지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 전화를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텀블러를 비롯한 각종 상품.
재미있는 건 저 '인천 텀블러' 를 구매한 뒤 해당 텀블러로 이 곳에서 음료 구매하면 아메리카노에 한해 평생 2,000원에
마실 수 있는 특전을 준다고 하는군요. 다른 음료는 1,000원 할인.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구매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창가 쪽 자리가 텅 비어있어 운 좋게 자리잡고 앉을 수 있었지요.
창살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창가 쪽에 느긋하게 앉아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중.
그냥 뭐랄까... 흔한 눈 오는 풍경이라고 해도 이렇게 따뜻한 실내에 앉아 바라보니 받아들이게 되는 기분이 좀 다르던...
여기서 팥빙수는 먹어보았습니다만 단팥죽은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겨울이라 팥빙수를 먹기엔 좀 아닌 것 같아 따끈한 단팥죽으로 주문. 가격은 아마 8,000원인가였던걸로...
단팥죽 주문시 따뜻한 자스민차도 한 잔 제공되네요.
다만 일반적인 커피 음료와 동일한 양은 아니고 일반 음료의 2/3 정도 되는 적은 양의 차가 함께 나왔습니다.
팥을 곱게 갈아 만든 단팥죽에 잣, 검은깨, 말린대추, 떡 등을 고명으로 올리고 시나몬 파우더를 듬뿍 뿌려 마무리한
카페 팟알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단팥죽. 나가사키 카스테라, 팥빙수와 함께 이 카페의 인기 메뉴 중 하나.
함께 나온 차도 따끈하니 몸 녹이면서 단팥죽의 단맛을 깔끔하게 씻어내려주기 좋았던 맛.
똑같은 각도의 사진 반복이긴 한데 괜히 분위기 한 번 내 보고 싶어서...
진짜 몇 년 동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걸 이렇게 실행으로 옮기게 되니 별 것 아니면서도 은근 설레더군요...ㅋㅋ
단팥죽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팥을 아주 곱게 갈아 굉장히 부드럽게 입자가 씹히는데
은은하게 넘어가는 고급스럽고 따뜻한 단맛과 시나몬 가루와의 향긋한 조화가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위에 들어간 떡은 새알심 대신 넣은 듯 한데 그 일본식 구워먹는 떡의 질감과 맛이라 조금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했던 질감.
쭉쭉 늘어나는 질감이 우리나라 인절미와 비슷하면서도 또 조금은 다른 그런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창 밖 풍경 보면서 맛있게 잘 먹었어요.
평일이라 매장도 조용하고 한산해서 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네요. 주말이라면 좀 더 복작복작한 분위기였겠지만...
이거 하나 바라보며 일부러 여길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예전부터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 하나를 실제 실행으로 옮긴 거라 만족감은 꽤 높았습니다.
사실 막상 경험을 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낭만적이고 매력적이진 않았던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뭐 어때요, 하고 싶었던 일 실제로 했고 경험을 했으니 그게 최고지요. 저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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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북부(4번) 출입구 앞에 위치한 송현자유시장.
건물 안전등급이 D등급이 나온 재난위험시설로 구분되어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가게들이 남아 장사를 하는 이 곳.
한 자리 전화번호 국번이 있는 낡은 간판부터 골목골목 좁은 통로까지 몇십 년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소.
돌아볼때마다 묘한 기분이 드는 장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도 어쩌면 몇 년 후면 사진으로만 추억할 장소가 될 지도...
동인천역 앞에 전시되어 있는 서울 - 제물포 사이를 오갔던 우리나라 최초의 증기기관차인 모가형 증기기관차의 모형.
동인천역은 1899년 대한민국에 처음 철도가 건설되었을 때 '축현역' 이란 이름으로 개통한 최초의 철도역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45번 출구 윗쪽엔 최초의 철도역인 축현역 시절의 기록을 남기는 간판이 달려있어요.
'동인천역 최초의 역명, 축현역' 이라고 합니다. 하단의 동인천역 간판도 다른 역과 달리 파란색이 아닌 검은색이 특징.
다만 옛 축현역사의 흔적은 거의 안 남아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급작스런(?) 당일치기 인천행을 마친 뒤 용산 돌아가는 특급열차를 타고 집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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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팟알 찾아가는 길 : 수도권 전철 1,수인분당 인천역 하차, 차이나타운 자장면거리 지나 인천근대개항거리 내 위치
2023. 1. 11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