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 쓰시마(대마도) 1박2일 일주
(32-完) 계피가루 듬뿍 얹은 따끈한 단팥죽 생각나는 비 오는 밤, 남천녹차팥빙수(부산 남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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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휴가로 부산에 갔을 때 현지 친구들의 소개를 받아 갔던 '남천녹차팥빙수' 를 다시 한 번 찾아가 보았다.
그 땐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비 추적추적 내려 쌀쌀한 12월이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지긴 했음.
우육면 먹으러 남천동까지 온 김에 먹고 난 뒤 디저트 먹으러 이동한 곳이기도 하다.
(남천녹차팥빙수 2022년 여름 첫 방문 후기 : https://ryunan9903.tistory.com/1915)
처음 방문했을 때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여기가 대한민국 부산인지 동남아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수많은 넝쿨과 나무도 뒤덮인 이 곳의 풍경이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는데, 다시 방문해도... 여전히 분위기에 압도된다...;;
2022년에 부산광역시에서 '부산의 맛집' 으로 선정된 집.
그럼 한 번 들어가봅시다.
비가 꽤 많이 내려서인지 실내엔 지난 여름처럼 사람이 많지 않고 상당히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 쪽 테이블은 완전히 실내라 할 수 없는 가건물 같은 곳이라 비가 오니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곳도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테이블... 저기는 계속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앉을 수 없는 곳.
와 근데 어제 대마도 이즈하라에서 겪었던 밤 날씨와 너무 차이나는데... 엄청 으슬으슬하고 너무 추워...;;
대마도에서는 진짜 가볍게 입고 밤에 돌아다녀도 춥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날씨가 포근했는데
거기서 얼마나 떨어졌다고 부산으로 돌아오니 이렇게 추워진담... 물론 비 내리는 영향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좀...
다른 친구들은 예전에 시켰던 '녹차팥빙수(4,000원)' 를 주문했지만
나는 이 날씨에 팥빙수 먹으면 얼어죽을 수도 있겠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생겨서 그만...!
마음 약하게 혼자 '단팥죽(4,000원)' 주문...^^;;
사실 지난 번에 팥빙수를 먹었으니 이번엔 팥빙수 말고 단팥죽을 먹자. 기왕 먹는 거 다양하게 먹어보는 게 좋잖아... 라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긴 했지만, 사실 추워서 시킨 게 맞다.
옛날의 나야 추위를 워낙 안 타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거뜬했는데 확실히 세월의 영향인가... 이젠 더 이상 아님.
과거의 내가 더위 많이 타고 추위를 안 타는 체질이었다면, 이제는 더위, 추위 둘 다 타는 체질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여기 단팥죽도 팥빙수마냥 담음새는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은 모습.
적당한 그릇에 투박하게 삶은 팥죽을 그릇 가득 담고 그 위에 계피가루를 약간 많다 싶을 정도로 듬뿍 담아 내어왔다.
팥은 곱게 갈은 팥이 아닌 알갱이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팥인데 그래도 오랜 시간 푹 끓여 매우 부드럽게 씹히고
단맛 또한 너무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전해오는 게 좋다. 계피가루가 좀 많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팥죽과 섞이니 딱 적당.
팥의 단맛과 계피가루의 향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 고급스러운 건 아니지만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기분 좋은 맛이다.
팥죽 안엔 찹쌀로 빚은 새알심도 들어있어 쫀득쫀득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건 디저트 별미로 먹는 것도 좋지만 몸 아파서 입맛 없을 때 먹어도 좋을 것 같은데... 왜 몸은 아파서 입맛은 없고
일반적인 식사나 디저트 먹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단 거 땡길 때... 그럴 때 딱 좋을 것 같은 맛.
고급스런 꾸밈과 포장은 없지만 뱃속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익숙한 맛. 그게 이 가게가 가진 단팥죽의 매력일지도...
빙수집 안에서 키우는 아이인지 한 마리가 가게 안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목줄이 없는 걸 보아 그냥 길고양이 같기도 하고... 어쨌든 확실한 건 사람을 딱히 경계하지 않는 녀석이었다는 것.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다.
대마도에서 아침부터 시작된 비가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내리는데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쪽에도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짐 가지고 무사히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계속 들기 시작.
밤 늦은 시각인데다 비까지 와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남천동 팥빙수거리의 조금은 쓸쓸한 풍경.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어떻게든 부산에 내려가니 아마 빠르면 올 여름쯤 한 번 더 올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다음에 만약 여름에 부산 내려오게 된다면 그 땐 다시 한 번 빙수를 먹으러 여길 찾게될 것 같아.
마침 남천동 근처에 가고 싶은 다른 가게도 봐 놓은 게 있으니 그 땐 그 가게 간 뒤에 후식으로 여기 찾아야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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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한 잔 더 할 생각으로 맥주집을 하나 더 찾았는데...
평일 저녁, 비 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만석이라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가까운 데 있는 게임 디에 가서 게임이나 좀 하다 돌아가기로 했다. 게임하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나도 맥주 마실 생각에 가슴이 뛰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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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 돌아갈 시간이 되어 부산역으로 다시 귀환.
지금 시각은 밤 10시 45분.
부산에서 하루 숙박을 하는 게 아닌 서울 가는 걸 이렇게 늦은 시각에 출발하는 건 진짜 오래간만.
사실 예전에도 늦은 시각에 서울로 올라간 적이 있긴 했는데 보통 그건 야간열차 아니면 심야고속버스 탔을 때였으니까...
밤 새고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반고속 첫차로 올라가거나 구포역에서 무궁화 심야열차로 올라간 적은 있어도
고속열차를 이 시간대에 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탈 열차는 밤 11시, 수서역으로 출발하는 SRT 380편.
이 날 운행하는 서울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
이미 KTX는 막차가 떠난 지 오래고 이 시간대 서울 가는 단 한 편만 남은 고속열차기도 하다. 다음 서울행은 5시 SRT.
자, 드가자~
열차 타기 전 부산역 역명판 한 컷.
고속열차 다음 역은 울산, 그리고 일반열차와 구포경유KTX 일부는 다음역이 구포역이라 행선지가 둘로 나뉜다.
집이 수도권 동쪽에 위치해있다보니 개인적으로 고속열차를 이용할 땐 KTX보다 SRT를 훨씬 선호한다.
다른 이유 없이 서울역에서 집 가는 것보다 수서역에서 집 가는 게 훨씬 편하고 거리도 짧기 때문.
이 늦은 시각에도 역까지 마중나와준 세 명의 부산 친구들에게 담에 또 보자고 인사하고...
수서역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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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짧은 부산+대마도 여행도 마무리.
몸은 엄청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한 번쯤은 해 볼만한 경험이었어.
수도권에서 대마도를 직항으로 갈 수 있는 항공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부산항을 통해 배를 타야만 갈 수 있고
일본 후쿠오카나 나가사키를 경유하여 국내선으로 갈아타지 않는 한 이 방법으로 가는 게 최선이긴 한데,
확실히 직접 가 보고 느낀 건 수도권 사람들은 대마도에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대마도 대신 인천이나 김포공항으로 가서 일본 본토 쪽으로 여행을 가는 게 시간적, 체력적으로도 훨씬 나을 것이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아주 가깝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이어주는 배편이 있어 부산, 영남 지역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지
사실 수도권 사는 친구가 대마도에 놀러갈 거라고 하면 한 번 정도 더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음.
물론 대마도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매우 나쁠 뿐
영남, 부산 지역에서 대마도를 가는 건 아주 가깝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로서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나는 수도권에서 가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대마도' 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일부러 부산여행 겸해 찾은 것이고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대만족, 개인적으로도 꽤 기분 좋게 다녀온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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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많이도 사 왔네(...)
저 중 몇 개 제품은 나중에 블로그를 통해 따로 리뷰할 예정. 이미 리뷰를 한 제품도 있긴 하다.
(日清の太麺焼そば(닛신의 굵은 면발 야키소바 - 닛신식품) - https://ryunan9903.tistory.com/2766)
특히 이즈하라 레드캐비지 마트에서 빵도 엄청 저렴하게 팔길래 덥석 집어온 것들이 몇 개 있다.
부피 많이 나가는 이런 비효율적인 걸 왜 집었냐 할 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빵도 두툼해서 무슨 맛일지 궁금했거든;;
오른쪽 식빵은 그냥 식빵 맛이었고 왼쪽의 단팥 들어간 빵은 생각보다 꽤 맛있어서 담에 또 사 오고 싶었다.
여튼 이번 여행도 전리품을 한 보따리 낭낭하게 챙겨오면서 마무리, 그리고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
다음의 새로운 여행기를 통해 조만간 또 우리 만나도록 하죠...ㅋㅋ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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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천녹차팥빙수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남천역 3번출구 하차,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 363-3
2024. 2. 23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