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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6.1 부산(NEW!)

2026.3.4. (10) 핸드드립 원두커피로 마무리하는 보물같은 레트로, 레스토랑 가미(加味 - 부산진구 부전동) / 2026년의 첫 여행, 1박 2일의 짧은 나홀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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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첫 여행, 1박 2일의 짧은 나홀로 부산

(10) 핸드드립 원두커피로 마무리하는 보물같은 레트로, 레스토랑 가미(加味 - 부산진구 부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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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면역에 도착.

서면역에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가게가 있어(부산 사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이 가게를 홀로 방문해보려 한다.

 

나는 여기가 부전동에 있는 곳이라 해서 처음엔 부전역에서 가깝고 부전시장 근처에 있는 줄 알았는데 서면역 쪽에 더 가깝더라고.

평소에 잘 갈 일이 없는 서면역 15번 출구로 나와 바로 앞에 보이는 첫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한 번 꺾으면...

 

 

 

'가미(加味)' 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나온다.

호프, 음료, 경양식이란 이름이 영어와 함께 투박하고 촌스럽게 써 있는 이 간판, 상당히 낡고 색이 바래어 있다.

 

 

 

매장은 건물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데, 부분부분 바닥 타일이 깨져있었고 벽도 상당히 낡았음.

출입문에 붙어있는 하얀 바탕의 '가미' 라는 글씨가 무심한 듯 심플하게 이 곳이 제대로 찾아온 식당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까지 좋게 말하면 심플하며 직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디자인에 무성의한(?) 간판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신문 스크랩이 액자로 만들어져 매장 지하 출입문 쪽에 하나 걸려있었는데, 커피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 경양식집인데 커피도 하는 곳이었어?

 

 

 

어쨌든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은 채 한자로 '가미(加味)' 라 써 있는 불투명 유리의 투박한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본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본 것은 카운터, 그리고 그 앞에 다소... 아니 꽤 어지럽게 널려 있는 집기류들.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어지러운 집기들이지만 이것도 주인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편하게 꺼내쓸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거겠지.

 

 

 

4인 테이블이 몇 개 마련되어 있다.

조명은 경양식집의 조명이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경양식집의 레트로한 분위기에 비해선 다소 투박한 면이 더 강했다.

 

 

 

안쪽엔 이렇게 칸막이로 되어 있는 좌석이 있었고 이 곳에서 식사하는 손님도 있었음.

자리에 앉으니 칸막이 때문에 안쪽이 아예 보이지 않는데,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즐기려면 칸막이 쪽 앉는 걸 추천.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음. 것도 지금의 트렌드와는 상당히 다른... 굉장히 투박한 방식으로.

 

가미레스토랑은 1998년 오픈한 부산 서면의 경양식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국내 1세대 유학파 원로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으로 가게 사장님은 한때 국내 최초의 커피 학원을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

내가 여기 와서 본 사장님은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분이셨다.

편한 곳 앉으시라는 안내를 받아 적당히 편한 자리에 앉았는데, 안쪽 파티션 벽이 있는 테이블 대신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에는 티슈통, 그리고 후추통이 비치되어 있었고...

 

 

 

식기류는 사장님께서 직접 가져다주신다.

바닥에 티슈를 깔고 포크, 나이프, 수저가 물과 함께 깔린다.

 

 

 

세월의 흔적,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탄 아주 낡은 가죽 메뉴판.

이런 가죽 메뉴판, 서울에서도 본 적 있는데, 등촌역에 있는 경양식 레스토랑 '다원레스토랑' 에서 본 적 있어, 거기랑 비슷해.

 

 

 

핸드드립 커피가 3,000원이라고...?

심지어 그 아래 돈까스는 단돈 8,000원.

 

사실 가격 정보를 사전에 미리 알고 온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양식 돈까스 8,000원이란 가격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경양식이 아닌 분식집 돈까스도 1만원은 족히 줘야하는 시대 아닌가.

 

 

 

주류, 안주류, 심지어 '칵텔(칵테일)' 과 함께 위스키, 보드카 등의 술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페이지마다 '도어마운틴 커피원두 100g 5,000원' 이 붙어있는데, 정말이지 원두를 그렇게 판매하고 싶었던 걸까...

 

안주 가격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저렴한데, 실제 나오는 게 어떨진 모르겠으나 이 가격은 나 대학 막 들어갈 때 봤던 가격이야.

 

 

 

음료도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음.

핸드드립 커피가 제일 위에 있고 그 아래 브랜드 커피, 아메리칸 커피가 있는데, 아메리칸 커피야 아메리카노를 말한다 쳐도

브랜드 커피가 뭘 말하는 걸까 잠깐 궁금해졌다. 아마 '블렌딩 커피' 를 말하는 것 아닐까...

 

어짜피 여기서 먹을 건 정해져있었다. 돈까스를 시키면 후식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직접 내어준다고 함.

친구에게 소개받은 것도 돈까스였고, 당연히 그걸 먹어야 한다. 돈까스 하나 이야기하니 익숙하다는 듯 메뉴판을 다시 가져가심.

 

 

 

기본찬으로는 단무지, 그리고 깍두기가 나오는데, 깍두기가 너무나도 돈까스집의 전형적인 그 깍두기였음.

이후 식전 수프도 나왔는데, 전체샷을 남기기 위해 수프는 일부러 먹지 않고 메인 돈까스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밥, 그리고 야채샐러드와 돈까스가 이어져 나옴.

음식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일부러 이 전체샷을 얻기 위해 먼저 나온 것들을 먹지 않고 기다렸다.

 

 

 

넓은 접시에 담긴 돈까스, 그리고 역시 접시에 담은 밥과 식전 수프, 반찬 2종에 따로 담아 모양까지 낸 샐러드까지.

이 조합이 단돈 8,000원이라니, 이게 정말 이 돈 내고 먹어도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시점에서 음식의 맛이 어찌되든 그건 크게 상관없게 되었다.

맛이 어찌됐든 이런 구성, 그리고 이런 플레이팅이라니, 여기는 음식 맛을 보기 전 레트로 경양식집의 모양새로는 이미 합격.

 

 

 

음식 다 나올때까지 기다렸던 수프.

 

 

 

후추를 살짝 뿌려 먹었는데, 정말 의외로 예상했던 오뚜기 크림스프 맛이 아니다.

여기 수프에 들어가는 루를 직접 만드는 건가? 살짝 고소한 맛이 감돌고 짠맛이 거의 없는 굉장히 담백한 수프였는데

이게 사람에 따라 간이 너무 약해 밍밍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좋게 이야기하면 고소하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싱거움. 다만 소금간이 싱겁다 뿐, 수프 자체의 농도는 평범한 수프 그 자체였다.

 

 

 

양배추 샐러드는 채썬 양배추는 물론 당근 한 조각, 오이 한 조각, 그리고 비트 잘게 썬 것을 위에 올려 모양을 냈다.

소스는 아일랜드 드레싱.

 

 

 

아일랜드 드레싱은 그냥 익히 아는 그 익숙한 맛.

맞아, 원래 경양식 돈까스집의 야채는 접시에 함께 담아주는 게 아닌 이렇게 별도 접시에 단품으로 따로 담아 내어주는 거지.

 

 

 

접시에 얇게 깔린 흰쌀밥은 일반적인 공기밥보단 살짝 적은 양.

경양식집의 밥은 늘 이런 식이다. 접시에 얇게 깔아 내어주는데, 어디서 이런 방식을 처음 시작했는지 궁금할 뿐.

 

다만 여기는 밥과 빵 중 선택하는 건 없다. 그냥 무조건 밥.

 

 

 

메인요리 돈까스.

접시에 다소 무심한 듯 튀긴 돈까스 한 덩어리에 삶은 당근, 그리고 푸실리 파스타가 가니쉬로 아주 약간 담겨나온다.

돈까스 소스는 접시를 나름 가득 채울 정도로 꽤 넉넉하게 채워준 편.

 

 

 

돈까스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분식집 왕돈까스처럼 얇게 두드려 펴서 튀김옷 입혀 튀겼는데, 튀김옷의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돈까스도 얇은 편.

그리고 무엇보다 소스가 정말 자극적인 맛이 덜한데, 일반적인 돈까스 소스 특유의 새콤함보다는

고기 소스로 유명한 그레이비 소스와 비슷한 느낌의 맛, 자극적이지 않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꽤 재미있는 레트로의 맛이었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인천 잉글랜드 돈까스도 그렇고 옛날 돈까스 소스는 전반적으로 다 이런 계열의 맛이었던 것 같다.

이게 세월이 지나고 사람들의 입맛이 조금씩 바뀌어가면서 지금처럼 좀 자극적이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바뀐 것일지도.

 

 

 

이걸 굳이 왜 넣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이드 가니쉬의 양은 정말 적었지만 그럼에도 이게 있어 좋았다는 느낌?

푸실리 파스타는 뭐... 그냥 파스타 맛이지만 저 삶은 당근이 보드랍고 달콤하게 씹혀 좋더라.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트렌드와는 전혀 맞지 않는 옛날의 맛.

오랜 시간 장사하면서 자신만의 옛 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맛이라 빈말로라도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긴 좀 애매했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식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 단순히 맛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주는 매력 말이지.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핸드드립 커피를 한 잔 내어주는데, 8,000원에 이런 서비스를 받아도 되나...?

게다가 커피도 찻잔에 받쳐 차스푼과 함께 정성스럽게 내어줬어...

 

 

 

취향껏 설탕을 넣어먹으라고 설탕 단지도 하나 같이 내어준다.

 

 

 

일단 설탕을 넣지 않고 커피를 살짝 맛보았는데, 엄청 연함.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커피라기보다는 커피 탄 물이라 할 정도로 굉장히 연하고 부드러운 맛인데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핸드드립이냐며 싫어할 지도 모르겠지만 가벼운 커피를 좋아한다면 꽤 매력적일지도.

 

지금으로부터 대충 20여 년 전, 지금도 있는 서울 망원동의 '정광수의 돈까스 가게' 에서 마셨던 식후 커피가 생각났다.

거기 커피도 엄청 연한 편이었지... 그 때 마셨던 커피의 기분을 꽤 오래간만에 다시 떠올리게 해 줬다.

 

...그와 별개로 커피가 너무 연해서 결국 설탕을 좀 넣었음. 살짝 단맛을 가미하니 한층 더 맛이 풍부해져서 마시기 더 편했다.

 

 

 

왠지 여기의 음식, 그리고 커피, 낡은 가게의 분위기 모든 것이 가게 사장님의 고집과 철학이 느껴져셔 꽤 흥미롭고 즐거웠다.

딱히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불친절도 아닌 조용한 접객, 그 차분한 접객이 가게에서 잔잔하게 나오는 피아노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여기만의 되게... 외부와 차단된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더라. 바깥은 계속 변해가는데 여기만큼은 시간이 멈춘 느낌.

 

 

 

 

그리고 그 시간의 멈춤, 변하지 않는 옛 모습의 장소는 지금은 머리가 하얗게 샌 사장님이 살아온 삶과 영광,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라

쉽게 바꾸거나 잃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빈말로라도 음식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사실 이 시점에서 그런 건 어찌됐든 상관없었다.

단돈 8,000원에 이렇게 챙겨주는 건 어딜 가도 경험할 수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머무르는 동안 편안한 시간여행을 즐겼기 때문.

다만 그 시간여행은 나 자신의 추억을 찾아간 것이 아닌

30년 가까이 이 곳에서 장사해 온 사장님만의 추억 공간에 초대받아 즐긴 견학 같은 느낌의 여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여기는 나중에 부산 내려오면 어떻게든 또 방문하게 될 것 같다.

 

= Continue =

 

. . . . . .

 

 

 

※ 가미레스토랑 찾아가는 길 : 부산지하철 1,2호선 서면역 15번출구 하차, 하차 후 바로 앞 첫 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https://naver.me/GPlriO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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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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