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의 첫 여행, 1박 2일의 짧은 나홀로 부산
(17) 정말 설명하기 힘든 기묘함에 홀리는 중독성, 대전 두부두루치기는 무조건 적덕식당(대전 동구 가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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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갔는지 기억도 가물한데, 대전 내려갔을 때 만났던 대전 사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밥집이 하나 있다.
대전 하면 성심당이 제일 유명하긴 한데 사실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로컬음식으로 '두부 두루치기' 라는 음식이 있음.
매운 양념에 두부를 넣고 함께 끓인 일종의 매운 두부조림 같은 음식으로 여기에 오징어를 함께 넣어먹거나 혹은 우동사리를 넣어
비빔면으로 즐기거나 하는 방식으로 먹는건데, 성심당이 있는 은행동 쪽의 진로집이라든가 광천식당이 제일 유명하긴 하지만
대전 토박이인 이 친구는 거기보다 좀 외곽에 떨어져있지만 진짜 대전사람을 찾는 찐 로컬집이 있다며 이 곳을 안내해주었다.
바로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적덕식당'
여기 위치가 정말 애매한데, 일단 지하철이 가까운 데 닿지 않고 번화가도 아님.
굳이 따지면 복합버스터미널과 대전역의 중간지점에 있긴 한데 두 곳 중 어디와도 아주 가깝지 않아 사실상 외지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기 꽤 난해한 곳에 위치해 있다. 그 때 갔을 때도 친구 차 얻어타고 간 거였고.
그런데 당시 먹었던 두부두루치기가 지금도 묘하게 기억에 남아 여기 꼭 한 번 다시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집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여기를 한 번 들러 당시 먹었던 두부두루치기를 다시 먹어보려고 한다.

외곽에 있어 접근성 떨어지는 밥집이라지만 그럼에도 꽤 유명한 가게.
블루리본 서베이를 2013년부터 2025년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받은 기록적인 곳이다.

가게 내부는 요새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좌식 테이블. 건물이 꽤 낡았음.

대표메뉴는 '두부오징어+사리' 가격은 9,000원.
이 외에 예전에 먹었던 사이드요리로 양념족발이 있는데, 두부오징어에 양념족발 추가해서 같이 먹으면 진짜 맵고... 또 맛있음.
두부오징어 자체가 단맛이 전혀 없는 음식이라 매콤달콤한 양념족발 곁들이면 참 좋은데, 혼자 온 거라 이번엔 두부오징어만.

앞접시와 함께 기본 식기 준비.

기본찬으로는 깍두기, 그리고 부추무침이 나오는데, 신선하게 무친 게 아닌 푹 익은 부추무침으로 나옴.
이게 그냥 먹으면 뭐야 그냥 푹 익은 부추잖아... 하고 말텐데 두부두루치기 먹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줄은 몰랐지...

백김치도 함께 나옴.
모자란 반찬은 셀프 바가 있어 거기서 추가로 가져다먹을 수 있는데, 혼자 먹는 음식이라 반찬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

적덕식당의 대표메뉴, '두부오징어(두부두루치기-9,000원)' 도착.
커다란 냉면대접에 모양 없이 적당히 큰 덩어리 부숴넣은 두부, 그리고 오징어와 숭덩숭덩 썰어넣은 파가
꽤 많은 얼큰한 국물과 함께 담겨나온다. 한 눈에 봐도 딱히 뭐 대단할 게 있나? 그냥 대충 만든 두부조림이잖아... 싶은 투박함.
솔직히 말해 이 음식 처음 받아들면 좀 당황할지도... 다른 것 없이 그냥 이렇게 담겨나와 어떻게 먹어야 하나 의문스럴 수도 있고...

별 거 없음. 그냥 이렇게 두부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오징어랑 같이 떠먹으면 됨. 그게 전부다.

진짜 이거 처음 먹으면 조금 당황하는 사람 있을지도...
두부조림이라면 얼큰한 국물에 끓였으니 얼큰하고 매우면서도 달짝지근한 고추장 같은 감칠맛 같은 데 느껴져야 정상일텐데,
여기 국물과 양념엔 어떠한 단맛도 없기 때문이다. 간도 보기보다 약한 편이고(물론 매운맛 때문에 맛은 자극적이지만)
기대했던 고추장의 달짝지근함 없이 얼큰함과 매운맛, 그리고 이게 밍밍한건지 뭔지 알 수 없는 기묘함만 있으니
이게 맛있나? 왜 이런 게 유명하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 여기서 먹었을 때 그런 위화감을 꽤 크게 느꼈으니까.
...근데 그게 매력인 것 같다.
이게 뭐라고, 뭐가 맛있지? 의문을 가지면서 몇 번 먹다보면... 그냥 무지성으로 계속 먹게 됨.
근데 먹으면서도 딱히 막 엄청 맛있다는 생각은 빈말로라도 안 생김. 그런데 손이 자꾸 가면서 열심히 먹게 됨... 진짜 기묘한 맛.

어느 정도 두부 건져먹고 있으면 삶은 우동사리가 나옴.
우동사리는 처음부터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두부 먹는 도중에 나오는데 바로 넣어줄까요? 물어본다. 이렇게 받으면 된다.
근데 이게 1인분 우동사리임. 양이 엄청남.

국물을 거의 탕처럼 흥건하게 많이 주는 이유는 우동 넣고 비벼먹으라는 뜻.
우동사리 양이 거의 2인분은 될 정도로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 그 우동에 국물이 스며들면 이제 우동과 두부를 같이 먹으면 된다.

우동은 쫄깃쫄깃보다는 부들부들 계열. 면발 두껍고 엄청 부드럽게 씹히는 우동이 얼큰한 양념을 머금어 정말... 정말...
...맛이 있는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음. 그런데 그냥 계속 들어감... 매워서 땀이 뻘뻘 나지만 젓가락이 멈춰지지 않는다.

푹 익은 부추김치가 포인트인데, 부추김치 건져서 저렇게 먹으니 밸런스가 정말 절묘하게 맞아떨어짐.
맵기만 하고 다른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두부에 부추김치 들어가니 새콤함과 은은한 단맛이 더해져 진짜 맛의 방향이 확 바뀜.
아, 이거 먹을 땐 이렇게 같이 먹는 거구나... 여기 두부두루치기는 가능하면 이렇게 함께 먹는 걸 추천.
근데 꼭 이렇게 먹지 않고 그냥 먹는것도 괜찮다. 다만 이렇게 먹으면 맛의 방향이 바뀌어 좀 더 완성된 맛이 된다고 추천하는 거지.

마지막 한 점을 먹을 때도 정말 맛있는 음식이 맞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들었다.
쫄깃한 오징어, 두부의 몽글몽글한 식감은 참 좋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게 맛있는 건지에 대해선... 진짜 진짜 모르겠어.

근데 두부 다 건져먹은 것도 모자라 국물 바닥을 계속 긁고있죠...
두부두루치기라는 게 진짜 이런 음식인가 봄.
다른 가게의 두부두루치기는 은행동의 진로집만 가본 게 전부지만, 거기와 여기의 두루치기 방향성은 상당히 다르고
적덕식당의 두부두루치기는... 정말 나도 참 모르겠는, 기묘한 맛인데 사람 홀리는 중독성이 엄청나게 담겨 있다.
왜냐하면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이 글 쓰고 있는 지금 사진 보면서 아... 여기 또 가고싶네 하는 생각이 되게 진지하게 들거든.

아까 구미에서 뭐 먹고 올까 고민하다 배고픈 거 조금만 더 참고 대전까지 와서 먹자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정답이었다.
몇 년만에, 이번엔 그 친구는 만나지 못해 혼자 간 거지만, 조금 무리해서라도 들리길 잘했던 것 같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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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덕식당 찾아가는 길 : 대전광역시 동구 우암로 220-3(가양동 343-10),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도보 약 1.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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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 6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