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2 첫 번째 타일랜드(Thailand), 태국 방콕
(27) 낡고 느리고 불편해. 하지만 그 열차엔 낭만과 설렘, 그리고 사랑이 있어! 태국 로컬철도(SRT) 타 보기
. . . . . .

열차가 매끌렁 역에 도착하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열차 앞에 가서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진짜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역사 안에 몰려들었는데, 이거 열차 나갈 수 있나 싶을 정도.
우리는 여기서 열차를 타고 다른 목적지로 이동할 예정.
열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가진 뒤 목적지인 철도역에 내리면 거기서 가이드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한다.
가이드가 우리들에게 열차표를 나눠주면서 '몇 정거장 후에 내리라' 고 안내를 해 주었음. 대충 열차 탑승 시간은 한 20분 정도.
. . . . . .
열차는 좀 전에 왔던 철길 옆의 시장을 그대로 가로질러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철길 시장의 좌판은 전부 걷어져 있고 그 양 옆은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는데
열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밖에서 열차를 보는 풍경과 사뭇 달랐다. 그리고 너무 좋았던 게 이렇게 열차 움직이는 동안
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있으면 관광객들이 전부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해 준다는 것이었다.
서로 이 곳에서 처음 만났고 다시 보지 못할 잠깐의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웃으며 하이파이브 해 주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음.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가장 좋았던 순간이 바로 이 열차를 타고 하이파이브를 할 때였다.

열차는 굉장히 낡았음.
에어컨이 있을 리 없고 천장에 달린 회전 선풍기, 대한민국에 8~90년대 초반에나 있을 법한 그게 냉방 장치의 전부.
그래서 열차를 달릴 땐 창문을 전부 열고 운행한다.

열차 안에서 음주행위 및 몸 내미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안내가 되어있음.
아무리 문 열고 다니는 열차라지만 그건 위험하니까...

오랜 시간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외벽은 곳곳이 벗겨졌고 녹이 슬어있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좌석에 이렇게 쓰레기통도 설치되어 있음.

좌석은 직물 시트가 아닌 플라스틱 좌석. 게다가 젖혀지지 않는 완전한 직각 좌석이라 오래 앉아가면 허리 끊어질 느낌.
지하철 좌석보다도 훨씬 불편해보이는 좌석이다.

출입문은 지하철처럼 좌우가 열리는 문이지만, 고상홈이 아닌 저상홈이라 내리기 위해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당연히 장애인들을 위한 리프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실제 휠체어는 어떻게 열차를 탈까 살짝 궁금하기도 했음.

가이드에게 받은 열차 티켓.
영어 없이 전부 태국어로만 써 있어 내용을 읽을 수 없었지만, 우리가 11시 30분에 열차를 탔고 11시 51분에 내린다는 건 확인가능.
몇 정거장 후에 내리라고 했으니 그 안내를 따라 내리면 됨.
탑승역은 '매끌렁 역' 에서 11시 30분, 내릴 역은 11시 51분의 '반나콕' 역.
감열지 영수증이 아닌 일반 승차권 같은 용지를 티켓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통근형 전철이라 지정좌석 같은 건 없음.

열차 검표원이 돌아다니면서 검표를 하는데, 표를 보여주면 표에 펀치를 뚫어 확인을 해 준다.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

굉장히... 굉장히 열차 연결통로 사이가... 꽤 위험해 보이는데, 그래도 그렇게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는 아니니까...
나는 타본 적이 없지만 옛날 비둘기호가 이런 느낌이려나, 아니 비둘기까지 안 가고 통일호만 해도 이것과 비슷했던 것 같다.
. . . . . .
대충 이런 느낌이랄까, 뭐 짧은 폭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해서 중심 잃으면 진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음.

한가로운 낮 시간대라 열차 안은 북적임보다는 한산하다는 분위기가 좀 더 강했고...

선풍기 아래 앉아 있는 승객들의 모습에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관광객들도 있긴 하지만 진짜 로컬 열차를 이용하는 현지인들도 함께 섞여있었는데 다들 표정이 밝고 여유로워 보였음.
. . . . . .
낡고 지저분한데다 속도도 느린 열차지만, 고속 열차에선 느끼지 못하는 로컬 열차만의 낭만이 있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엔 낭만이 있고 여유가 있으며,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 감성 너무 좋아.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을 달리기 때문에 이렇게 집들이 듬성듬성 보이는 한가로운 교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도 저지대 지역인지 집 앞의 길이 침수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다니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음.

탁 트인 들판의 한적한 시골 풍경은 우리나라의 시골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임.

하늘은 맑았고 탁 트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30도 넘는 한여름임에도 불구,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 . . . . .
한적한 시골의 탁 트인 거리를 열차는 빠르지 않은 속도로 덜컹덜컹 덜컹덜컹 열심히 달린다.
중간중간 빵! 빵! 빠아아아아아앙~~~!!! 하는 경적소리도 그렇고 모든 것이 다 즐겁고 편안하게 들린다.

그렇게 열차가 달려 도착한 역은 '반나콕(บ้านนาโคก)' 역.
매끌렁역에서 약 16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역이다.

열차 문 앞에 설치되어 있는 낡은 나무 침목과 대충 발라놓은 시멘트가 승강장의 전부.
로컬 철도역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역으로 역 규모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내리는 걸 볼 수 있었음.
아마 패키지 투어를 통해 열차 탄 사람들은 우리 말고도 전부 여기서 내리는 것 같았다.

열차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
천천히 반나콕역을 벗어났다.

역을 지키고 있는 역장... 은 아니고 역에서 키우는 것 같은 강아지.
사람들이 내리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바닥에 배 깔고 누워 굉장히 편하게 자고 있더라. 가까이 가도 미동조차 없었음.

한적한 시골의 로컬 철도역이지만, 관광객들이 내리는 이 시간만큼은 북적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친다.

손글씨로 반듯하게 쓴 '반나콕(บ้านนาโคก)' 역의 역명판.

떠나는 열차에 손을 흔들어주고...

바로 선로를 건너 반대편 도로로 나간다.
도로 옆에 차량들이 여럿 주차되어 있는데 우리 말고도 가이드 투어를 온 차량들이 전부 이 곳에 집합해 있다.
재미있는 건 역임에도 불구하고 철도 옆에 담이 전혀 없다는 것. 그냥 차 다니는 도로 바로 옆으로 철도가 자연스레 놓여 있다.
이런 로컬의 풍경, 너무 좋아.

관광객들이 전부 역을 빠져나가는 모습.
이 관광객들이 전부 차량을 타고 빠져나가면 반나콕역도 다시 로컬 철도역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로 되돌아갈 것이다.

역사 바로 옆 공터에 차량이 쭉 대기되어 있는 모습.
우리 차량의 차번호를 확인한 뒤 바로 승차. 이제 모든 투어는 끝나고 방콕 시내로 되돌아가는 것만 남았다.

그렇게 방콕 시내, 처음 차량을 탔던 터미널21 옆의 맥도날드로 귀환,
짧은 반나절 투어도 무사히 끝나고 가이드와도 작별.
내릴 때 가이드에게 매너팁으로 100바트(4,600원) 지폐 하나를 건넸는데, 대략 이 정도 팁이 딱 알맞은 매너팁이라고 한다.
물론 팁이 필수는 아니지만 워낙 설명을 잘 해 주시고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흔쾌히 팁을 주고 작별할 수 있었다.
우리 가이드님, 우리 이외에도 여러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게 될 텐데, 돈 많이 버시고 앞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 Continue =
2026. 4. 8 // by RYUNAN